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리뷰] 2023 광주비엔날레 (2)
지금 광주에서는 <물처럼 부드럽고 여리게>라는 주제로 제 14회 광주비엔날레가 열리고 있습니다. 이번 비엔날레에는 세계 각국에서 80여명의 작가가 참여했고, 이 중 반 이상의 작가가 이번 비엔날레를 위해 커미션 작업을 진행했거나 신작을 출품했다고 합니다. 전시는 다양한 작가군과 작품으로 구성되어 있고, 전시장은 깔끔하고 세련되게 정돈되어 있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규모와 역사를 가지고 있는 광주비엔날레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비-엔날레 : 2년마다 열리는 국제미술전시
비엔날레(Biennale)는 2년에 한번씩(Bi-annale)이라는 뜻으로 2년마다 열리는 국제미술행사를 이른다. 1893년, 베니스 시는 2년마다 이탈리아 예술전시를 하기로 계획했다. 베니스 시에 의해 시작된 이 전시는 1895년, 이탈리아 베니스에서는 황제의 은혼식을 기념하며 공식적으로 제 1회 베네치아 국제미술 전시회(Prima Esposizioone Internazionale d’Arte della citta di Venezia)[그림1]를 개최하게 되는데, 이를 계기로 ‘비엔날레’라는 단어는 2년에 한번씩 여는 동시대미술 전시행사를 뜻하는 고유명사로 사용하게 되었다. 이후 미국의 휘트니비엔날레(1932년), 브라질 상파울루 비엔날레(1951년)를 포함하여 세계 각국에 많은 비엔날레와 3년에 한번씩 열리는 트리엔날레(Triennale), 콰드리엔날레(Quadriennale)도 생겨났다. 대표적으로는 요코하마 트리엔날레와 로마 콰트리엔날레가 있다. 5년에 한번씩 열리는 ‘카셀 도쿠멘타’라는 행사가 있기도 하지만 이 경우에는 주최측에서 정한 고유의 이름을 사용한다. 이와 같은 행사들은 미술의 상업과 권력과는 별개로 동시대를 살고 있는 미술이 내야할 목소리에 집중하며, 실험성, 다양성, 그리고 지역성 등에 목적을 가지고 있다.
1995년 우리나라는 국가 경제발전을 위한 비전으로 ‘국제화’ 내세웠던 김영삼 정부(1993~1998) [그림2] 아래 제 1회 광주비엔날레를 개최하게 된다. 이는 광복 50주년을 기념하며 민주정신을 새로운 문화가치로 승화시키고, 한국미술을 세계무대로 도약하게 하기 위함이었다. 대한민국 자유와 민주주의의 상징인 광주를 기반으로 한 이 미술행사는 지역적으로도 대한민국의 의미 있는 첫 걸음이었다고 평가된다. 이후 부산과 서울에서 부산비엔날레(1981)와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2000)를 비롯하여 비엔날레라는 타이틀을 가진 미술행사가 지역 곳곳에서 개최되면 도시마케팅을 위한 활용되고 있다.
올해 14회를 맞이이는 광주비엔날레는 <물처럼 부드럽고 여리게>라는 주제로 4월 7일부터 7월9일까지 광주비엔날레전시관을 중심으로 광주 전역에서 열린다. 전시는 본 전시와 국가별 파빌리온으로 구성되어 있고, 다양한 관객지향적 공공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광주 전역의 거점에 위치하는 전시관들은 많은 서사가 갈라졌다, 흩어졌다, 또 합류하는 물의 모습을 형상화 하는 듯했다.
이번 비엔날레의 제목 <물처럼 부드럽고 여리게>는 노자의 도덕경 78장 ‘유약어수(柔弱於水)’에서 차용한 말로 아무리 강한 것이라 해도 세상에서 가장 유약한 물을 이기지 못한다는 의미를 함축한다. 이질성과 모순을 모두 수용할 수 있는 물의 속성과 같이 이번 비엔날레는 차별, 기후재난, 난민 등 오늘날 세계가 직면한 모든 위기상황에서 물이라는 은유적 매체를 통해 우리가 위기를 전환, 회복, 포용할 수 있다는 가능성과 원동력을 이야기하고 있다.
