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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다서영 Jan 09. 2024

불안 불안한 간병인

그냥 집에 가시면 안... 될까요?

간병인 : 반찬 넣어 온 봉지 어디 있는지 알아?

환자 ; 저기 선반에 있는 거 아니야?

간병인 : 수저가 안 보이네.

환자 : 저기 저 위에 있잖아.

간병인 : (즉석 음식)  이건 어떻게 먹는 거냐?

환자 : 전자레인지에 넣고 2분만 돌리면 돼. 아, 뜨거우니까 그냥 가져오면 안 돼. 이거 가져가.

간병인 : 근데 이건 어떻게 여는 거야?

환자는 간병인을 빤히 쳐다보다 말했다.

환자 :...... 엄마, 그냥 집에 가면 안 될까? 


2024년 새해 첫 주.

나는 병원에 입원했다. 갑상선 암 진단을 받은 지 한 달 반 만이었다. 엄마가 간병을 자처했기에 (솔직히 엄마 외에는 없었어요ㅜ) 나는 칠십이 넘은 엄마의 간병을 받아야 했다. 엄마도 몸 컨디션이 좋은 상태가 아니었기에 솔직히 걱정이  앞섰다. 속내를 내비쳤더니 엄마는 수술날짜가 잡힌 날부터 열심히 몸 관리를 하셨다.


그렇게 나는 엄마와 함께 병원에 입원했다.


수술날, 엄마는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듯 행동하셨지만, 내가 수술하는 동안 그리고 내가 수술하고 나와서 꼼짝할 수 없는 다섯 시간 동안 초긴장 상태로 계셨다. 그냥 느껴졌다.


그러다 내가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하자 긴장이 풀린 엄마는 그대로 뻗으셨다. 얼마나 깊게 잠드셨는지 의료진이 계속해서 왔다 갔다 하는데도 꼼짝도 안 하신다. 워낙에 잠귀가 밝아서 작은 소리에도 벌떡벌떡 일어나시는 분이신데, 여린 몸이 버티질 못한 것 같았다.


그래서 깨울 수가 없었다. 


화장실에 가기 위해서 주렁주렁 달린 링거 줄을 모아서 미친 듯한 조심함으로 침대에 내려왔다. 고개를 돌리기가 어려웠지만, 어찌어찌 걸어갔다.

조금 지나니 이번에는 물이 마시고 싶었다. 이건 혼자서 어려울 것 같아서 조심스럽게 엄마를 깨웠는데, 아무리 건드려도 일어나지 않으셨다. 순간 식겁한 마음에 가까이 다가갔는데 옅게 코를 고시는 게 느껴졌다.


얼마나 피곤했으면. 그래서 또 깨울 수 없었다. 


물을 마시고, 침대 높이를 조절하고, 그리고 다시 침대로 돌아오고. 잠깐의 시간이었지만 수술한 날이라 그런지 꽤나 피곤했다. 그런데 긴장한 상태로 움직여서 그런가? 한쪽 관자놀이가 깨질 듯이 아파왔다. 진통제를 처방받고 나서야 편히 누울 수 있었다.


겨우 잠이 들려고 하는데, 엄마가 깼다. 엄마는 잠결에 나를 흔들어 깨웠다. 그리고 필요한 것을 묻기 시작했다.


"엄마, 나 필요한 거 없어요."

"아니, 그런데 오늘 수술한 사람한테 왜 아무도 안 와? 내가 가서 말해야겠어."

"세 번 왔다 갔어요. 조만간 또 오실 거예요."

"뭐? 세 번? 나는  봤는데."

"푹 주무셔서 그래요."

"물 줄까?"

"마셨어요."

"화장실은?"

"갔다 왔어요."

"그럼.  해줄까?"

"엄마, 제발 부탁인데 나 잠 좀 자면 안 될까?"

솔직히 짜증이 났다. 그래서 말이 곱게 나가지 않았다.

"그래, 그래. 어서 자."


엄마는 주섬주섬 뭔가를 정리하더니, 다시 누우셨다. 그리고 곧바로 깊은 잠에 빠져드셨다. 아마 잠깐 깨셨는데 병원이란 걸 알고 뭔가 챙겨줘야겠다고 생각하셨던 것 같다. 다시 깊은 잠에 빠져드는 엄마를 보며 한시름 놓았다.


수술하는 딸 간병시키는 것도 미안한데, 짜증 낸 것도 미안하고, 괜스레 미안한 마음에 잠 못 들고 있는데.


드르렁드르렁 푸우 으드득으드득

 

옆 환자가 코를 골기 시작한다. 잠시 후, 그 옆 환자분도 화음을 넣기 시작했다. 그리고 가장 난리가 난 건 바로 내 간병인, 우리 엄마였다!


와우, 환장의 하모니.


나는 이럴 걸 대비해서 소중히 챙겨 온 귀마개를 꺼내서 귀를 막았다. 평화가 찾아왔다.


(회복실에서 끙끙 앓으면서도 엄마가 보고 싶다는 마음에 정말 열심히 호흡을 했던 기억이 나. 엄마 덕분에 불안한 감정 없이 수술할 수 있었어.

엄마!  엄마는 옆에 계신 것만으로도 간병인 역할 다 하신 거예요. 정말 죄송하고, 사랑해요.)


몇 주 글을 못 올려서, 이렇게 생존 신고합니다. 마침 브런치에서 글 쓰라고 카톡이 오네요. ㅎㅎㅎ

다들 건강검진 미루지 말고 받으세요! 그리고 웬만한 검사는 다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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