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집도 마찬가지겠지만(?) 우리 집 역시 시원하게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큰 소리가 자주 들려온다.
특히, 고기 등 육류를 먹고 난 후에는 100%다.
"뿌아앙!"
그럴 때마다 아버지는 엄마를 향해 "아이고, 당신 아주 시원하게 뀌네."라며 어설픈 연기를 시작한다.
처음에는 엄마도 발끈했다. 하지만, 이제는 그냥 듣는 둥 마는 둥 하신다.
며칠 전, 방에 앉아 있는데, 역시나 아버지의 시원한 방귀 소리가 들려왔다.
그런데, "아이고, 깜짝이야. 왜 그래? 오늘 속 안 좋아?"라는 평상시와는 다른 아버지의 걱정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뭐지? 나는 큰 소리로 외쳤다.
"엄마가 뀐 거야?"
엄마는 아무 대답이 없다. 나는 엄마라고 확신했다.
"웬일이야. 아빠가 뀐 줄 알았잖아. 엄마 어디 안 좋아?"
평상시 잘 안 뀌던 엄마라 걱정이 된 것이다.
내 말에 엄마는,
"어이구, 네 아빠가 또 쓸데없는 소리 한 거야." 라며 소리쳤다.
"무슨 말이야?"
"네 아빠가 뀐 거라고!"
"... 진짜? 와! 나 깜박 속았네. 아빠 연기 왜 이렇게 늘었어."
내 말에 아버지가 껄껄 숨이 넘어갈 듯이 웃기 시작했다.
젠장할, 뭔가 당한 기분이다.
하지만, 오랜만에 보는 아버지의 호탕한 웃음소리에
조용히 넘어가기로 했다. (그런데 뭐가 그리 웃긴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