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들의 엄마라면 억장이 무너질 일이다만
푸르렀던 지난 5월 어느 날을 그리며
1학기 중간고사를 끝내고 다시 시작한 수업은 어수선하기 짝이 없다.
처음 입학한 3월에는 질문을 해도 눈치만 살피며 얌전을 빼더니 이제 본색을 제대로 드러내고 있다.
조별 수업을 하는데 교탁 바로 앞에 자리 잡은 4명이 심상찮다.
남학생 3명에 여학생 1명이 책상을 마주대고 앉아 있다. J가 있는 조다.
J는 대답을 가장 잘하는 녀석이었다. 눈을 마주치며 질문도 곧 잘했다.
그러던 그가 나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는다.
나사가 하나 빠진듯한 허술한 표정으로 앞에 앉은 k에게 정신이 빠져있다.
볼은 발그레하니 상기되었고 하얀 이가 연신 드러나 있다.
책상 위엔 책도 없다. 한 번씩 k의 팔을 슬쩍 건드리기도 한다.
k는 참 예쁘다. 그녀의 눈은 계속 웃음을 짓고 있다.
목소리는 봄바람처럼 귓가를 간질인다.
요즘도 저런 여자 아이가 있나 싶게 참하다.
자기에게 쏟아지는 밀당을 즐기고 있다.
J옆에 앉은 S는 둘의 대화에 슬쩍 끼어들며 k를 주시하고 있다.
그나마 녀석은 나한테도 눈길을 한 번씩 준다. 수업의 중요한 포인트는 놓치지 않고 따라오고 있다.
멀티태스킹이 된다.
J는 이름을 몇 번 불러야 겨우 슬쩍 본다. 짜식 이제 아예 날 잊어버렸다.
k와 마주하고 있는 또 다른 보이 D는 고개를 푹 숙이고 책을 보고 있다.
하지만 다른 두 녀석을 곁눈질로 예의주시하고 있다. 공부가 전혀 안 되는 눈치다.
3명의 남자가 정신이 다 탈출한 상태다.
수업을 마무리하는 데 k가 D에게 막대 사탕을 주고 있다.
J와 H는 뒤에서 축구공을 들고 딴짓을 하고 있다.
수업을 뭘 했는지 나도 기억이 안 난다.
머슴애들이 뿜어내는 호르몬이 교실에 가득했다.
내가 취해 히죽히죽 웃었다.
바깥은 파릇파릇 오월이고 교실안은 청춘이 몽글몽글 싱그럽다.
너희들의 엄마라면 억장이 무너질 일이다만
난... 흐흐흐
그 5월의 어느 날이 그리운 가을의 어느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