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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지원 Apr 10. 2020

영화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삶이 무엇인지

영화에서 건져 올린 질문들 06

삶이 무엇인지 가르쳐준 당신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감독 : 히로키 류이치

출연 : 야마다 료스케(아츠야), 니시다 토시유키(나미아 유지), 무라카미 니지로(쇼타)

개봉 : 2018. 02. 28  



저는 우주비행사가 되고 싶어요.
그런데 멀리를 심하게 해요.
어떻게 하면 좋죠?
     

나미야 잡화점에서는 잡화를 파는 것 외에 주인아저씨(이후 나미야 유지)가 고민상담을 해 줍니다. 익명으로 게시판에 고민을 붙여 놓으면 나미야 유지가 답장을 게시판에 붙여놓는 식입니다. 진지한 고민에 대한 답장은 우유 배달통 안에 답장을 넣어둡니다.     


누구나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어요.
꿈이 이루어지기를 바랄게요.      


나미야 유지의 ‘사람에 대한 믿음과 긍정적인 시선’을 볼 수 있습니다. 누구에게나 시작은 있고 처음에는 어려울 수 있지만, 꿈이 있다면 장애라고 생각하는 지점을 넘어설 수 있다는 조언입니다. 종이 위에 쓴 글자에서도 따뜻한 온도가 느껴지고 고민을 적은 사람을 향한 온전한 지지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시험에서 백 점을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선생님에게 부탁해 당신에 대해 시험을 보세요. 본인에 관한 문제라면 당신의 대답은 모두 옳습니다. 항상 백 점 만점일 겁니다.”     


이 답변을 두 아이가 함께 봅니다. 한 아이는 “뭐예요? 이건 사기잖아요.”라고 반응을 하는 반면, 다른 아이는 “나미야 아저씨 역시 대단해요!” 라며 눈을 반짝입니다. 답장을 가만히 응시하는 아이의 눈이 사뭇 진지합니다.      

영화의 후반에 노인이 된 나미야 유지는 타인의 인생에 자신이 잘못 개입했을지도 모른다는 불안함으로 자신의 고민상담이 그들의 인생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보내달라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눈빛이 빛났던 아이는 아이들 스스로에 관한 문제를 내는 초등학교 선생님을 거쳐 교장선생님이 되어있습니다. 같은 고민상담 내용을 보고 다르게 받아들이는 두 아이를 보여주며 감독은 ‘조언 자체가 인생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그 조언을 받아들이는 사람의 선택에 의한 것’이라고 말합니다. 나미야 유지를 위로하며 관객에게 말을 건넵니다.


질문에 대한 가장 좋은 답은 질문을 떠올린 본인에게 있습니다. 고민상담을 하는 행동은 사실 자신의 결정에 대해 응원과 지지를 받고 싶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인생을 살면서 수많은 선택을 합니다. 그 선택이 미래에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선택하는 순간에는 알 수 없기에, 마음이 보내는 메시지를 잘 들어야 합니다. 내가 가장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내 인생에서 끝까지 붙잡아야 하는 것은 무엇인지를요.     


32년 후 새벽녘, 폐허가 된 나미야 잡화점에 3인조 강도 아츠야, 쇼타, 고헤이가 숨어듭니다. 잠시 후 잡화점 문 틈으로 ‘생선가게 뮤지션’이라고 이름이 적힌 편지 한 통이 떨어집니다. 호기심에 열어본 편지가 32년 전에 쓰여졌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자신들이 장난 삼아 보내는 답장이 과거에 영향을 준다는 것도 깨닫게 됩니다. 그러는 사이 또다시 편지가 도착하고, 이 곳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모두 우연이 아닌 하나의 실처럼 연결된 것임을 알게 됩니다.     


세 강도는 과거로부터 오는 편지들을 보며 기묘함을 느끼고 이 곳을 벗어나려고 뛰어 나갑니다. 신마치 거리 상점가로 들어서는데, 계속 계속 뛰어도 같은 자리를 맴돌고 심지어 안개를 뚫고 도착한 곳은 나미야 잡화점 앞입니다. 그들은 다시 건물 안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이 장면을 가만히 보면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한 장면과 오버랩이 됩니다. 애니메이션에서 치히로가 센이 되기 전 신들의 세계에 들어가게 될 때 어둠이 밀려오며 음식점이 늘어서 있는 길을 따라 등불이 순차적으로 켜지게 됩니다. 이 장면은 터널 안과 바깥의 시간이 다르게 흐르고 ‘이제 다른 세계가 펼쳐지게 된다는 것’을 관객들이 인식할 수 있도록 보여주는 장치입니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에서도 신마치 거리 상점가에 순차적으로 켜지는 전등으로 기묘한 느낌을 관객에게 전합니다.      


