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 일을 시작한 이유는 (1)
© Magdalena Jetelová Foto: Studio Zink Fotografen
2010년 쌀쌀해지기 시작할 무렵부터 2011년 두꺼운 외투를 입고 미술관 앞 식당에서 감자수프를 먹던 그날까지 대학교 연계과정으로 미술관에서 실습과정에 참여했다. 대학에서 이런 프로그램은 경쟁이 치열하지만 경쟁사회에서 살다 온 내가 여유 있게 독일 애들을 제치는 건 당연지사. 난 총 8번의 수강신청 이력도 있었으니, 경력자인 나는 그 누구보다 학과사무실에 일찍 가 프로그램을 신청했고, 학교 아니면 언어도 다른 내가 어떻게 미술관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겠냐며 비서님께 눈을 껌뻑거리며 과정 신청에 성공했다.
여하튼 나는 Museumskunde(박물관학) 세미나와 함께 Kunstforum Ostdeutsche Galerie에서 실습과정에 참여할 수 있었다. 설레었던 첫날 지금이었으면 사진 백장은 찍었을 텐데 남아있는 사진이 한 장도 없다. 나를 포함한 10명? 정도의 학생들은 미술관에서 소장품 관리 총괄 및 전시 큐레이터로 있었던 Dr. Gerhard Leistner와 Dr. Zieglgänsberger의 지도로 21세기 초 미술관에서 가장 중요한 업무라고 여겨지는 수집, 보존, 연구, 전시 전반을 경험했고, 이 중에서 나는 미술관 소장품 두 점을 집중 연구하여 마지막에는 작품 앞에서 연구내용을 발표하는 것으로 과정을 마쳤다.
Dr. Gerhard Leistner는 작품 자체에 대한 관찰 방법뿐 아니라, 그림 속 인물에 대한 탐구, 이전 혹은 당시 다른 그림들과의 비교, 필요한 경우 그림 속 배경이 되는 도시를 방문해서 어떻게 관련 자료들을 수집하는지 등을 세세하게 이야기해 주었다. 또한 규칙적으로 운동할 것을 강조하며 이런 말씀을 하시곤 했는데
미술사학자가 갖추어야 할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체력이에요. 어떤 때는 미술관에서 하루종일 한 작품 앞에만 서 있을 때도 있어요.
갑자기 그리운 마음에 어찌 지내실까 찾아보니 2020년 퇴직하셨다는데, 이제 미술관에 안 계시다 생각하니 괜히 아쉬웠다. 미술관에서 1989년에서 2020년까지 근무하셨다는데 30년 가까이 있던 곳에서 퇴직할 때의 기분은 어땠을까?
https://de.wikipedia.org/wiki/Gerhard_Leistner
이 시간 동안 나는 처음으로 가보았던 미술관에서도 비밀공간인 수장고 매력에 빠지게 되었고, 소장미술품 연구, 발표하며 기분 좋은 떨림과 설렘을 느꼈다. 그리고 한국에 가서도 이러한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