사랑의 표현법
오늘은 딸의 콩쿨이 있는 날이다.
올해 2월 지방에서 수도권으로 이사와 우여곡절 끝에 선택한 학원을 통해 참가하게 된 콩쿨.
매주 월요일 저녁 6시.
일하는 엄마아빠를 대신해 혼자 준비해 연습을 하러 학원에 간다.
잘 간다. 빠지지 않고, 까먹지 않고, 늦지 않게.
여름에 시작해 6시면 어둑어둑해지는 겨울이 왔다.
어두워져도 등원길을 함께 해 줄 수 없는 엄마, 아빠였기에 딸은 조금 더 서둘러 등원하기로 한다.
마침내 콩쿨 일주일 전.
늘 화사하게 웃어주고 콩콩 뛰어다니던 딸이 덜컥. 독감에 걸렸다.
그동안의 노력이 물거품이 될까 노심초사하다가 머릿속으로 재빠르게 계산해본다.
법정감염병, 등교인정, D-3일.
다행이다. 마지막 연습은 할 수 있겠지.
나의 이 불안한 마음을 아이도 느꼈을까?
어쩌면 나도 모르게 내 마음이 새어나간 걸까.
열이 떨어지기 무섭게 연습하러 학원으로 간다.
D-1
퇴근 후 피곤하다는 핑계로 멍 때리며 시간 죽이기를 실컷 한 뒤 자정.
그때서야 내일 딸을 위한 축하 꽃다발이 생각났다.
괜스레 남편에게 핀잔을 준다.
‘거기 가면 다~ 팔 거야.’ 이 마저도 그때되면 알아서 되겠지라는 즉흥적인 남편이다.
내심 기대도 해본다. ‘있겠지. 설마..’
다시 오늘.
나름 빨리 준비한다고 했는데.
괜히 든든하게 먹어야 한다며 식당에서 푸짐하게 밥을 먹었나.
굳이 후식으로 커피를 사러 들렀어야 했나.
경연장으로 향하는 차 안이 긴장감으로 가득하다.
행여나 늦을까, 남편은 이리저리 고개를 기웃거리며 조금이라도 빠른 차선으로 주행하기 위해 애쓴다.
다행이다. 아직 시작 전.
아이는 대기실로 들어갔다.
그제야 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 참가 가족들 손에 들려있는 꽃다발.
이미 늦은 걸.
(그래, 어차피 꽃은 한번 사면 시들어버리는 걸. 꽃다발 대신 원하는 걸 사주면 되잖아.)
경연을 마친 뒤 두 볼이 핑크빛으로 상기된 딸과 마주했다.
“정말 수고했어~ ”
“에~~ 왜 매번 한 번씩은 틀리는 거야~~~”
“그래도 정말 잘했어~”
“다들 너무 잘하던걸~~~”
칭찬과 아쉬움이 섞인 이야기를 나누며 경연장을 쉬이 빠져나오지 못했다.
그때 눈에 들어온 포토부스.
다들 꽃다발 들고 사진 찍고 찍어주며 긴장이 가득했던 일정을 마무리하는 곳.
“우리도 찍어야지!”
“저기 서봐~! “
“브이이~~~~“
거기 서있는 딸을 보며 자책했다.
집으로 돌아와 남겨진 사진을 보며 한번 더 반성했다.
시들어버리는 꽃이라도
그저 그런 꽃이더라도
우리 딸 마음껏 축하하며 건네줄걸.
브이를 만든 오른손, 허전한 왼손.
왜 또 사진은 혼자 덜렁 찍어줬을까.
우린 뭐가 그렇게 급했을까.
축하하는 마음을 장난감으로 대신했다 하더라도, 경연이 끝난 그 순간이 행복함으로 기억될 수 있게 더 표현해 주고 안아줄걸.
고작 그 꽃다발 하나에 이렇게 마음이 쓰인다.
오늘 밤은 꼭 꼬옥 안아주며 사랑한다, 꽃다발을 준비하지 못해 미안하다 표현해본다.
딸이 좋아한다. 그리고 이야기한다.
“엄마가 먼저 와서 안아주는 건 (망설이다) 오랜만이야! “
(아마도 처음이라는 말을 하고 싶었는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