본 전시는 4개의 소주제 - ‘은은한 광륜’, ‘조상의 목소리’, ‘일시적 주권’, ‘행성의 시간들’ - 로 구성되며, 광주 민주화 정신, 전통의 재해석, 탈식민주의, 디아스포라, 생태 및 환경문제 등을 다룬다. 또한 지구 전체와 이곳에 거주하는 모두에게 영향을 미치는 전 지구적 이슈를 하나의 엉킴(entanglement)으로 이해하여 국가와 지역의 경계를 넘어서는 예술적 대안을 모색한다.
첫번째 소주제로 ‘은은한 광륜(Luminous Halo)’에서는 일상과 삶 속에서 발견되는 다양한 저항과 연대에 집중하며, 쿠바, 미얀마, 필리핀 등 세계 각지의 민주화 운동을 다룬 작품들과 인종 및 성 차별 뿐만 아니라 팬데믹으로 인해 불거지기 시작한 새로운 계층 차별 및 의료 불평등에 대한 작품들을 아우른다. [그림5~8]
‘조상의 목소리(Ancestral Voices)’에서 작가들은 기존 지식 및 가치 체계에 질문을 던지며 원주민문화 등과 같은 세계 각지의 전통을 재해석해 서구적 근대성에 도전하는 예술적 실천을 탈국가적으로 조명한다. 사운드 퍼포머이자 음악가, 작곡가인 아렉 아투이는 작품 연계 <소리와 진동 워크숍> (매주 토요일 11~12시)과 우리나라 1세대 실험예술작가인 이건용, 김구림, 이승택 작가의 관객참여프로젝트도 상시 운영되고 있었다. [그림9~13]
‘일시적 주권(Transient Sovereignty)’에서는 후기 식민주의와 탈식민주의 미술 사상이 이주, 디아스포라 같은 주제와 관련해 전개되어진 방식에 주목하며, 이를 다루는 예술적 실천의 미래지향적인 메세지에도 초점을 맞추었다. [그림14~15]
마지막 전시실인 ‘행성의 시간들(Planetary Times)’에서는 유례없는 가뭄, 산불, 홍수 등 환경오염으로 인한 자연현상과 인류 생존의 위기상황에서 대안으로서 연대를 이야기하며, 생태와 환경에 대해 ‘글로벌’을 넘어서 ‘행성적’ 관점에서 작가들의 미시적 경험과 실천적 가능성을 작으로 보여주었다. [그림16~18]
비엔날레 전시장 이외에도 국립광주박물관, 호랑이가시나무 아트폴리곤, 무각사, 예술공간 집에서 본 전시는 함께 진행된다.
(위 글은 한국구조물진단학회에 제출했던 컬럼 편집본입니다.)
제 14회 광주비엔날레
- 전시명: 물처럼 부드럽고 여리게 (soft and weak like water)
- 전시기간: 2023.04.07 ~ 2023.07.09
- 전시장소: 광주비엔날레 전시장(광주 북구 비엔날레로 111) 등 광주 전역
※ 디아로그에서 ‘비엔날레 사전스터디’를 준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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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혜 (b. 1981)
레겐스부르크대학교(독일)와 홍익대학교에서 미술사, 디지털미디어디자인을 전공했다. 미술, 미디어, 건축, 디자인 등을 다루며, 삶과 죽음, 아름다움과 추함 등 작품을 대립시켜 구성하는 표현 방법에 대해서도 꾸준히 선례중심의 연구를 한다. 공공기관과 금융기관에서 큐레이터로 근무했고, 현재는 미술품 자산관리 전문업체 디아로그 대표로 미술관련 컨설팅, 연구 및 미술서클 등을 운영하고 있다.
liebecho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