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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지원 Aug 26. 2021

내가 힘들 때 잠시 기대어 쉬는 바람은 무엇인가?

16. 나, 다니엘 블레이크

"우리에게도 기대어 쉴 바람이 필요하지" _다니엘


<나, 다니엘 블레이크>


Q. 내가 힘들 때 잠시 기대어 쉬는 바람은 무엇인가?

A. 오늘 아침에 지인들과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들에 대해서 나눴다. 나는 과거에 썼던 '생각하면 신나고 기분 좋아지는 것, 나를 기쁘게 하는 것' 글을 가지고 와서 나눴다. 코시국 전, 무려 2019년 3월에 썼던 말랑말랑하고 보들보들한 글이다. 다시 보며 '나는 작은 것에서도 행복을 느끼고 몸을 움직이는 것을 의외로 좋아하는구나'라고 느꼈다.


   '생각하면 신나고 기분 좋아지는 ' 시작은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이다. 장미 꽃잎 위의 빗방울과 고양이의 수염, 밝게 빛나는 구리 주전자와 따뜻한 벙어리 털장갑, 갈색 종이와 노끈, 봄으로 녹아드는 은빛 하얀 겨울이라니...! 어쩜 이렇게 무용하고 무용한가? 달빛, , , 음악, 미소 같은 무용하고 아름다운 것을 사랑한 사람,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김희성 떠오른다. '무용하다' '쓸모가 없다' 뜻이다. '유용하지 않다' 연결된다. 과연 그런가? 그렇다면 나는  '예쁜 쓰레기'라고 이름 붙은 것을 돈을 주고 살까? 그냥, 보고 있으면 좋으니까. 쓸모가 '용도' 아닌 '존재' 있다는 말을 나는 이렇게 표현하기도 한다. 그냥.


   나는 '장미는 왜 피는가? 어떤 용도가 있는가?' 혹은 '봄햇살은 어떤 작용으로 나에게 기쁨이 되나?' '장미와 봄햇살은 어떤 쓸모가 있나?'라고 묻지 않는다. 이렇게 질문할 수는 있다. '어스름한 어둠이 내려앉으며 노을이 번지는 저녁 무렵의 라일락 향을 나는 왜 좋아하나?' 그렇다면 나는 한참을 고민하겠지만 결국 대답은 '그냥'일 가능성이 높다. 조금 더 시간을 들이면 '그 시간, 장면, 향이 나를 과거의 어떤 순간으로 이동시키기 때문에'라고 대답할 것이다. '그냥' 보다는 조금 더 시간을 들인 덕분에 조금 더 그럴싸한 답변이 되지만 그럼에도 의문은 남는다. '그 순간이 뭐? 그래서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는 게 어떤 쓸모가 있는데?' 그때의 기억은 그 시절에 느꼈던 부모님의 사랑, 친구들과 어울렸던 정다움 혹은 그리움을 불러오지만 쓸모를 산정할 수는 없다. 그 존재 자체로 나의 마음을 따뜻하고 보드랍게 만들 뿐이다. 딱딱하게 굳었던 오른쪽 뇌가 말랑해진 기분이 드는 부수적 효과도 따라온다. 나는 그것을 '행복'이라 말한다. 행복하면 어떤 이득이 있는데?라고 묻는 이는 없겠지만 만약 집요하게 그렇게까지 묻는다면 같은 세상에 살지만 다른 세상에 사는 것 같은 효과, 혹은 잠든 영역의 뇌를 깨워 더 많은 뇌 활동을 하는 효과가 있다고 말하겠다.


   행복감을 느끼면 세로토닌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되는데 뇌와 호르몬의 기능들을 차치하더라도 뇌 활동이 활발해지면 치매를 예방할 수 있다. 질문을 거듭하면 과학적으로 증명해낼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 잠시의 감정이 내가 힘들 때 잠시 기대어 쉴 수 있다면 그것으로 그 쓸모를 다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작열하는 태양 아래 잠시 숨을 돌릴 그늘이 된다면 나는 그 잠시의 쉼이 유용하다고 말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나는 때로 나의 쓸모없음을 느끼며 좌절하기도 하고 나 자신을 무가치하게 생각하며 절망감을 느낀다. 심신이 고달프고 건강하지 않은 상태라는 증거다. 그때 무용하지만 아름다운, 혹은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어 잠시 기대어 쉴 수 있는 무엇을 가지고 있다면 나의 영혼은 무사할 것이다. 지나가는 소나기를 피하고 따스한 장작에 몸을 녹인 나그네의 마음으로 다시 길을 떠날 힘이 생길 테니까.




<하루 10분, 영화에서 건져 올린 질문으로 글쓰기> 프로젝트를 진행합니다. 하루 10분, 질문을 보고 떠오른 생각을 인스타그램에 매일 정리합니다. 그 글들을 씨앗 삼아 브런치에서 하나씩 심어 보기로 했습니다. 나도 몰랐던 나를 알게 되는 과정이 되리라 기대합니다.


지금은 <하루 10분, 영화에서 건져 올린 질문으로 글쓰기> 시즌 6  글쓰기 중입니다.

중간에 합류할 수 있어요. 함께 하실래요?

https://blog.naver.com/dove7522/2224135382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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