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리언 딸러의 편지 W1
리암 니슨 뺨 때리는 딸아빠들의 감성 메모
‘딸러의 기원’ (햇살 아빠)
딸이다. 저기 차가운 병원 카트 위에 누워있는 신생아는 분명히 딸아이다. 그리고 그건 바로 내 아이다. 뭔가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 차오른다. 수술한 아내 생각에 마음이 가볍지만은 않지만 기다려온 초음파 속 그림자놀이의 주인공을 만난 감격에 세상이 밝아진 듯했다. 이상 없이 출생했음을 확인시켜주는 능숙한 간호사의 설명이 끝나고 포대기를 건네받은 내 표정은 아직 어안이 벙벙하다. 초록색 강보를 통해 느껴지는 온기와 꿈틀거림. 행여나 떨어뜨릴까 조심스레 안아올려 폴라로이드 앞 포즈를 취한다. 5분이나 지났을까. 아직 느껴지는 체온의 흔적을 뒤로하고 아이는 간호사와 사라졌다. ‘와, 이게 신생아구나’. 수백 번도 더 불렀을 그 이름이 아직 갓 새로 만난 아기에게 덧입혀지지 않는다. 신생아가 생각만큼 새끼 원숭이 같지만은 않다는 생각을 하며 다시 보호자 대기실로 돌아왔다.
약 한 시간여가 흘러 수술실을 나온 아내를 볼 수 있었다. 이리도 긴 산고를 겪을 것이라면 애초에 수술을 택할 것을. 웬만하면 아픔을 표현하지 않는 아내가 오늘은 너무도 안쓰러웠다. 힘든 시간 견뎌줘서 고마워 여보. 내가 평생 더 잘할게.
신생아 검사를 위한 몇 시간이 흐르고 늦은 저녁이 되어 아기를 볼 수 있었다. 최소한의 노출을 위해 얼굴만 내놓고 면회장에 나온 햇살이는 앵앵 울지 않고 교과서적으로 응애 하며 울음을 터뜨렸다. 이제는 정말 실감이 났다. 태어난 게 맞구나, 내 아가구나! 손가락, 발가락, 엉덩이를 모두 확인시켜주는 간호사의 말을 하나라도 빠뜨릴까 꼼꼼히 귀담아들었다. 아기도 우리의 대화를 엿듣는지 조용해진다. 작디작은 예쁜이가 어디서 왔을까. 사랑스러운 우리 아기, 신아윤과의 첫 만남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부모의 세계 시즌1' (서아 아빠)
이미 2년이 지난 일이지만 첫째 서아의 출산은 기억이 생생하다. 전날 먹었던 삼계탕, '오빠! 병원 가야겠는데?' 하던 아내의 긴장된 표정과 덩달아 긴장한 장모님의 모습.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혼자 병원에 들어간 아내가 한동안 소식이 없어 걱정하다가 들어가자마자 양수가 터져서 환자 옷갈아입고 그 모습 보니 이제 정말 나오는구나 싶었지. 밤9시 부터 아침 7시까지 고생 끝에 결국 수술실 문앞에서 건강한 울음소리를 듣고 오묘한 기분이 들더라. 탯줄 달린 서아의 모습은 10달 동안 부풀었던 엄마의 배크기로 상상했던것보다 작고 귀여웠어. 출혈 탓인지 몸을 부들부들 한참 떨던 아내가 진정 된 뒤에야 정말 '내가 이제 아빠가 되었구나' 싶었지. 여기저기 연락을 돌리고 축하 인사를 받고 저녁에 널 입원실로 데려와 이제 우리가 진짜 가족이라며 함께 사진도 찍고 유리창 사이로 볼때는 하지 못했던 네 살결도 만져보았지. 어쩜 이렇게 엄마를 닮아서 나왔는지 유전자의 힘을 새삼 느낀다.
오늘은 임신,출산을 경험하는 여자들에게 감사를 전한다.
날 낳아준 어머니 박미정 여사, 나와 결혼해준아내 이지영, 우리집 세번째 멤버이자 큰딸 이서아.
새로운 인생이 열리는듯 하다. 힘들고 어려울순 있어도 외로울것 같지는 않아서 다행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