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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다서영 May 13. 2023

중학교 일기장 속 "시"

그리고 한결같은(?) 내 모습

https://brunch.co.kr/@yundaseoyoung/104


중학교 때 쓰던 일기장 속에 들어 있는 몇 편의 시를 올려봅니다.

중학교 1학년 때, 아주 잠깐 시인을 꿈꿨던 적이 있었는데, 그때 쓴 "시"인 듯합니다.


<일 기>


한 줄 한 줄 쓸 때마다

그날의 기쁨

낮에는 해님과 놀았던 일을

밤에는 달님과 기쁨을 나누죠


한글 한글 쓸 때마다 

그날의 추억

낮에는 친구와 놀았던 일을

밤에는 식구와 추억을 나누죠


<밀짚모자>


아가의 밀짚모자가 바람 타고 훨훨 날아갑니다

앙앙 울며 뒤쫓던 아가는 기운이 없는지 기어서 갑니다

밀짚모자는 집 없는 까치의 집이 되어 아가를 보며 웃고 있습니다

아가도 같이 웃으며 밀짚모자와 헤어져 걸어옵니다


<고드름>


처마 끝에 고드름 

요리 뛰며, 저리 뛰며 재주 부리니


눈사람 아저씨, 바람 아줌마, 얼음 아가씨

눈가에 웃음 지으며, 고드름을 쳐다보는데


해님이 무슨 일인가 고개를 방긋 내밀자

모두들 소리 없이 사라지지요


<네가 오길>


나에게 다가오는 걸 꺼려했던 나

그러나 소리 없이 다가온 너


웃지 말라고 했던 나

그러나 웃어준 너


네가 좋아지려는 나

그러나 소리 없이 사라진 너 


<네가 오길>은 갑자기 사라져 버린 집에서 키우던 강아지를 그리워하며 적은 시입니다. 많이 그리워했었나 봐요. 한편 더 있더군요. 이건 제목도 없는 거 보니 "시"로 썼다기보다 그냥 그리운 마음을 일기장에 끄적였던 거 같아요. 처음으로 집에서 키웠던 강아지라서 애틋했던 기억이 납니다.


쫑긋한 귀에 촉촉한 코, 하얀 피부에 갈색 점

너는 비록 먹고 자고 노는 강아지였지만, 우리는 한가족

언제까지 한가족인 줄 알았는데, 네가 떠난 이 집, 너무 쓸쓸하다


일기장 속의 나는 지금의 나와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더군요. 단지, 환경과 상황만 바뀌었을 뿐, 사람에 대한 생각이나 감정 표현, 고민하는 방법들이 지금과 많이 비슷했습니다. 특히 2학년때는 1학년때를 3학년때는 2학년때를 그리워하면서 쓴 일기는 계속 과거만 생각하고 현재에 머물지 못해서 괴로워하던 최근의 내 모습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나는 참 한결같은 사람이었습니다.(ㆆ_ㆆ) 현재를 똑바로 볼 수 있는 사람이 되기까지 거의 30년이란 세월이 걸렸으니까요. (아직도 많이 부족하지만요)


그래도 일기장을 통해서 잠시나마 풋풋했던 어린 시절을 떠올릴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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