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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지원 Jun 24. 2021

영화 <어바웃 타임>, 행복의 비밀

영화에서 건져 올린 질문들 21

| 행복의 비밀


어바웃 타임

감독 : 리차드 커티스

출연 : 도널 글리슨(팀), 레이첼 맥아담스(메리), 빌 나이(팀의 아버지)

개봉 : 2013. 12. 05

         



  주인공 팀(돔놀 글리슨)은 모태솔로다. 여자 친구를 원하지만 자신도 없고 어떻게 해야 여자 친구가 생기는지 방법도 모른다. 마침 여동생 친구가 여름을 보내러 와서 몇 개월을 함께 보내며 좋아하는 마음이 생겼는데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주파수를 영 못 맞춘다.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빌 나이)가 팀에게 집안의 거대한 비밀을 알려준다. 팀이 성인이 된 날이다. 바로 집안의 남자들에게 시간 여행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한다! 단, 미래로 갈 수 없으며 자신이 살았던 시대의 과거로만 갈 수 있다. 그러니까 팀이 태어나기 전의 더 먼 과거로 가서 히틀러를 죽이거나 소크라테스와 만나서 대화를 나누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다! 아버지 말로는 소소하게 자신과 관련된 과거는 바꿀 수 있으나 그것이 나비효과가 되어 전 세계의 역사를 바꾸는 일은 없다고 한다. 팀은 이 능력을 사용해서 꼭 여자 친구를 만들겠다는 결심을 한다! 법대를 졸업하고 변호사가 된 팀은 꿈을 위해 런던으로 간다. 동료와 함께 간 레스토랑에서 운명의 여인 메리를 만나게 된다. 그녀의 사랑은 얻기 위해 시간 여행을 하는데... 결국 그녀와 결혼을 하고 사랑스러운 아이가 생긴다. 아이의 생일날, 사랑하는 여동생 킷캣이 사고를 당한다. 나쁜 남자 친구 지미와 싸우고 나와 홧김에 음주운전을 한 탓이다. 왜 이리도 킷캣은 남자 보는 눈이 없을까? 사랑하는 동생이 나쁜 남자를 만나지 않게 하기 위해 과거로 이동하는데 미묘하게 상황들이 엇갈린다. 팀은 시간 여행으로 완벽한 행복을 이룰 수 있을까?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안기며 인생 영화로 등극한 <어바웃 타임>의 줄거리다. 시간여행이라는 독특한 영화적 장치가 있고 조금 더 들여다보면 네 가지 키워드를 발견할 수 있다. 행복, 가족, 사랑, 선택이다. 팀 집안의 남자들은 시간여행을 통해 행복에 접근하려고 노력해왔다. 팀의 아버지는 대학교수인데 시간 여행으로 확보한 시간 동안 책을 읽었다. 팀의 할아버지는 돈 버는 데 사용했다. 팀의 할아버지는 가족도 없이 외롭게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행복의 근처에도 가지 못했다. 팀의 아버지는 암에 걸렸지만 그래도 행복해 보인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 팀에게 행복에 이르는 비결을 알려준다. 주인공 팀은 어떨까? 시간여행으로 행복의 비밀을 찾았을까?      


아버지는 이 능력을 어떻게 썼어요? _팀


난 책을 팠지.

인간이 읽을 수 있는 책이란 책은 모두 다 읽었어, 두 번씩.

디킨스는 세 번.

넌 어떻게 쓰고 싶니? _아버지


저는 여자 친구를 만들거예요! _팀



  팀의 가족은 함께 차를 마시고 테니스나 탁구 등의 운동을 하는 ‘함께’의 문화를 지킨다. 아버지가 암에 걸리고 함께 할 시간이 몇 주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 팀은 과거로 시간여행을 간다. 아버지와 탁구를 친다. 시간여행이 아닐 때와 표정이 다른다. 팀은 아버지와의 탁구 치는 이 순간이 얼마나 소중하고 애틋한 시간인지 알고 있다. 아버지에게 한 번도 진 적이 없지만 시간여행으로 확보한 아버지와의 시간에서 승부는 더이상 중요하지 않다. 팀은 아버지에게 기꺼이 져드리고 기뻐하는 아버지의 웃는 모습을 보며 미소 짓는다. 가족의 소중함은 평소에는 잘 느끼지 못한다. 익숙한 공기처럼 우리에게 당연하다. 그래서 ‘있을 때 잘해’라는 말이 나온 걸까? 우주가 배경인 영화에서 사고로 우주복이 손상되어 산소 결핍으로 고통스러워하는 장면을 보면 그제야 공기의 소중함을 느낀다. 높은 산을 오를 때 산소가 부족해서 두통을 겪기라도 해야 편하게 숨 쉬는 행복을 깨닫는다. 어쩌면 행복의 비결은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에서 시작하는지도 모르겠다. 세상의 무엇 하나도 당연히 존재하는 것은 없을 테니.     

 

  팀이 시간여행을 할 수 있는 능력을 알게 된 후 그 능력을 사용하는데 팀이 간과한 것이 있다. 한 번에 한 가지 일만 존재한다는 것! 과거로 돌아가서 과거를 바꾸고 나면 그 시간에 원래 존재했던 일은 사라진다. 특히 아이가 태어나기 전으로 돌아가서 과거를 바꾸고 나면 그 시간 이후에 태어난 내 아이는 내가 아는 모습이 아니다. 몇 억분의 일의 확률로 생기는 생명의 신비로운 그 일(같은 정자와 난자가 만나는)이 똑같이 또 일어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아무리 시간여행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도 결국은 선택이다. 무엇을 바꿀지, 무엇을 포기할지, 무엇을 그대로 둘지 선택해야 한다.  