‘자 이제 시간이 다르게 흐릅니다. 과거와 현재가 연결됩니다.’     
생선가게 뮤지션

‘생선가게 뮤지션’이 음악인으로 사는 것을 반대했던 아버지가 쓰러져서 병원에 입원합니다. 죄책감과 책임감으로 아버지에게 생선가게를 물려받겠다고 말합니다. 아버지는 물려주지 않겠다고 합니다. “세상에 네 발자국을 남기고 오라”고. 그리고 시간이 흘러 마루코엔 고아원에 재능기부 공연을 가서 한 소녀를 만납니다. 음악을 포기하지 말라는 소녀의 말에 ‘포기하지 않아. 내가 믿는 길을 가겠다고 아버지와 약속했다’는 말을 하며 클로즈업이 됩니다. 역광은 마치 그의 몸에서 빛이 나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킵니다. 그날 밤 마루코엔 고아원에 불이 납니다. ‘생선가게 뮤지션’은 불길 속에서 소녀의 동생을 구하고 자신은 건물을 빠져나오지 못합니다. “아버지, 저 (세상의) 싸움에서는 졌지만, 세상에 발자국을 남겼어요”      


나미야 잡화점에 숨어든 3명의 강도 중 한 명인 아츠야는 건물의 밖과 안의 시간이 다르게 흐르고 있다는 것을 눈치채고 밖으로 나가서 문 틈으로 빈 종이를 넣어봅니다. 종이는 안으로 들어오지 않고 과거의 나미야 유지에게 전해집니다. 빈 종이가 고민 상자에 담긴 것을 의아한 표정으로 바라보던 아저씨는 펜을 들고 쓰기 시작합니다. 영화의 마지막 즈음 아츠야는 과거로부터 온 나미야 유지의 상담편지를 받게 됩니다.


당신의 미래는 아직 백지입니다.
백지이므로 그 어떤 미래도 그려 넣을 수 있습니다


아츠야는 전해지지 않을 답장을 씁니다. “당신이 이제 이 편지를 받을 일은 없겠죠. 하지만 어딘가에서 지켜보고 계시리라 믿습니다. 사람을 믿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름 모를 아무개 올림.” 이 편지는 아츠야가 스스로에게 하는 다짐입니다. 잘못에 대한 벌을 받고 정직하고 성실하게 자신의 백지를 그려나가겠다는 빛나는 결심이 얼굴에 차오릅니다.      


영화에 나오는 모든 사건들은 마루코엔과 관련이 있습니다. 나미야 유지도, 세 강도도, 고민 편지를 보내는 주인공들도 마루코엔에서 지냈거나, 직간접적으로 마루코엔과 인연이 닿아있습니다. 마루코엔의 설립자인 아키코와 나미야 유지의 이루어지지 않은 사랑은, 신분이 낮은 나미야 유지가 신분이 높은 아키코를 위해 떠나면서 끝나는 듯했지만, 진실했던 그 마음은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되어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기적을 만들어 냅니다.      


마루코엔과 관련된 모든 인연들이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나미야 잡화점으로 연결됩니다. 시작은 나미야 유지였지만 기적을 이어가는 것은 바로, 현재를 살아가는, 마치 희망이 없어 보이는 세 청년들입니다. 자신들이 미래의 지식으로 도움을 주었던 마루코엔 출신의 ‘길 잃은 강아지’는 마루코엔을 돕고, 그들이 장난처럼 시작했던 고민상담은 과거의 어느 시점에 영향을 분명히 주어 그로 인해 미래이자 현재인 시점에 ‘길 잃은 강아지’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나미야 잡화점에서의 기묘한 밤이 지나고 세 강도는 행동에 대한 책임을 지기로 선택합니다. 경찰이 지키고 있는 범행 현장으로 뛰어갑니다. 몇 년 후 그들은 어린 시절 꿈 카드에 적은 대로 항공기술자, 요리사, 물리치료사가 되었습니다. 나미야 유지의 답장처럼 ‘그들의 인생 도화지에 그려진 빛나는 그림’입니다.    

 

영화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에서 감독은 두 가지 장치로 우리에게 메시지를 전합니다. 그림을 통해서 또 한 가지는 세리의 노래 ‘REBORN' 가사를 통해서.


