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나는 늘 같은 곳에서 무너질까
사람이 달라져도,
내 연애는 늘 비슷한 지점에서 흔들렸다.
처음에는 상대의 문제라고 생각했다.
맞지 않는 성격 때문이거나, 어긋난 타이밍 때문이거나, 그저 운이 좋지 않은 거라고 여겼다. 그래서 사람을 바꾸고, 환경을 바꾸고, 때로는 만나는 방식을 바꿔봤다. 하지만 결국 마주하게 되는 건 익숙한 공허함과 후회였다.
돌이켜보면 내가 반복적으로 맞닥뜨리는 감정의 풍경이 있었다.
상대의 작은 행동이나 말 한마디에도 불안해지고, 혼자서 수없이 곱씹고 또 곱씹었다.
한 번 상처받으면 오래 머물렀고, 상대의 애정 표현에도 의심과 걱정을 거두지 못했다.
가까워지면 부담스러워 한 발 뒤로 물러났고,
멀어지면 그냥 그렇게 두고 싶었다.
하지만 결국 혼자 남겨질 것이 두려워졌다.
그런 모순적인 감정은 연애와 자존감을 동시에 무너뜨렸다.
남들이 보기엔 매번 우연처럼 보였겠지만,
사실 우연이 아니었다.
어쩌면 나도 알고 있었다.
내 안엔 오래전부터 자리 잡은, ‘보이지 않는 감정 습관’이 있었다.
애착이라는 말은 생소했지만,
무의식적으로 배워온 감정의 문법이 있었다.
어릴 적부터 누군가의 사랑을 얻기 위해 지나치게 노력했거나,
상처받지 않기 위해 마음을 감추는 법을 터득했다.
그 감정 습관은 성인이 되어서도 나를 지배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도,
결국 내 안의 감정 습관이 같은 방식으로 작동하면서 같은 결말을 만들어냈다.
그래서 매번 같은 자리에서 넘어졌고,
같은 지점에서 끝냈다.
늘 회피했고, 늘 합리화했다.
연애가 끝나고, 홀로 남겨졌을 때
나는 매번 똑같은 질문을 했다.
‘왜 또 이렇게 끝났을까?’
‘왜 나는 똑같은 실수를 반복할까?’
‘왜 표현하지 못했을까’
나도 알고 있다. 실수는 아니었다. 혼란이었다.
그저 내 감정의 습관을 몰랐을 뿐이다.
내 안의 ‘애착의 그림자’를 알아차리지 못한 채
매번 같은 방어적 태도를 반복했기 때문이었다.
사람은 바뀌었고, 환경도 바뀌었지만, 내 안의 습관은 그대로였다.
많은 것이 바뀌었지만, 내 연애는 늘 같은 방식이었다.
어쩌면 나는 나의 채워지지 않은 결핍을 마주하는 것이 가장 무서웠던 것이 아닐까
이제야 깨닫는다.
내가 변하지 않으면, 내 연애도 변할 수 없다는 것을.
연애는 상대와의 만남이기도 하지만,
결국 나와의 만남이었다.
내가 반복해온 감정의 패턴,
보이지 않던 습관을 이제는 직시할 때였다.
다음에는, 조금은 다를 수 있을까.
같은 자리에서 또 넘어지지 않을 수 있을까.
애착의 그림자를 알아차리는 일은,
이제 막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