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세상은 무서웠다
나는 신이 궁금했다.
나는 "내가 간절하게 신을 찾기 시작했던 처음"을 기억한다.
초등학교 때, 동네 뒷산에서 누가 자살을 했다. (자살인지, 타살인지는 확실하지 않음.) 동네로 경찰차와 구급차가 들어왔고, 호기심 가득한 어린아이였던 나는 집에서 나오지 말라는 엄마의 말을 무시하고, 사람들이 몰려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평생 지워지지 않을 한 장면을 목격하고 말았다. 하얀 천으로 꽁꽁 싸맨 무언가를 들고 가는 구급대원들의 모습.
그날 밤, 나는 하얀 천이 갑자기 벌떡 일어나서 나를 쫓아올 거 같은 공포감에 사로잡혀서 도저히 눈을 감을 수 없었다.
그때 신을 찾았다. 당시 같이 살고 있던 고모가 교회를 다니고 있었기에 집에는 성경책이 있었고, 나는 성경책을 집어 들고 뭔지도 모르는 신께 도와달라고 간절히 기도했다. 죽음은 공포였고, 죽은 사람은 두려움이었다. 어린 나이였지만, 나를 도울 수 있는 건 눈에 보이지 않는 "신" 밖에 없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 이후, 나는 인형 대신 성경책을 안고, 어디 선가 보고 기억했던 성호를 그으며 잠들곤 했다.
내가 보낸 어린 시절은 "응답하라 1988" 딱 그 시대였다. 즐겁고 행복했던 기억도 많았지만, 두렵고 무서운 기억도 정말 많았다. 버스 안에서 담배 냄새 때문에 콜록거릴 때마다 무섭게 노려보던 사람들, 짧은 치마를 입은 언니들을 졸졸 쫓아가서 추행하던 사람들, (성추행은 지금 생각하면 공포스러울 정도로 어린 내 눈에도 많이 보였다. 당시 초등학교 저학년 밖에 안 된 나도 성추행을 당했을 정도였으니.) 하루가 멀다 하고 온 동네 떠나가라 소리 지르며 싸우는 사람들, 어린 내 쌈짓돈도 털어가던 중 ㆍ고등학생 언니 오빠들 등등
그래서 그랬을까? 나는 밖에 돌아다니면서 사람들과 부딪히는 걸 좋아하지 않았다. 그냥 가만히 앉아서 하늘을 바라보는 게 제일 좋았다. 구름은 시시각각 변하는 모양으로 나한테 말을 걸었고, 달은 나한테 방아 짓는 토끼를 보여주며 놀러 오라고 했다. 어린 시절 기억 속에서 구름과 달은 확실하게 나에게 말을 걸었다. 물론, 어린아이의 상상이었겠지만, 그들은 내 가장 친한 친구들이었다. 그래서 어린 시절 꿈은 우주비행사였다. 친구들을 만나러 갈 수 있는 유일한 직업이라고 생각했다.
하늘 위 친구들과 어울리는 걸 좋아했던 나에게 "뒷 산의 하얀 천" 사건은 나를 더욱더 세상과 멀어지게 만들었다.
그 이후, 나는 교회와 성당에 다녔다. 중학교 때인지 고등학교 때인지, 성당과 교회는 다르다는 말을 듣고는, "왜 다른데."라고 물었던 기억이 날 정도로 나는 교회며, 성당이며, 그들이 믿는 신에 대해서 정말 무지했다. 그저 세상의 두려움을 없앴을 수 있는 건, 오로지 눈에 보이지 않는 "신"밖에 없다고 생각했기에 다녔다. (지금은 교회도 성당도 다니지 않는다.)
하지만, 세상은 계속해서 나에게 새로운 하얀 천을 보여줬고, 나는 또다시 두려움을 이겨낼 무언가를 찾아 헤매기 시작했다.
(앞으로 그 여정을 풀어나가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