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모아나
"내 마음은 자꾸 다른 길을 가네.
바다와 하늘의 경계가 날 부르네.
바람이 이끌어.
아득히 저 너머로."
_모아나 <모아나>
Q. 자꾸만 내 마음이 향하는 곳이 있다면 어디인가?
A. 작년 8월 나의 대답은 스페인이었다. 특히 바르셀로나의 보르네지구. 호프만 베이커리에서 갓 구운 마스카포네 크로와상을 사서 카페 엘 마그니피코의 꼬르따도와 같이 마시던 그 날의 그 장면으로 나는 계속 돌아가고 있었다. 피카소 미술관 골목을 어슬렁 거리다가 근처 식당에서 타파스 몇 개로 요기를 하고 야외 벤치에 앉아서 그림도 그리고 글도 쓰는 그런 장면. 신기하게도 그렇게 해서 나온 내 책이 '영화에서 건져 올린 질문' 이야기일 것이라고 썼다. 작년의 나는 한국에 있지만 영혼은 온통 스페인을 헤매고 있었다. 무슨 말이 적혀있는지 하나도 몰라도 그냥 좋았던, 여성작가를 위한 무헤르 서점에 내 책이 꽂혀있는 상상을 하며.
지금 나의 마음은 온통 책이다. 정확하게는 책이 떠날 여행을 상상하고 있다. 나의 시선을 담고 여행하며 어떤 이들을 만나 어떤 생각과 마음을 만나게 될까? 기대되고 설렌다. 책이 여행하는 흔적을 수묵담채화로 나타내면 재밌는 장면이 연출되겠다. 머무르다가 파장이 일어났다가 이동하고 또 여러 색으로 물들고 번지고. 이왕이면 누군가의 마음을 위로하고 따뜻하게 안아주면 좋겠다.
나는 어쩌면 연결과 소통, 융합과 반응을 원하나 보다. 나의 마음을 담은 편지 같은 책이 누군가의 마음에 노크하고 만나고 반응해서 일어날 어떤 일들을 기대하고 있다. 사실 영화는 우리를 위로하지 않는다. 영화에서 무엇을 발견하고 그것으로 마음을 위로하는 것은 우리들 자신이다. 나는 내 글이 영화와 우리들의 마음을 잘 연결할 수 있도록 좋은 촉매가 되기를 원한다.
'처음'이 붙은 모든 경험은 아드레날린을 과다 방출시킨다. 심장이 쫄깃한 것 같기도 하고 파스를 붙인 듯 화하다. 나의 감정 주머니를 100이라고 보면 90은 긍정적인 감정들이 톡톡 터지듯 이리저리 반응하고 움직인다. 10은 걱정과 우려다. 어쩌면 10보다 더 적기도 하고 많기도 한 요동치는 그 마음. 이 마음 또한 좋은 만남을 기대하는 마음의 부산물이다. 글이 마음을 온전히 다 담지 못해서 혹시라도 전달이 덜 될까 봐, 하는.
이제 곧 나의 생각과 마음이 문자가 되어 종이에 인쇄되어 나온다. 모니터 안에서 홀로 고독한 시간 내 눈에만 보이던 글이 내 손을 떠나 다른 책들과 만난다. 서점에서 만난 책들은 서로의 언어로 어떤 이야기를 나눌까 문득 궁금하다. 비하인드 스토리를 비밀 이야기하듯 말하려나? 아니면 저자가 어떤 사람인지 미주알고주알 전하려나? 말도 안 되는 상상을 하며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책이 떠날 여행을 응원한다. 건강한 에너지를 복주머니에 담아 두 손 가득 쥐어 떠나보내야겠다. 여행하며 종종 바람에 소식이 들려오면 좋겠다. 누구를 만나서 어떤 마음과 만났는지. 어여쁜 마음과 따뜻한 생각이 실려오기를.
덧, 첫 책 <영화가 나를 위로하는 시간>은 4월 중에 와디즈에 펀딩으로 먼저 세상에 나올 예정이예요. 펀딩을 마치고 펀딩에 참여하신 분들이 받아보신 후 6월 혹은 7월에 서점에서도 만날 수 있습니다.
<하루 10분, 영화에서 건져 올린 질문으로 글쓰기> 프로젝트를 진행합니다. 하루 10분, 질문을 보고 떠오른 생각을 인스타그램에 매일 정리합니다. 그 글들을 씨앗 삼아 브런치에서 하나씩 심어 보기로 했습니다. 나도 몰랐던 나를 알게 되는 과정이 되리라 기대합니다.
<하루 10분, 영화에서 건져 올린 질문으로 글쓰기> 100일 글쓰기 5기 모집중입니다.
함께 글써요,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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