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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지원 Jul 01. 2021

영화<코치 카터>, 가장 힘든 승부는 자신을 이기는 것

영화에서 건져 올린 질문들 22

| 가장 힘든 승부는 자신을 이기는 것        


코치 카터

감독 : 토머스 카터

출연 : 사무엘 L. 잭슨(코치 카터)

개봉 : 2005. 05. 13

등급 : 15세 관람가        



   스포츠용품점을 경영하고 있는 켄 카터는 70년대에 리치먼드 고교 농구팀에서 활약했던 유명한 스타플레이어 출신이다. 지금은 고등학교 학생 농구선수인 아들 데미언의 진로를 함께 고민하는 평범한 아버지다. 그러던 어느 날 리치먼드의 농구팀 코치로부터 후임이 되어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리치먼드 지역은 캘리포니아 주에서 주로 가난한 흑인이 거주하며 대부분의 아이들은 중도에 학업을 포기한다. 영화에서는 18~24세의 리치먼드 남성 33%가 감옥에 간다고 나온다. 망설이던 그는 결국 모교의 제의를 수락하고 리치먼드 고교 농구팀 코치를 맡는다. 첫 대면에서 켄 카터의 예상대로 농구팀의 아이들은 반항적이고 제멋대로다.      

     


   켄은 제의를 수락하면서 목표 두 가지를 정한다. 첫 번째 목표는 스스로를 믿지 못하고 방황하며 인생을 진지하게 바라보지 않는 아이들이 위너의 태도로 인생을 볼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그들이 무사히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대학에 진학해야 한다. 리치먼드 지역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지 않으면 그들 대부분의 부모처럼 감옥에 가게 될 것이다. 그 지역의 젊은이들은 마약 밀매에 연루되어 있다. 두 번째는 4년째 최하위 팀인 리치먼드 오일러스 농구팀의 옛 영광을 되찾는 것이다. 70년대 켄이 고교 농구팀으로 활약할 당시 오일러스는 연승 가도를 달리는 영광의 자리에 있었다.     

     


   켄 카터에게 이 두 가지 목표는 다르지만 다르지 않다. 둘 다 태도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농구팀 아이들은 스스로를 믿지 않는다. 자신의 능력을 모르고 잠재력을 부정한다. 그들 주위의 어른들 대부분의 삶에서 미래의 희망을 찾지 못했다. 자신들도 그저 그런 인생을 살다 갈 것이라고 말없이 믿는 듯하다. 하지만 목표를 설정한 후 그것을 이루기 위해 켄 카터는 그만의 방식으로 최선을 다한다. 그들이 스스로를 믿을 수 있는 근거를 만들기로 한다. 강압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는 방식으로 돌진한다. 간단하지만 강력하다.   

  


1. 원칙을 정하고
2. 합의하고
3. 지킨다.      



   원칙을 정한 후 계약서를 작성해서 학생들과 계약한다. 계약서에는 세 가지 지킬 것이 명시되어 있다. 첫 번째, 수업 시간에 맨 앞자리에 앉을 것. 두 번째, 경기장에 넥타이에 정장 차림으로 나올 것. 세 번째,  C+(2.3) 이상의 학점을 받을 것. 지금까지 지내오던 생활과 완전히 다를 것을 요구하는 켄 카터에게 농구팀 선수들은 반발한다. 하지만 점점 코치 카터의 진심을 알게 되며 리치먼드 농구부가 변하기 시작한다.   

       


     전임 코치인 레이 화이트가 켄에게 코치직을 넘기며 말한다. “레이먼드 오일러즈 농구팀 코치 생활이 어렵지 않을 거라고 말하지는 못하겠다. 아이들이 반항적이고 제멋대로기는 하지만, 그래도 좋은 녀석이라는 것은 잊지 말아 달라”라고. 전임코치 레이 화이트의 마음이 느껴진다. 때로는 진심이 통하지 않기도 한다는 씁쓸한 현실도 보인다. 하지만 시간의 문제일 뿐 아마도 시간이 흐르고 고교 농구팀 선수들이 성인이 되면 코치 화이트의 진심을 알 것이다. 좋은 어른의 진심을 차곡차곡 받아서 아이는 어른이 된다.  


