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자산관리자가 마주한 미술품저작권에 대해
미술사를 전공하고, 한때 은행에서 수천 점의 미술품을 관리하던 나는 지금 미술품 자산관리 서비스를 운영한다. 작가의 작업실에서, 수장고에서, 컬렉터의 거실에서 — 나는 매일 ‘그림의 권리’에 대해 묻는다.
“이 작품, 찍어도 되나요?”
“작가가 사망했는데, 저작권은 누구에게 있나요?”
“디지털 아카이빙을 하려면 허락이 필요한가요?”
나는 미술품 자산관리자로 미술품을 사회적으로는 '동시대 문화예술의 산물', 개인에게는 '개인의 취향’이자 동시에 ‘소장자의 자산’으로 정의한다. 이렇게 미술품이 감상과 소장, 투자와 상속의 대상으로 다층적인 가치를 지니게 되면서, 저작권은 전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예민해졌다.
많은 작가들이 “나는 팔렸으니, 이제 권리가 없어요”라고 말한다. 실제로 작품의 소유권과 저작권이 분리되어 있다는 사실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작품을 디지털로 보존하거나, 온라인 전시 플랫폼에 업로드하거나, 리포트에 삽입할 때, “작가에게 사용 동의를 받았나요?”라는 질문은 의외로 거의 들리지 않는다.
이론상으로는 존재하지만, 실무에선 늘 흐릿한 작품 소유자와 저작권자.
특히 고인이 된 작가의 경우, 상속자가 명확하지 않거나 저작권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디지털 유산’으로서의 관리가 전무한 경우도 많다. 그 결과는 예술의 기억이 아니라, 권리의 단절이 된다. 실제로, 한국 저작권법은 저작자가 사망한 후 70년까지 저작권을 보호하지만, 현실에서는 상속자 파악이 어렵거나, 상속자 간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아 디지털 아카이빙이나 공개가 무기한 연기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미술품은 이제 단순한 감상의 대상이 아니라, 상속·신탁·보증·평가의 대상이 되었다. 하지만 미술품을 디지털화해 보관하거나, 가치 평가를 위한 공개 리포트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저작권’은 늘 빠르게 넘기고 싶은 항목이다. 어떤 작품은 상속세를 내기 위해 수십 억의 가치로 평가되지만, 정작 작가의 이름과 생애는 누락된다. 그림의 ‘경제적 가치’는 제도 속에 들어왔지만, ‘저작자의 권리’는 제도 밖에 여전히 머물고 있다는 이야기 이다.
이런 현실 속에서, 미술품 자산관리 서비스는 단순한 물리적 관리에 그치지 않고, 저작권 정보의 체계적 기록과 관리, 상속자와의 협의, 디지털 유산의 지속가능한 보존까지 폭넓은 역할을 요구받는다. 하지만 현실에서실물 미술작품에 더해 NFT와 같은 디지털 자산의 등장으로, 저작권과 소유권의 경계는 더욱 흐릿해지고 있다.
나는 지금, 숫자와 예술이 충돌하는 최전선에서 일하고 있다. 그림 한 점을 기록할 때마다, 파일 하나를 서버에 올릴 때마다 이 작업이 ‘저작권의 존중’으로 이어지기를 바란다. 작가는 단지 그리는 사람이 아니라, 세상에 의미를 남긴 사람이다. 예술의 권리는 곧 우리의 문화 기억을 지키는 권리다.
저작권은 법의 언어이기도 하지만, 존중과 기록의 언어이기도 하다. 그리고 나는 매일 그 언어를 새롭게 해석해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