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브런치 작가 도전에 성공했네요. 사실 도전이라고 말하기엔 한 게 없지만요. 몇 년을 문 앞에서 서성이기만 했습니다. 만만해 보이지 않았고 떨어지는 경험 하기 싫어서 시도하지 않았던 겁니다. 자기소개는 시작조차 힘들었지요. 나도 나를 모르는데 뭔 글을 쓸 수 있을까. 회피하는 변명만 무성했지요. 무엇보다 콘셉트가 잡히지 않았어요. 어떤 일관된 주제로 쓸 것인지 오래 생각했어요. 특별한 재주나 오랫동안 지속해 온 분야가 없어서 그 많은 카테고리 중 일상의 감성 글쓰기 밖에는 선택할 것이 없더라고요.
올 2월이 되면서 주변에 말하기 시작했어요. 나 이번 달에는 브런치 작가 신청할 거다. 듣고 있던 딸이 그러더라고요. 이제 그만 말하고 실행을 하세요. 도대체 몇 년째 그러고 계십니까. 딸은 주로 항의할 때나 더 이상 말하기 귀찮을 때 내게 존댓말을 씁니다. 그러고도 미적미적했어요.
남들은 하지 못하고 나만 할 수 있는 것이 뭘까?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은 뭘까? 꾸준히 써낼 수 있는 일관된 주제는 뭘까? 그걸 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포인트였어요. 3월이 오기 전에 끝낼 작심을 하고 앉아서 신청서를 썼어요. 소개도 쓰고 주제와 목차도 썼지요. 그리고 블로그에 써 두었던 500여 편의 글 중에서 주제와 가까운 3개를 첨부해서 보냈습니다. 그랬더니 하루가 지나기도 전에 통과했다는 메일이 도착해서 깜짝 놀랐어요. 검토하는데 평균 5일이 걸린다고 했거던요. 기뻤습니다.
제가 보낸 자료입니다. 앞으로 글 쓰며 잊지 않으려고 이곳에 남겨둡니다.
자기소개:
쉬고 싶을 때, 무료할 때, 위로받고 싶을 때 글 씁니다. 당이 필요할 때 하나씩 꺼내 먹고 싶은 초콜릿 같은 글, 쓰고 싶은 욕심 있습니다. 가볍고 유쾌하고 쉽게 읽히면서 울림 있는 글 읽으면 따라 쓰고 싶어 집니다. 몸에 맞지 않은 옷처럼 늘 낯설고 어색했던 삶을 오늘도 살아내고 있습니다. 태어나 학교라는 공간을 떠난 적 없었는데 이제 끝이 보입니다. 정찰드론으로 글쓰기를 앞에 띄워 놓고 종료 지점까지 따라가 보려 합니다. 내 서툰 글이 남은 기간 같이 가는 페이스 메이커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주제:
물속에 있으면 물의 존재를 잘 모르듯, 교육 현장에 있으면 교육이 그렇습니다.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치열하고 평범한 또 다른 삶이 있을 뿐입니다. 이제 곧 퇴임하는 현장의 생활인으로서 남은 기간을 기록하고 싶습니다. 이곳에 남을 글이 나의 온 삶이었던 교직을 향한 애정 표현이 되었으면 합니다.
목차
- 21세기 신인류와 한 교실에서 살아내기
- 교권 사라지는 학교에서 숨죽여 살아내기
- 킬러문제 조장하는 입시제도에서 삐딱하게 살아내기
- 아날로그 감성으로 디지털 교실에서 살아내기
- 타고난 I 교사 생계형 E로 살아내기
- 명예퇴직의 유혹 속에서 끝까지 살아내기
- 자녀는 대안학교 보내며 공교육 교사로 살아내기
- 올드걸 교사의 마지막 블루스
저는 고등학교에서 37년째 영어 가르치고 있습니다. 정년까지 2년여 남았어요. 브런치에는 빡빡한 현실 속에서 고군분투하며 살아내는 올드걸 교사 이야기를 엮어 가 볼까 합니다. 목차대로 다 쓸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글 파편들을 모으면 그 범주에 들어갈 것 같아요. 그랬으면 좋겠어요. 글쓰기가 무엇보다 큰 힘이 될 것 같아 함께 가보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