             

    켄 카터는 원칙을 정하고 지킨다. 실제 인물인 켄 카터의 인터뷰에도 나오듯 그는 '원칙을 위한 원칙인가?' 혹은 '누구를 위한 원칙인가?'를 늘 고민한다. 자신의 영향력을 과시하기 위함인지 선수들을 위함인지 스스로에게 묻는다. 그러고 나서 무조건 밀어붙이는 게 아니라 서로 합의를 하는 양해의 과정을 밟는다. 학부모의 기세에 눌리지 않고 그들에게도 원칙을 알리고 지지를 구한다. 흔들리지 않는 원칙은 신뢰와 안정감을 준다. 지키지 않는다면 자격을 박탈당하겠지만 지킨다면 안전할 것이라는 안도감이다.     


 

    코치 카터는 선수들에게 태도를 강조한다. 경기장에서의 스포츠맨십이다. 경기 중에 상대팀을 모욕하고 조롱하지 말 것! 애초에 그가 제시했던 계약서상의 원칙은 학생으로서 수업 시간에 성실할 것(학점 2.3 유지 / 맨 앞자리 앉기), 경기장에 올 때 정장과 넥타이를 할 것이다. 이 두 가지는 모두 태도에 관한 것이다. 챔피언같이 행동하기. 승패를 넘어서는, 챔피언 다운 자세다.       


        

"이게 네가 정말로 원하는 거냐? 좋아.

너 스스로 결정을 내리고 그 결과에 따라 사는 게

성장하는 것의 일부분이지."

_켄 카터               



     그의 아들 데미안이 명문고 세인트 프란시스를 그만두고 연패 행진이며 문제 학교로 찍힌 리치먼드로 전학 온다. 아버지와 상의 없이 결정했다. 이유는 아버지로서 그리고 코치로서의 그의 진심을 믿고 따르기 때문이다. 켄은 처음에는 화를 내지만 결국 데미안의 선택을 믿는다. 정말로 원하는 거라면, 그리고 그로 인한 결과에 대해 책임진다면 그것도 성장의 일부분이라며 아들의 결정을 지지한다. 데미안이 바로 코치 카터가 지닌 진심의 증거이자 근거다. 이 진심이 리치먼드 오일러스 농구팀 선수들에게 결국 통했다. 모든 진심이 통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지속적인 진심은 마음을 두드린다. 켄의 진심은 결국 선수들에게 닿았다.      


          

    켄 카터는 원칙을 정하고 그것을 지키려면 합의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합의의 공간으로 선수들을 오게 하는 것은 쉽지 않다. 튼튼한 건물을 짓기 위한 초석처럼 학부모와 선수들의 반발을 조용히 견디며 그는 결국 계약서에 싸인을 받는다. 농구부인 아이들에게 농구 외에는 대안이 없기도 하지만 무조건 밀어붙이는 게 아니라 약속과 규칙에 힘을 싣기 위해 꼭 필요한 과정이었다. 이때 학부모들과의 밀당도 인상적이다.               


"부인, 농구는 명예입니다.

우리 팀에서 농구를 하고 싶다면

그 명예를 누리기 위해서는 이 간단한 규정들을 따라야만 합니다.

자, 이 간단한 규정들을 따르기로 결정하면

학부모님들과 선수들은 이 계약서에 서명을 해야 합니다.

계약서는 내일 연습 시간에 갖고 오면 됩니다.

연습에 나온다면 말이죠.

여기에 나와 주시고 지지해 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시즌 끝날 때까지 여러분께서 지지해 주셨으면 합니다."

_켄 카터               



    리치먼드 오일러스의 에이스인 티모 크루즈는 신임 코치의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강압적으로 보이는 성인 어른의 기를 꺾고 싶은 마음과 반발심으로 팀을 떠난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돌아온 그에게 코치 카터는 거의 불가능한 조건을 건다. 전력 질주 1000번과 팔굽혀펴기 2500번을 할 것! 결국 티모는 전력 질주 80번과 팔굽혀펴기 500번이 모자라 체육관을 떠나라는 명령을 받는데 팀원들이 자원해서 남은 전력 질주와 팔굽혀펴기를 나눠서 한다. "우리는 팀이니까" 팀이라는 개념이 희미했던 리치먼드 오일러스에 팀 개념이 생기는 순간이다.                



