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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다서영 Sep 26. 2023

엄마의 말버릇 "아니!"

엄마의 말버릇 중 하나인 "아니!"


엄마는 무슨 말만 하면 습관처럼 "아니"를 먼저 외친다.

그런데 엄마의 "아니"는 우리가 알고 있는 "아니"와는 조금 다르게 쓰이고 다.


"엄마, 짜파게티는 파김치랑 먹어야 맛있대."

"아니. 짜파게티는 파김치를 척 올려서 먹어야 맛있어."

"...."


약간 이런 식이다.


위와 같은 상황이 반복되다 보니까, 어느 순간부터 엄마의 "아니"에 크게 의미를 두지 않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퇴근길에 사 온 방울토마토를 먹으면서, 엄마와 대화 중이었다.

"엄마, 방울토마토 진짜 맛있다."

"맛있으면, 많이 먹어."

"그런데, "

"아니!"

(⊙_⊙)? 나는 말을 꺼내기도 전에 "아니"를 외친 엄마를 빤히 쳐다보았다.

"뭐가 아니야? 나 아직 아무 말도 안 했는데?"

"나보고 방울토마토 먹으라고 말하려던 거 아니었어?"

나는 '방울토마토 껍질이 조금 질기네'라고 말하려던 참이었다.

"이제는 예측까지 해서 답을 하는 거야?"

엄마는 민망한 지, 허허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나는 말이 나온 김에 해야겠다는 생각에 "엄마, 그런데 '아니'라는 말을 왜 그렇게 많이 쓰는 거야? 무슨 말만 하면, 자동으로 '아니'가 나오잖아. 왜 그래요?"

엄마는 내 말에 고개를 갸우뚱한다.

"내가?"

역시 습관이었나 보다. (ㆆ_ㆆ)

엄마는 본인이 "아니"라는 말을 자주 쓰는 걸 모르시는 것 같았다.


그런데 나는 엄마가 왜 그러는지 조금은 알 수 있을 것도 같다. 지금은 아니지만, 예전의 아버지는 본인의 말에 토를 다는 사람들을 극도로 싫어했었다. 그 대상은 엄마도 포함이었다. 엄마의 말은 시작하기도 전에 잘려버리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내심 쌓인 게 많았을 것이다.


그러고 보니 엄마는 유독 아버지와 대화할 때 "아니"를 자주 외치신다.


젊었을 때 하지 못했던 말을 한꺼번에 몰아서 하시는 중인 건가?


(그래도 엄마, 예측은 아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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