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보편적 출생등록은 안 될까? 대립되는 문제의 핵심을 찬찬히 생각해보며 그 원인과 해결방안에 대해서 고민해 본다.
정부와 의료기관의 대화, 사회적 인식변화를 위한 제도적 행정적 지원, 출입국 관리법에 관한 변화, 이주배경 아동을 위한 기본권 보장에 대한 관점 변화가 있다면 보편적 출생등록 변화는 그리 먼 이야기는 아닐것 같다.
출입국 관리와 아동의 기본권을 동일선 상에 놓고 논의하는 것은 법리적으로 맞지 않을것 같고... 심지어 아동의 기본권을 불법 체류자의 단속 수단으로 사용하는 현 행정체계는 분명 문제가 있어 보인다.
미혼모와 자녀와의 관계 문제도 우선, 사회적 문제와 제도적 문제의 영역의 분별이 필요할것 같다. 사회적 문제와 제도적 문제의 해결방안으로 종합적인 지원체계를 기반을 둔 인간의 기본권 입장으로 우선 접근해야 할 것 같다. 또한 선 심리상담을 기반을 두고 후에 익명성에 대해 논의를 해야한다. 문화적 문제로 익명성에 기반한 제도를 우선 시행하자는 주장은 선후관계가 잘못된 것 같다. 또한 궁극적인 문제해결의 방향성도 아닌것 같다. 만약 심리상담 이후에도 불가피한 선택을 할때는 어떤 제도적 지원 방향을 수립할지 종합적 지원 대책을 통해 논의되어야 한다.
조금씩 수면으로 드러나는 출생신고의 문제가 최근 언론에 불거지면서 보편적 출생등록에 관한 내용도 논의되기 시작했다. 시민사회가 아주 오래전 부터 보편적 출생등록에 관한 이야기를 했지만 아쉽게도 피해자가 더 발생해야만 논의가 되고 변화의 움직임도 보인다는 것이 실로 안타깝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아직도 계속되는 피해자 양상에도 불구하고 제도적 변화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점이다. 그래서 계속 계속 정리하고 노력하고 이야기 해야 한다. 촘촘한 제도적 보완과 캠페인을 통한 문화적 인식 변화는 인간을 보호하는 기본적인 그물망이 될 것이다.
보편적 출생등록이 안 되는 이유에 대해 그 의견을 존중하며 대화를 시도한다. 또한 설득하고 행동을 요구한다. 물론 쉽게 설득되지 않고 각자의 주장이 있겠지만, 조금만 더 겸손히 대립되는 의견에 구체적인 사례와 대책을 제안해 본다, 그리고 더 나은 사회를 위한 진정성에 기반을 둔 호소력이 보편적 출생등록은 인간의 기본권이기 때문에 충분히 공감을 불러일으키리라 믿는다.
그래서 보편적 출생등록이 안 되는 이유에 대해... 또 다른 질문을 던져 본다.
2016년 10월 25일 국가인권위원회 주관으로 아동의 출생신고 권리 보장 방안 모색 토론회가 있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그동안 논의되었던 보편적 출생등록에 관한 문제점을 다각적인 입장에서 잘 설명하였다. 토론회를 통해서 보편적 출생등록의 필요성과 부재 시의 문제점을 잘 이해할 수 있었다. 또한 보편적 출생등록 시행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도 상대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왜? 보편적 출생등록은 시행되지 못하는 것일까? 그 문제의 핵심을 들여다본다.
토론에서 발췌한 글들을 보자.