    코치 카터가 농구팀 선수들의 학업능력을 올리기 위해 체육관 문을 잠그는 극단적 방법을 취하자 지역주민, 학부모가 난리다. 연패를 하던 리치먼드가 연승 가도를 달리던 중 중요한 대회를 나가지 않기로 결정하고 몰수패를 당하는 것은 그들에게 큰 충격이다. 처음에 선수들은 코치 카터가 TV에 나오는 것을 즐기며 유명세를 위한 쇼라고 생각한다. 불만이 가득하다. 당장 경기에 나가서 이기는 것이 인생의 전부인 것만 같다. 하지만 코치 카터는 처음 리치먼드 코치직을 맡을 때 생각했던 두 가지 목표를 이루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우리 팀에 4명의 3학년생이 있어.

내 생각엔 모두 다 대학 팀에서 뛸 수 있어.

그 기회를 가지려면 수업에 들어가야만 해.

앞날을 볼 줄 알아야만 해.

제군들은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지?"

 _켄 카터        


  

   코치 카터는 스스로를 믿지 못하고 방황하며 인생을 진지하게 바라보지 않는 아이들이 위너의 태도로 인생을 볼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그래서 그들의 인생의 하이라이트가 고교 농구팀 시기이고 이후의 삶이 내리막길로 가는 게 아니라 제대로 졸업 후 대학에 진학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 지역주민들과 교장은 아이들의 미래를 믿지 못한다. 어차피 힘든 인생이 될 것이니 인생 중 가장 빛나는 시기라도 누리게 해 주자는 의미다. 하지만 코치 카터는 그 시선에 반대한다. 이들은 더 나아질 수 있고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이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성적을 맞추는 것은 이들의 인생에 매우 중요하다. 농구 대회 몇 개를 포기해서라도 말이다. 선수들이 자신의 내면을 바라보고 스스로를 믿게 되면 그 변화는 단지 농구 대회를 이긴 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것이다. 코치 카터는 그 순간을 기다리고 있다. 그렇게 되면 그의 두 번째 목표인 리치먼드 오일러스 농구팀의 옛 영광을 되찾는 것도 가능하다.     

     


    하지만 학부모들과 지역주민들은 위원회를 열었다. 이대로 리치먼드 오일러스가 몰수패를 연이어 당하는 것을 볼 수 없어서다. 결국 체육관 폐쇄 조치를 종결하도록 결정이 났고 코치 카터는 결정을 인정하며 사임하기로 한다. 짐을 정리하기 위해 체육관에 들어가자 선수들이 체육관에 책상을 놓고 공부하고 있다. 그들을 지지하는 선생님 몇 분과 함께다. 체육관 폐쇄 조치는 위원회의 결정으로 종결되었지만 아이들은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 알게 됐다. 코치 카터의 진심을 알게 됐으며 스스로의 가치를 믿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잠긴 문을 열게 할 수는 있지만

우리가 농구하도록 만들 수는 없어요.

우리는 코치님이 시작하신 걸 끝내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렇게 하도록 해 주세요, 코치님.

할 일이 있다고요."

_선수들

     


    코치 카터는 티모 크루즈에게 그가 팀을 떠날 때, 그리고 다시 돌아와서 벌칙을 수행하고 있을 때 뜻 모를 질문을 한다. “가장 깊은 공포가 뭐지, 크루즈 군? 자네가 무능력하다는 것?” 말장난 같기도 하고 알고 싶지 않기도 해서 무시하려고 하지만 질문은 티모 크루즈의 심장에 안착한다. 사촌 레이의 죽음을 목격하고 나서 그는 결국 질문의 답을 찾았다.      



"'우리의 가장 깊은 공포는 무력함이 아니다.

우리의 가장 깊은 공포는 측정할 수 없는 우리의 강함이다.

우리의 어두움이 아니라 밝음이다.

그게 우리를 두렵게 한다.

소심한 행동은 세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다른 사람들이 네 주위에서 불안하지 않도록 움츠리는 것은

전혀 현명한 것이 아니다.

