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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지원 May 07. 2021

‘암초’는 나에게 무엇인가?

13. 모아나

“암초는 넘어가면 안 된다.

암초 덕분에 우리가 안전했던 거야.

바다는 위험천만한 곳이라고.

암초 너머는 안 돼.”


_ 모아나 아빠 <모아나>


Q. 내가 안전하도록 지키기도 하지만 나를 제한하기도 하는 ‘암초’는 나에게 무엇인가요?


A. 약 10년 전의 사업실패다. 인생 망한 것 같고 다 끝난 것 같아서 어디 숨고만 싶었던 그때 그 시기를 겪고 나서 나는 겸손함과 내려놓음을 선물처럼 얻었다. 오만방자하고 교만하던 20대의 애벌레 같던 내가 고치를 만들고 은둔하듯 조용하고 고독한 시간을 보낸 후 나는 조금 차분해졌다. 담담함을 찾았다. 세상을 보는 시선도 달라졌다. 거품인지 아닌지 가식인지 아닌지 허세인지 아닌지 알아보는 눈이 생겼다. 무모할 정도로 도전하던 내가 돌다리도 두드려보는 신중함을 장착했다. 조금 더 지혜롭고 단단해졌다. 이런 자세 덕분에 조금 더 성장하고 성숙했다. 그런데 반대급부로 새로운 방향에 한 발 내딛는 것이 힘들어졌다. 모투누이 섬의 암초처럼.


암초가 모투누이 섬으로 들어오는 거친 파도를 막아주어 섬은 언제나 평온하고 안전하지만 섬의 사람들은 더 이상 바다로 나가지 않는다. 파도를 두려워한다. 나도 그렇다. 한참 동안 새로운 도전을 하지 않았다. 성장을 위해 꾸준히 노력해 왔지만 안전하고 익숙한 영역에서였다. 지금 나는 모아나가 된 듯한 마음이다. 영원할 것 같던 섬의 풍요로움이 이제 막을 내리려고 한다. 세상이 변하고 있다. 다음을 생각해야 할 때다. 바다를 향하는 모아나처럼 나의 눈이 새로운 영역을 향하고 있다. 두려움과 불안이 때때로 몰려오지만 나에게는 방향을 알려줄 나침반과 항해를 위한 배가 있다.


나아가야 할 때다.


2020년 8월에 나는 이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예전에 나에게 암초는 소속이었다. 지금은? 안정에 대한 내 마음일까? 어쩌면 내 프로필과 경력일 수도 있겠다. 그것을 토대로 움직이니까. 요즘은 예전의 그 실험정신이 투철하던 그때처럼 이것저것 질러보지 않고 있다. 결과가 예상되어서도 맞지만 어떤 결과든 받아들일 수 있는 용기가 부족해진 탓도 있겠다. 윤짱 겁쟁이 다됐네~ 하지만 본캐가 어디 가나~ 이렇게 잠잠하다가 멋지게 암초를 뚫고 나갈 것을 안다. 암초 밖의 대양과 더불어 파도도 나를 기다리겠지만~!"


일 년 전의 답과 오늘의 내용은 조금 비슷하지만 다르다. 이제 준비가 되었나 보다. 나는 느리지만 나아가고 있다. 나의 속도와 색깔을 지키며 천천히 간다. 오늘도 내일도 기대된다. 


<하루 10분, 영화에서 건져 올린 질문으로 글쓰기> 프로젝트를 진행합니다. 하루 10분, 질문을 보고 떠오른 생각을 인스타그램에 매일 정리합니다. 그 글들을 씨앗 삼아 브런치에서 하나씩 심어 보기로 했습니다. 나도 몰랐던 나를 알게 되는 과정이 되리라 기대합니다.


<하루 10분, 영화에서 건져 올린 질문으로 글쓰기> 100일 글쓰기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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