   

  팀과 메리가 결혼하는 날, 하늘은 구름으로 덮여 어둡고 태풍이 오듯 비바람이 몰아친다. 아수라장이 따로 없다. 하객들은 야외 피로연장에서 물벼락을 맞고 우산을 써도 의미가 없을 정도로 비바람은 방향이 수시로 바뀐다. 결혼식을 망쳤다고 생각하는 게 오히려 자연스러운 상황이다. 자신의 잘못이 아니지만 메리에게 가장 좋은 날로 만들어 주고 싶었던 팀이 “비가 안 왔으면 좋았겠지?”라고 묻는다. 빨간색 웨딩드레스를 입은 메리는 인간 레몬처럼 상큼한 미소를 지으며 “우리의 결혼식 완벽했어.”라고 말한다. 우리의 기분이 외부 환경이 아닌 내면의 날씨라는 것을 확신할 수 있는 장면이다. 외부의 날씨는 우리가 통제할 수 없지만 우리 내면의 날씨는 마음먹기 나름이라는 중요한 깨달음이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서도 삶은 흐른다. 팀은 아버지가 보고 싶을 때마다 과거로 돌아가 아버지를 만난다. 하지만 이제 곧 팀의 셋째 아이가 태어난다. 그 얘기는 이제 과거로 돌아갈 수 없다는 말과 같다. 아이의 미래가 바뀌기 때문에. 아버지를 마지막으로 만나러 가서 오늘이 마지막이라고 말하는 팀에게 아버지가 함께 시간여행을 떠나자고 한다. 팀의 어린 시절 아무도 없는 바닷가다. 그곳에서 팀과 아버지는 바다를 보며 한참을 앉아 있는다. 팀이 아버지에게 “고마워요, 아빠”라고 말하는 장면이 내가 뽑은 명장면이다. 우리는 부모님께 시간을 드리지 못할 때 선물 혹은 용돈을 드리며 죄송한 마음을 대신하지만 부모님이 원하는 것은 단지 우리와 함께 있는 것, 그뿐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시간을 여행할 능력은 없지만 시간여행을 왔다고 상상할 수는 있다. 상상력은 동물에게는 없는 인간의 천부 능력 중 하나다. 우리의 시간을 누구와 어디에서 보낼지 선택하는 것은 우리의 권한이자 의무다.     



"아빠가 행복을 위한 공식을 말씀해 주셨다.

두 가지 단계 중 첫 번째는 일단 평범한 삶을 사는 거다.

하루하루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말이다.

그다음은 아빠의 계획 2단계다.

거의 똑같이 하루를 다시 살라고 말씀하셨다.

처음엔 긴장과 걱정 때문에 볼 수 없었던 세상의 아름다움을

두 번째 살면서는 제대로 느끼면서 말이다.

이제 난 시간 여행을 하지 않는다, 단 하루조차도.

그저 내가 이날을 위해 시간 여행을 한 것처럼

나의 특별하면서도 평범한 마지막 날이라고 생각하며

완전하고 즐겁게 매일 지내려고 노력할 뿐이다.

우린 우리 인생의 하루하루를 항상 함께 시간 여행을 한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이 멋진 여행을 즐기는 것뿐이다." _팀    


 

  영화 마지막 부분에 나오는 팀의 이 대사가 영화가 전하는 메시지라고 생각한다. '후회했던 하루를 다시 살듯이 처음에는 보지 못했던 세상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느끼면서 살라'. 하루를 시작할 때 오늘이 나의 특별하면서도 평범한 '마지막' 날이라고 생각하면 나는 어제와 같은 오늘을 보내게 될까? 다시 오지 않을 오늘을 보내는 방법은 무엇인지 생각해보자. 부모님이 세상을 떠난 후에 부모님이 그리워서 다시 오늘로 시간 여행을 왔다면 나는 오늘 어떤 마음으로 부모님을 바라보게 될까? 내 곁에 있는 소중한 사람과의 오늘을 다시 돌아본다면 무엇을 후회할까? 한 것과 하지 않은 행동 혹은 눈빛 혹은 선택 중 무엇을 바꾸고 싶을까? 여러 질문들이 떠오른다. 그리고 모든 순간의 기분과 생각, 행동은 우리가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나 <쇼생크 탈출>처럼, 빅터 프랭클의 책 <죽음의 수용소에서>처럼 어떤 외부 환경 속에서도 우리는 우리 자신일 수 있다. 이 멋진 인생 여행을 어떻게 잘 누릴지 생각해야겠다.


영화 <어바웃 타임>에서 건져 올린 질문들


* 나에게 과거로 갈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어떻게 쓰고 싶은가?

* 나에게 행복은 어떤 의미인가?

* 나에게 가족은 어떤 의미인가?

* 나에게 가장 행복했던 기억은 언제인가?

* 나는 선택을 할 때 어떤 우선순위를 따르나?

* 인생에서 얻은 큰 교훈이 있다면 무엇인가?

* 내 인생에서 자랑스러운 점은 무엇인가?

* 나에게 '완벽한 날'은 어떤 의미인가?

* 오늘을 다시 살기 위해 시간 여행을 왔다면 나는 오늘 무엇을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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