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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수야 Sep 30. 2020

그런 날

그냥, 그렇다고#1

그런 날이 있다

턱없이 외로운 날이

아침에 일어나 이불 끝자락을 잡고 늘어져 하루를 어떻게 보낼지 생각하는

오늘도 혼자임이 너무도 여실히 느껴지는 날


혹여라도 오는 연락이 있을까

몇 번이고 들여다보는 탓에 손에서 휴대폰을 놓지 못하는 날


내가 먼저 연락해 볼까

며칠 전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주고받다 끊긴 친구와의 대화라도 이어가 보려

실없이 가벼운, 먼저 말을 걸어볼 단어들로 문장을 만들어 보다가

그 가벼움 사이로 더욱더 짙어지는 외로움이 묻어날 것만 같아 멈추어 버린다.


누구라도 내가 혼자임을

그래서 지금 너무 외롭고 쓸쓸함을 알아주길 바라다가도


누구라도 내가 혼자임을

그래서 지금 너무 외롭고 쓸쓸함을 알아볼까 불안해진다


그렇기에 주어진 하루의 시간들은 너무 길게만 느껴져

그 시간들 속에서 나는 얕은 관계들 속 작은 애정들에 목말라하며

버려지는 시간들을 멍하니 바라본다.


그런 날이 있다

턱없이 쓸쓸한 날이

새벽이 다가와 오지 않는 잠을 청하다가도, 내일도 같은 하루가 반복될까 불안해하는

내일도 혼자임이 너무도 여실히 느껴지는 날


밝아오는 아침도

깊어지는 새벽도

너무도 느리게 흘러가는 날

그런 날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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