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사귀기가 제일 쉬운 조카
일본에서 조카가 왔다(1)
일본에 살고 있는 고등학생 조카가 한국에 왔다. 놀러 온 건 아니고, 솔직히 귀양살이?
올 초에 사춘기가 온 조카와 계속해서 부딪히던 동생이 조카에게 최후통첩을 내렸다.
"방학 동안 속 썩이지 말고, 한국에 가서 한국어 공부나 해."
동생은 친구들과 노느냐고 집에 들어오지 않던 조카를 친구 하나 없는, 심지어 말도 통하지 않는 한국으로 보내버린 것이다. 이 정도면 귀양살이 맞지 않을까?
동생이 조카를 보내면서 신신당부한 한 가지가 있었다.
"언니, 00는 길거리에서 눈만 마주쳐도 친분을 쌓는 애야. 분명히 학원(한국어 학원) 가자마자 친구 사귀어서 놀러만 다닐 수 있으니까, 언니가 단속 좀 해줘."
아는 사람 하나 없는, 심지어 말도 안 통하는 아이가 놀러 다니면 얼마나 놀러 다닌다고. 부모님과 나는 동생의 부탁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다.
거기다 조카는 학원 개강 전까지 집에서 꼼짝을 안 했다. 중간중간 '심심하다.'라는 말을 웅얼거리기는 했지만, 딱히 밖에 나가고 싶은 것 같지는 않았다.
엄마랑 내가 나갈 때마다 같이 가자고 해도, 집에 있는 게 좋다며 대부분 거부했다.
엄마랑 나는 "00(동생)이 예민해서 별 거 아닌 일로 애를 쥐 잡듯이 잡은 건가? 그래서 반항이 심해진 거 아닐까?" 라며, 동생이 유달리 예민한 걸로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조카가 학원에 다니기 시작한 지 둘째 날 아침.
"이모, 오늘 학원 오지 마."
"왜? 너 혼자 버스 못 타잖아. 데리러 갈게."
"친구랑 놀 거야."
"친구? 무슨 친구?"
"학원 친구. 학원 끝나고 놀 거야."
학원에 다니기 시작한 지 겨우 하루 만에 조카는 친구를 만들어서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내향인인 할머니, 할아버지, 이모(나)는 조카의 사교성에 입을 턱 벌릴 수밖에 없었다.
(조카의 이야기는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