마루코엔에 불이 나기 전 원장과 ‘생선가게 뮤지션’이 세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이 곳에 오기 전에 부모에게 학대를 당했고 동생은 마음을 닫아서 누나 말고는 말을 하지 않는다고.  관객의 정면에 그림이 하나 걸려있습니다. 두 사람이 손을 마주 잡고 하늘에 떠 있습니다. 주위에는 흰 새들이 날고 있고 큰 무지개가 하늘에 걸려있습니다. 감독은 영화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의 비밀을 담은 것 같은 이 그림을 무심하게 이스터에그’(Easter Egg)처럼 넣어 두었습니다. 그림 속에서는 나미야 유지와 아키코의 영혼(으로 추정되는)이 만나 웃고 있습니다.


행복한 결말을 예상할 수 있는 무지개가 있고 배경은 조각조각난 스테인드글라스 같은 문양입니다. 각 각의 한 조각은 의미가 없는 듯 보이고 한 조각만 떼어서 보면 무슨 모양인지 모르겠지만, 연결해서 큰 그림으로 보면 알 수 있는 것. 우리의 인생을 말하는 듯합니다. 힘들기만 하고 쓸데없는 것 같고 실패한 것 같지만 수많은 점 같은 순간들이, 연결해 보면 의미 있는 하나의 큰 그림이 되어 있는 것을 우리는 인생 속에서 기적처럼 발견합니다.


[REBORN]

삶이 무엇인지 가르쳐준 당신을 잊지 않아요.

너무나 소중한 사랑의 유품에 쓸쓸함은 어울리지 않아요.

살며시 미소 지어요.

눈물에 젖은 밤을 꼭 껴안아요.

당신은 항상 내 곁에 있어요.

눈에 보이지 않는 힘으로 마음을 떨리게 만들어요.

언젠가 또다시 또다시 만날 때까지

잠시 이별이에요.

이제 당신을 만질 수는 없어요.

하지만 항상 느끼고 있어요.

우리가 살았다는 증거를 입술에 말을 싣고

당신을 대신해서 노래해요. 목소리가 나올 때까지.

우리는 모두 어디서 왔을까요?

생명의 배를 타고 어디로 가는 걸까요?

당신으로부터 내게로

나는 또 누군가에게로

마음을 잇기 위해

슬퍼하지 말아요.

고개 숙이지 말아요.

뒤돌아보지 말아요.

두려워하지 말아요.

멈추지 말아요.

포기하지 말아요.

그렇게 살아가고 싶어요. 당신처럼.

당신은 어느 날엔가 다시 되살아나서

당신은 어느 날엔가 다시 되살아나서

영원한 어딘가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겠죠.      


이 곡은 생선가게 뮤지션의 곡에 세리가 가사를 지었습니다. 화재현장에서 세리의 동생을 살리고 죽은 ‘생선가게 뮤지션’을 기억하며 부르는 노래입니다. 이 가사를 영화 밖에서 바라보면 아키코와 나미야 유지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아키코는 독신으로 살며 마루코엔을 만들고 그곳을 돌보며, 육신이 함께하지 않았지만 평생을 나미야 유지와 동행했습니다. 나미야 유지는 잡화점을 운영하고 고민상담을 하며 그의 일생을 통해 아키코와 연결되었습니다. 서로의 존재가 인생에서 중요한 의미였고, 그것이 그들의 삶에서 누군가를 돕고 좋은 영향을 주는 동력이 되었습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Reborn이었습니다.      


당신의 인생에서도 REBORN의 의미를 찾게 되기를, 그리고 인생 도화지에 그리고 싶은 그림의 시작점을 찍게 되기를 바랍니다.            

        


영화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에서 건져 올린 질문들입니다.     


* 시간이 평소와 다르게 흐른다고 느낀 적이 있나요? 있다면 언제인가요?

* 내 안의 생선가게 뮤지션은 어떤 고민이 있나요? 어떤 답을 원하나요?

* 죽어서라도 만나고 싶은 그리운 이가 있나요?

* 그 사람을 생각하며 사는 것이 내 인생의 방향에 어떤 영향을 주나요?

* 내가 살아온 인생길에서 어떤 기적을 만났나요?

* 과거와 현재가 매우 정교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느껴진 경험이 있나요?

* 어떤 기적이 일어나기를 원하나요?

* 우연이 아니라 운명이었다고 느껴진 적이 있나요?

* 내가 남기고 싶은 발자국은 무엇인가요?

* 내가 믿는 길은 어떤 길인가요?

* 내가 마지막의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믿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요?

* 나를 믿고 나아간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요? 그것은 나에게 왜 중요한가요?

* 나의 인생 도화지에 어떤 그림을 그리고 싶나요?

* 함께 그리고 싶은 이가 있나요?

* 그 사람과 함께 그리는 그림은 내 인생에서 어떤 의미가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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