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렇게 해외로 나가고 싶었을까?

나는 신이 궁금했다.

by 윤다서영

왜 해외에서 살고 싶었을까? 계기는 딱히 생각이 나지 않는다. 영화? 드라마? 이유야 어찌 되었든, 이십 대 내 머릿속에는 외국에 대한 환상으로 가득 차 있었다.

아일랜드에서 6개월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이 잘 되지 않았다. (취업했던 선배들도 권고사직을 받고 다시 학교로 돌아오던 시기였다.) 하지만, 놀고 있을 수만은 없었기에 나라에서 지원하는 교육을 받으러 다녔고, 운이 좋게도 수료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일자리를 구할 수 있었다.


직원 수가 몇 명 안 되는 작은 회사지만, 좋은 동료들을 만났기에 즐겁게 다녔다. 그러나 역시나 작은 회사는 불안했다. 나는 정확히 일 년 뒤, 권고사직을 받았다. (당시 같이 다녔던 직원들과는 이십 년이 지난 지금도 친하게 지내고 있을 정도로 회사 분위기는 좋았기에 아쉬웠다.)

한편으로는 권고사직이 해외에 나갈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더는 직장을 구하지 않고 일 년 정도 프리랜서로 일했다. 그렇게 2년 동안 모은 돈을 가지고 이십 대 중반 아일랜드로 떠났다. 엄청난 환상을 가지고 떠난 첫 해외였다.


떠나기 몇 개월 전부터 내 심장은 설렘으로 요동쳤다. 밤잠을 설칠 정도로 기대가 컸다. 나가기만 하면 인생을 바꿀 다이내믹한 일이 계속해서 일어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무 일 없었던 6개월은 빨리 지나갔고, 나는 이제 좀 재미있어지려나 할 시기에 들어와야 했다.


역시 6개월은 짧아. 일 년은 살아봐야지!


그 후, 프리랜서로 잠깐 일하다가 사정이 안 좋아져서, 다시 작은 회사에 취업했다. 정말 열심히 돈만 모았다. 하지만, 작은 회사들은(직원이 5~10명 사이의 회사들이었다.) 오랫동안 다니기가 힘들었고, 나는 계속해서 옮겨 다니면서 직장 생활을 해야 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서른이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회사를 다녔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회사가 망해서 그만둔 경우가 두 번이었고, 월급을 못 받아서 그만둔 경우도 있었다. 아마도 나는 당시의 경험으로 안정적인 직장을 갈구했는지도 모르겠다.

독일에서의 일 년


우여곡절을 겪으며 어느 정도 돈을 마련한 나는 이십 대 후반 드디어 일 년을 해외에서 살기 위해 독일 베를린으로 향했다. 환상만 가지고 떠났던 아일랜드때와는 마음가짐이 달랐다. 외국에 대한 환상은 사라진 지 오래였다. 그리고 험난한 20대를 보내면서, 이번이 내가 해외에서 살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했다. 독일에 있는 일 년 동안 나는 매 순간 "지금을 즐겨야 해", "많이 보고, 많이 느껴야 해",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 있으면 안 돼" 등등 끊임없이 나를 닦달했다. 나는 그 일 년의 소중함을 무의식적으로 알고 있었던 것 같다.


정말 세상에 대한 근심 걱정 하나 없이 보낸 일 년이었다.


그런데 정말 신기하게도 나는 매 순간 행복했던 여기서도 "신"을 떠올리게 할 사람을 만났다. 이십 대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나는 또다시 성경책을 손에 들기 시작했다. 어렸을 때의 기억 때문인지 이십 대 때의 나는 두려움이 몰려오면 성경책을 찾았다. 그리고 무슨 의미인지도 모르면서, 그냥 소설책 읽듯이 읽었다. 그래서 성경에 대해 궁금증이 많던 시기였다. 내가 제대로 읽고 있는지 확인받고 싶었던 것이다.


그러던 중 독일에서 우연히 한국 유학생 한 명을 만났다. 당시 내가 휴대폰이 없어서 공중전화를 사용하고 있었는데, 한 동양 여자가 머뭇거리며 다가오더니 내게 말을 걸었다.

"혹시 한국인이세요?"

"와. 네. 한국인이에요. 반가워요."

나는 그녀를 열렬하게 반겼다. 해외에서 만난 한국인은 모두 내 가족 같고 친구 같다더니, 길거리 한가운데서 들리는 한국말에 나는 완전 무장해제됐다. 특히, 나에게 말을 건 그녀는 한눈에 보기에도 맑고 선해 보였기에 나는 경계심을 쉽게 풀었다.


나는 처음 만난 그녀와 많은 대화를 나눴고, 그녀가 신학 대학생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자연스럽게 성경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고, 그녀는 내게 "제가 성경 공부 시켜드릴까요?"라고 물었다. 나는 흔쾌히 좋다고 했다. 신학 대학생한테 성경을 배운다고? 안 그래도 배우고 싶었는데, 이런 기회를 마다할 리가 없었다.


그렇게 우리는 몇 개월쯤 성경 공부를 했다. 나는 성경에 대해서 완전 백지상태였기에, 그녀의 말을 정말 스펀지처럼 빨아들였다.


다른 내용은 전혀 기억이 안 나는데, 요한 계시록 부분은 조금 기억이 난다. 그녀는 내가 14만 4천 명이 되어야 한다(?) 뭐 이런 이야기를 했던 것 같다. 그리고 성경 공부가 끝나갈 쯤에 누군가를 소개해 준다고 했다. 만나면 만날 수록 그녀는 정말 순수하고 맑은 마음을 가진 사람이었고, 나는 그녀를 철석같이 믿었기에, 그녀가 소개해준 누군가를 만나러 갔다.


내가 만난 사람은 중년의 여성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나는 그녀에게 반갑게 인사를 했다. 그런데 그녀는 만나자마자 나를 위아래로 훑더니 갑자기 권위적인 목소리로 "내가 당신을 어떻게 믿고, 이 귀한 말씀을 알려줘야 하죠?"라고 말했다. 나는 황당해서 눈만 깜박였다. 그리고 그 말을 듣는 즉시 몹시 불안해졌다. 나를 데리고 갔던 그녀는 내 표정이 안 좋으니 중간에서 분위기를 풀려고 노력했지만, 나는 이미 기분이 몹시 상해 있었고, 빨리 그 자리를 나오고 싶었다.


그리고 그날 밤, 꿈을 꾸었다.


'꿈속에서 나는 자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무언가 몸을 누르고 있는 느낌이 들어서 힘겹게 고개를 들고 쳐다보는데, 내 가슴 쪽에서 사람 머리통 하나가 보이는 것이 아닌가! 그 머리통이 내 심장을 파먹으려고 애를 쓰고 있는 것이 보였다. 나는 공포에 질려서 그 사람의 머리를 잡아서 들었고, 얼굴을 확인했다. 그런데, 얼굴이 낯이 익었다. 바로 낮에 보았던 그 중년 여성의 얼굴이었다?! 나는 소리를 지르며, 도망쳤다.'


기억에서 지워버리고 싶을 정도로 불쾌한 꿈이다. 그 이후로 나는 성경 공부를 해주던 그녀에게 그 중년 여성을 다시는 보고 싶지 않다고 말하고, 더는 성경 공부도 하지 않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찜찜했던 것이다. 그리고 성경 공부 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그녀는 신학 대학생도 아니었다.


나는 그 이후로 성경책을 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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