1) 원칙적으로 아동의 출생등록에 있어서 주체는 부모와 국가가 되어야 한다. 의료기관에서는 이를 보조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 가장 합당하다. 행정적인 편의를 위해 의료기관에만 출생신고에 대한 의무를 부과하게 된다면, 출생신고 관련한 법적인 문제가 향후 발생했을 때 책임소재에 대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출생등록/출생신고 업무 관련해서 의료기관에게만 과도한 인적/행정적 부담을 지우게 되는 문제가 있을 수 있음 -이준호 (대한산부인과학회, 연세대학교의료원 세브란스병원 의사)
2) 의료기관 등이 등록관서에 출생 사실을 통지하도록 하는 경우에 미혼모의 의사와 무관하게 국가에서 미혼모의 출산 기록을 보유하게 되므로, 미혼모가 의료기관 등에서의 출산 자체를 기피할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 -이아름 (대법원 법원행정처 사무관)
출생증명서의 송부 의무 부과, 의무 위반 시 제재 여부 및 정도, 출생증명서 송부 방식 등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져야 하는 바, 보건복지부, 의사협회 등과의 협의가 필수적이다...중략...2015년.8. 부좌현 의원이 의료기관 등의 출생 사실 통지의무화를 규정한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 법률안을 발의할 당시 '전국의사총연합'은 공식적으로 반대 입장을 표명한 바 있어, 이에 관한 유관기관과의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전국의사총연합 반대 성명서: http://www.doctorsunion.or.kr/swboard/view.php?bcode=1&ctg=3&no=4988)
문제는 크게 두 가지로 논의되고 있다. 첫째는 의료기관의 법적 책임과 행정적 업무이고 둘째는 미혼모 의사 존중과 미혼모의 권리 보장이다.
첫 번째 문제는 의료기관의 법적 책임 영역에 대한 법적 유연성과 의료기관 행정 업무의 정부 지원이다. 정부는 이미 2008년 보건복지부 지원 아래 대구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에서 "신생아 출생 정보 제공 전산체계 구축"에 대한 연구 보고서를 냈다. (책임연구원: 박정한) 정부와 의료기관이 보편적 출생등록의 제도적 완비의 중요성을 공감하며 미등록 아동의 사각지대를 보호할 수 있는 행정체계 구축에 노력해야 한다. 또한 정부는 의료 기관의 우려를 공감하고 법적 책임에 대한 부분을 보완하여 미등록 아동이 발생하지 않도록 행정 업무 지원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둘째 문제는 미혼모 의사 존중과 권리 보장이다. 행정적 변화에 대한 부분을 논의하기 전에, 우선 이 문제는 문화적인 방법으로 접근해야 한다. 대부분 염려하는 미혼모의 의사는 사회적 편견에서 온다. 특히 10대 미혼모의 경우 문화적인 심리적 압박감이 작용한다. 행정적인 영역에 대한 문제 해결 방법을 논하기 전에, 사회적 편견에 대한 사회 인식 변화에 문제 해결의 초점을 둬야 한다.
2015. 6. 11. 정부 발의, 2016. 5. 19. 국회 통과된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에 따라 미혼모에 대한 개인 정보 보호가 확대되었다.(소라미,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 그래서 현재 가족관계 증명서는 일반, 상세, 특정 증명서로 나뉜다. 증명서는 '일반' 또는 '특정' 증명서가 원칙이고 만약 '상세'증명서를 요구할 경우에는 증명서 요구의 이유를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혼모의 두려움은 여전히 존재한다. 기록된 아이의 출생등록이 언젠가는 사회에 드러나 자신의 인권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부분에 대한 두려움의 근원이 사회의 문제인지 제도적인 문제인지를 먼저 고려해봐야 한다. 사회적 문제는 미혼모에 대한 사회 인식 변화에 대한 노력으로 접근이 필요하지만, 제도적 문제는 우선 미혼모가 자녀를 출산할 때까지 심리상담, 의료지원, 법률 지원, 시설 지원이 종합적으로 우선 지원된 후 미혼모의 인식을 살펴봐야 한다.