우리는 모두 빛을 발하도록 되어 있다, 어린이가 그렇듯이.

우리 일부만이 아니라 모든 이가 그렇다.

우리 자신의 빛을 발하게 할 때

알지 못하는 사이에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하도록 하는 것이다.

우리 자신의 공포로부터 해방될 때

우리의 존재는 저절로 다른 사람들을 해방시킨다.'

코치님, 감사하단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제 생명을 구해 주셨습니다."

_티모 크루즈          

     

     

    영화 초반 코치 카터의 마음을 힘들게 했던 티모 크루즈는 드디어 그 의미를 깨달았다. "너의 가장 깊은 공포가 뭐지?"라고 묻는 코치 카터의 질문이 그의 마음에 닿았고 내면을 들여다봤다. 알게 됐을 것이다. 자신이 사실은 스스로의 강함과 밝음이 두려워서 누르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없는 미지를  덮어두고  그럭저럭 현재를 핑계 대며 방치하고 있었다는 것을. 이 대사는 작가  '마리안느 윌리엄스 Marianne Williamson'의 책 <A return to Love>에 나온 내용 일부이며 '넬슨 만델라'가 연설에서 인용했다고 알려져 있다.      

     

                    

    이제 승패와 관계없이 이들은 자신의 빛을 발하며 다른 이들도 그렇게 하도록 하는 삶을 살 것이다. 적어도 티모 크루즈는 그럴 것이다. 그는 자신의 사촌 레니가 그냥 거기 있었을 뿐인데 총에 맞아 그 자리에서 죽는 것을 보고 죽음을 눈앞에서 겪었다. 그는 자신의 미래가 레니와 같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과 공포가 동시에 들었을 것이며 자신을 향해 '깊은 공포'를 묻는 코치 카터의 질문에서 어쩌면 한 줄기 빛을 발견했는지도 모른다. 자신이 마주하지 않았던 그 깊은 공포를 마주하고 인정하고 밖으로 나온 티모 크루즈는 이 전과 다른 사람이다. 그의 눈빛을 보면 알 수 있다. 그가 "제 생명을 구해 주셨습니다."의 생명은 죽음의 반대인 생명이기도 하고 남은 인생에 대한 생명력이기도 하다. 비록 영화의 마지막, 세인트 프란시스 고교와의 경기에서 아쉽게 지지만 이들은 자신의 경기를 했고 챔피언 다웠다.           



"제군들이 성취한 것은 승패를 넘어선 것이자

내일 스포츠 신문 1면 기사를 훨씬 능가하는 것이다.

일부 사람들이 평생 동안 찾으려고 애쓰는 것을 제군들은 성취했다.

제군들이 성취한 것은 아주 잡기 어려운 내부의 승리다.

그리고 나는 제군들이 아주 자랑스럽다."

_켄 카터     

     

     

    우리는 실화 바탕의 이 영화를 통해 스포츠를 넘어서 인생을 본다. 우리의 인생에서 위너, 챔피언으로 산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지 고민한다. 지고 있다고 해서 고개를 숙이지 말 것이며 이기고 있을 때 상대방을 조롱하고 모욕하지 않는 태도를 나의 인생에 어떻게 적용할지 고민한다. 내가 지키고자 하는 신념, 가치, 원칙은 무엇인지 혹은 무엇이었는지 우리의 처음 마음을 돌아본다.     


                               


영화 <코치 카터>에서 건져 올린 질문들    

 

* 나에게 ‘인생에서의 승리’는 어떤 의미인가?

* ‘나의 가장 깊은 공포’는 무엇인가?

* ‘내 인생의 챔피언’으로 산다는 것은 나에게 어떤 의미인가?

* ‘나만의 빛’은 무엇인가?

* ‘나의 경기를 펼치다’는 나에게 어떤 의미인가?

* 나에게 '성장'은 어떤 의미인가?

* 나에게 '너의 일'이 아닌 '나의 일'은 어떤 의미인가?

* 내 인생을 똑바로 바라보기 시작한 때가 언제인가?

* 나에게 '좋은 어른'은 어떤 의미인가?
* 나는 나를 어떻게 생각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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