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 파괴자(?)
요즘 산책할 맛이 난다. 걷고 있으면, 꽃눈이 내린다.
불현듯 몇 백 년 전 전쟁터에 끌러간 내 남편, 내 아들 위해서 불공을 드리러 산을 오르는 아낙네가 된 기분이 들었다.
전쟁이 많았던 우리네 여인들은 참 많이도 산을 올랐겠구나,라는 생각이 뒤따른다.
그러다가 우리 선조들은 "사계절을 경험했기 때문에 그 험난한 세월을 이겨낼 수 있었나."라는 생각에 도달했다.
우리는 꽃이 지면, 다시 필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다. 죽을 것 같이 삐쩍 마른나무도 봄이면 새싹을 틔우고, 꽃을 피운다.
아무리 힘들고 괴로워도 언젠가는 괜찮아진다는 것을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알고 있는 게 아닐까?
겨울이 가면 봄이 온다는 걸 알고 있는 것처럼.
예쁘게 올라오는 새싹들 위로 조심스럽게 떨어지는 꽃잎을 보면서, 나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