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인 의견으로 시간선택제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쓸데없는 직장 내 인간관계에서 조금은 벗어날 수 있다는 점이라고 생각한다.
예전의 나는 인간관계에 집착적으로 매달리던 사람이었다. 사람들의 말 한마디, 사소한 행동 하나, 심지어 얼굴의 미세한 표정까지, 예민하게 신경 쓰고 받아들였다. 매일 밤 자기 전 그날 있었던 사람들과의 일을 되새기며, 고민하고, 걱정하고, 불안해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누군가를 미워하면서도, 그 사람한테 미움받는 것을 두려워했고, 호구처럼 당하면서도 나를 싫어하게 될까 봐 거절의 말을 하지 못했다. 참 귀하고 소중한 시간을 쓸데없는 인간관계에 집중하느냐고 허비한 것이다.
그런데 나는 유독 같은 팀/과 내의 인간관계에 스트레스를 받았다. 처음에는 일적으로 얽혀있는 사람들이라서 그런 건가? 싶었는데, 그러기엔 일적으로 얽혀있지만 다른 팀 사람들과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그래서 나름 고민해 본 결과, 아마도, 대부분의 시간을 같이 보내는 사람들이라서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하루 8시간, 야근이라도 하는 날이면 밤늦게까지, 같은 공간에서 매일 같이 얼굴을 마주 봐야 하는 사람들
사소한 오해로 삐그덕거리는 일이 생기더라도, 서로 불편한 감정을 숨기지 못한 채 하루 종일 쳐다볼 수밖에 없는 사람들
같은 공간에 있고 싶지 않아도, 정해진 시간 동안은 억지로라도 같이 있어야 하는 사람들.
직장 동료는 그런 존재였다.(물론,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힘이 되는 동료들도 많습니다.)
나는 불편한 감정을 가지고 같은 공간에 하루 종일 앉아 있는 것이 정말 싫었다.
그래서 어떻게든 불편한 상황을 피하려고, 사람들이 싫어하는 행동을 하지 않으려고 노력했고, 미움받지 않기 위해서 애를 썼다.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편한 관계만 있을 수는 없는 일이었다. 분명 나랑 안 맞는 사람들은 존재했고, 그들과의 관계는 삐그덕 거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시간선택제로 근무를 시작하게 됐고, 처음에는 전일로 일할 때와 똑같이 직원들과의 관계에 예민하게 굴었다. 하지만, 직장 생활의 비중이 줄어들고, 이로 인해 불편한 상황 속에 있는 일이 점점 줄어들면서 나는 드디어 내 인간관계의 문제점에 대해서 생각할 시간을 갖게 되었다.
나는 오후에 출근한다. 그래서 오전에 직장 내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일들을 겪지 않아도 된다. 오후에 출근하면, 친한 동료들이 오전에 있었던 사건ㆍ사고(직원들과의 감정싸움 등)들을 이야기해 줄 때가 있는데, 그 자리에 없었음에 진심으로 감사했다.
또한, 점심을 같이 먹지 않으니 사적인 대화든 공적인 대화든 자주 나누지 않아서 예민해질 일이 현저히 줄어들었다. 친목 도모를 위해 일주일에 한 번씩 점심을 먹자고 한 직원이 있었다. 단호하게 거절했다. 신경 쓰이기는 했지만, 어차피 집에서 먹는 점심 우리하고 먹는 건데 뭐가 문제냐는 말에 더욱더 선을 그었다. 한 시간 일찍 출근하는 것도 황당한데, 그것도 친하지 않은 사람과의 친목을 위한 식사자리라니, 물론 예전이었다면, 마지못해 따랐을 것이다. 온종일 마주 보는 사람과의 불편한 관계는 싫었으니까.
하지만, 수많은 경험을 통해서 이제는 싫은 티를 감추지 못하고 마지못해 따라주는 것이 더 안 좋은 상황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물론, 여전히 직원들과의 불편한 상황은 반복되고, 인간관계는 어렵다. 하지만, 확실한 건, 같은 공간에 있는 시간이 줄어들면서 부딪힐 일이 적어지고, 그들에 대해, 그리고 나에 대해서 여유를 가지고 객관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는 점은 확실히 긍정적인 부분이다.
전일 근무했을 때는, 퇴근 후에도 직장 내의 문제를 풀어낼 여유도 없이 바로 잠들고, 다음날 일찍 일어나서 다시 문제가 있는 공간으로 들어가기를 반복했기에 고민은 쌓이고, 걱정은 계속해서 늘어만 갔는데,
시간선택제 근무 후, 직장 내에서 아무리 스트레스를 받고, 이해가 안 되는 상황이 생겨도, 겨우 몇 시간이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사실은 직장이 내 주요 생활 터전이 아니라는 점이다. 대부분의 희로애락이 직장에서 이루어지는 건, 바로 시간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일찍 퇴근해서 학원을 다니고, 운동을 하고, 다른 사람을 만난다고 해도 대부분의 시간은 직장에 매여 있다.
시간선택제 근무 후, 그런 관계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날 수 있어서 좋았다. 내게 있어서 직장은 내 모든 것이 이루어지는 장소가 아니고, 그저 하루의 일부분을 보내는 곳이란 사실을 이제야 받아들인 것이다.
지금은 직장 동료라는 타이틀 아래 행해지는 무례함이 보일 경우, 나는 당당하게 부당함에 대해서 말한다. 예전이었다면 상상도 못 할 일이다. (시간선택제 근무 초반에는 근무시간이 짧아서 많이 도와줄 수 없는 것에 대한 미안함에 무리한 요구도 다 들어주곤 했었다.)
우선, 이 정도만으로 인간관계에서 내 삶의 질은 확실하게 달라졌기에 만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