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웨일스에 사는 한국어 선생님
어렸을 때부터 꿈은 많았다.
그 중 선생님이 되고 싶다는 꿈이 가장 우세했다.
고등학생 때는 3년 내내 전교 1등도 했다.
그래놓고 가고 싶던 국어교육과를 못 가고 국문과를 갔다.
후회는 없었고 국문과에서 배우는 것들도 무척 좋았다.
한국어의 문법이나, 문학이나 그런 것들.
문학을 참 좋아했다.
한국문학도 좋았지만, 세계의 여러 나라의 문학들이 사실은 더 끌렸다.
그러다 보니 일본으로, 교환학생으로 유학도 다녀오고
또 일본 워홀을 통해 도쿄에서 머물며 국어 강사도 했다.
지금은 영국에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한국어를 가르치는 일은 재미있다.
학생들의 수준은 다들 다양하다.
한글부터 배우는 사람들은 매우 겸손하다.
그 분들에게 가르칠 때는 나도 매우 정중하고 조심스러워진다.
한글을 떼고 난 이후에는 기초 문법을 공부한다.
자꾸 응용할 수 있도록, 단어를 반복해서 사용할 수 있도록 장려한다.
1,000번 넘는 수업을 했는데 그 중 딱 한 번 이런 학생이 있었다.
자기는 대학교에서 한국어 수업을 다 배웠지만, 그래도 기초부터복습을 하고 싶어서 왔다고 한다.
아, 그러냐 하고 기초부터 수업을 했다.
수업 중에 '공무원'이라는 단어가 나왔다.
학생은 자기가 '공무원'이라는 단어를 왜 배워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불평을 했다.
수업 자료가 마음에 안 든다며 다른 자료로 할 수 있겠냐고 물었다.
이런 태도를 보이는 학생은 처음이었다.
당황한 나머지 알겠다며 그를 달래가며(?) 수업을 했다.
그는 나의 선생님 리뷰 란에
괜찮다는 평을 적었다.
한 번 더 수업을 했을 때에는 그가 바라는 요구사항을 다 들어가며 수업을 했다.
꽤 많은 질문이 있었고 대답을 하다보니 계획한 진도는 나가지 못했지만, 괜찮았다.
진도보다는 학생의 궁금증 해소가 중요하니까.
괜찮았냐고 수업 끝에 묻자, 괜찮다고 대답해주더니
수업 후 리뷰 란에, "이번에는 더 좋았다"라는 말을 적었다.
그런 일을 겪은 후에
갑자기 수업을 하기가 참 무서워지기도 했다.
수업이 시작되기 10분 전부터 자리에 앉아
탁상거울에 비치는 나를 보며 웃는 연습도 하고
최대한 긴장을 풀자며 다독이기도 한다.
다행히도 대부분의 학생들은 착하고 성실하다.
숙제를 주면 거의 다 해오고,
수업 중간에 질문할 게 있냐고 물으면 있던지 없던지 예의 바르고 공손하게 대답을 해준다.
그런 게 참 고맙다.
한국어에 대해 배우는 학생들은
한국의 문화-특히 예절-에 대해서도 나름의 지식과 이해가 있어서인가
"네"라고 대답하며 고개를 끄덕여줄 줄 아는 경우가 많다.
고개를 끄덕이거나 존댓말을 사용하지 않는 문화권에서
태어난 경우 그러기 쉽지 않은데 참 고맙다.
한국어를 가르치는 일은 재밌고
여전히 나는 성장하는 강사이다.
내일도 아침부터 수업이 있고
나는 준비를 하다가 글을 적는다.
올해가 가기 전에, 유튜브에 한국어 강의 자료를
영상으로 올려볼까도 생각해보며,....
-사진은 런던의 빅토리아 역 근처의 핑크핑크한 카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