만약 개인의 심리상태가 출생등록에 대한 근원적 불안감을 넘어서지 못한다면, 최소한 아동의 보호권에 기반을 두어 아동을 보호하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현소혜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토론회를 통해 가족관계등록과 무관한 사회보장번호(Social security number) 부여를 제안했다. 이는 부모의 신분과 관계없이, 아동에게 출생등록에 준하는 사회보장번호를 부여한다는 내용이다. 사회보장번호는 아이의 의료급여, 교육급여 등 아동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제도적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아일랜드의 경우도 아동의 출산과 동시에 개인 공공서비스 번호(Personal Public Service Number (PPS No.))를 부여받는다. 비슷한 제도이지만, 약간의 차이가 있다. 아일랜드의 공공서비스 번호는 출생등록에 관한 부모와 자녀와의 관계를 기록해야 한다. 하지만 사회보장번호는 부모와 자녀와의 관계 기록을 제외할 수도 있다는 내용이다. 부모와 자녀와의 관계 기록에 대한 제도적 논의는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부모와 자녀와의 관계 기록에 관한 논의가 미혼모 지원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와 사회적 편견에 대한 개인의 압박감에서 오는 사회적 편견의 문제가 아닌지 생각해 본다. 만약 불가피한 경우에 어떤 제도적 보완을 통해 미혼모의 인권을 보호할지도 앞으로 심도 있게 논의되어야 할 부분이다.
하지만 베이비박스는 미혼모를 위한 제도적 보완책이 아니다. 부모의 익명성이 아동 유기를 우선하지 않는다. 만약 미혼모를 위한 베이비박스라면, 우선 미혼모에 대한 제도적 지원 방법과 부모와 자녀와의 연결 고리에 대한 심리상담을 우선해야 한다. 하지만 현 베이비박스 시스템은 사회적 편견에 의한 미혼모의 극단적 선택을 조장할 우려가 있다. (HRC 베이비박스에 가기 전에 http://blog.naver.com/wjsdudgus81/220764290402)
이주배경 아동의 경우 가장 중점이 되는 상황은 부모의 체류 신분에 관한 영역이다. 이 문제는 두 가지로 대립된다. 하나는 출입국 관리법 적용에 대한 부분이고 대립되는 또 다른 하나는 아동의 보호권이다.
출입국 관리법에 의한 불법 체류자에 대한 공무원의 '통보 의무'가 출생신고 기피 현상을 야기한다는 내용이다. 즉 부모의 체류 자격에 대한 영역이 이주배경 아동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내용이다. 이 부분이 시민단체와 정부 간 첨예하게 대립되는데, 하지만 생각해 봐야 할 점은 정부가 아동의 기본 보호권을 불법 체류자의 행정적 조치와 저울질하여 판단하는 점이다. 과연 아동의 기본적 인권이 부모의 신분의 문제와 대립되어야 하는 부분인지 의문스럽다. 특히 아동의 기본권이 불법 체류자를 확인하는 수단으로 이용되는 점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어 보인다.
또한 출생신고는 국적 취득과는 무관하다. 이주배경 아동이 보편적 출생등록이 된다고 해서 곧바로 한국 국적을 취득하는 것이 아니다. 국적은 국적법에 의해 정의되며 국적법에 따라 국적 취득이 진행된다. 출생신고는 모든 인간이 누려야 할 기본권이다. 특히 아동의 경우는 유엔아동인권협약에 따른 4대 기본권을 보장받아야 한다. 4대 기본권은 생존권, 보호권, 발달권, 참여권이다. (HRC, 출생등록, 한 인간에 대한 기본적인 권리
http://blog.naver.com/wjsdudgus81/220628184190 )
과연 보편적 출생등록은 어려울까?
정부와 의료기관의 노력, 사회적 인식 변화를 위한 행정적 지원, 출입국 관리법의 변화, 이주배경 아동을 위한 기본권 보장에 대한 관점에 변화가 온다면 보편적 출생등록은 그리 먼 이야기가 아니다.
보편적 출생등록은 인간 사회의 기본권이다. 모든 인간이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받기 위한 최소한의 법 제도이다. 보편적 출생등록의 여러 논의가 과연 보편적 출생등록을 시행하지 못하는 이유가 될 수 있는지 검토해봐야 한다.또한 더 나은 방법으로 제안된 보편적 출생등록 제도가 개선될 방안은 없는지 더욱 고심해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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