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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R POST Dec 21. 2016

고용허가제를 생각하다.

인간의 노동권 제한이 과연 그 사회를 발전시킬까? 

고용허가제. 외국인 노동자들이 한국에 와서 일할 수 있는 일종의 쿼터제다. 1990년 후반 산업구조의 변화 속에서 산업연수제도로 시작한 외국인 노동자 유입은 점진적으로 변화되더니 2004년 고용허가제라는 형식으로 법제화되었다. 


고용허가제 실시 이후, 외국인 노동자는 늘었고 일손 부족에 시달리던 건설업, 농업, 임업, 수산업, 제조업은 일손을 충당할 수 있었다. 그리고 13년이 지난 현재 과연 고용허가제는 한국 사회에 어떤 의미로 남아 있을까...



한국 산업을 위한? 


우선 고용허가제 실시는 철저히 한국 산업을 위한 목적이었다. 경제력이 없어졌던 산업군에 가파르게 오르는 국내 인건비와 일자리 기피현상에 한국 정부가 내린 결정이었다. 그렇다면 이 결정을 통해 한국 산업은 더욱 발전되었을까? 


고용허가제는 일부 업종에 고용을 제한시켰고 외국인 노동자의 사업장 이동도 제한시켰다. 사업주를 보호하기 위한 정부의 조치이기 하지만, '궁극적으로 개인의 직업 선택의 자유를 한정적으로 제한시키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가?'라는 의문이 있다. 물론 제한된 직장에 고용 관계를 통해 비자를 발급받아 한국에 들어온 것이지만, '개인의 노동 선택 영역을 제한시킬 수 있다'는 것은 뭔가 석연찮다. 


역지사지로 생각해보면, 한국에서 외국으로 워킹홀리데이로 갈 때 직업을 제한시키고 사업장도 옮기지 못한다는 법적 제재가 있다면 어떤 느낌일까? 상황을 바꿔서 생각해 봐야 한다. 



임금? 


화성, 안산, 거제, 제주도 지역에 가면 쉽게 외국인 노동자를 만날 수 있다. 대부분 한국인들이 기피하는 직업군에서 일을 한다. 과거에는 그들의 임금이 턱없이 낮아서 사업주들은 많은 이윤을 창출할 수 있었다. 그것이 한국이 고용허가제를 만든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데 문제는 현재도 과연 임금이 낮을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일이 고되고 노동의 시간이 조금 많기는 하지만, 임금체계가 과거처럼 턱없이 낮지 않다. 실제로 임금을 턱없이 낮게 할 수 있는 현 한국 시장이 아니다. 그리고 역으로 생각해보면, 임금을 턱없이 낮게 하려는 의도도 뭔가 불순해 보인다. 


그렇다면 인건비 절감을 위해 시작한 고용허가제는 현재 한국 산업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 역으로 물어보지 않을 수 없다. 



노동 환경? 


한국 산업이 무너지고 있다. 제조업은 일찍이 중국에 상대가 되지 못하고 있고, 농업, 임업, 수산업 등도 첨단 기술화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을 만큼 위기에 빠져 있다. 오히려 현재 많은 경제학자들은 농업, 임업, 수산업에 최첨단 IT 기술을 접목하여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산업군에 대한 역전 현상이 오고 있다. 


건설업을 보자. 과거에는 그나마 건설업에 많은 한국인들이 종사할 수 있었다. 특별한 교육을 받지 않아도 쉽게 시작할 수 있는 문턱이 낮은 직업군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는 많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그 자리에서 일하고 있다. 가끔 건설 현장을 지나다 보면, '외국인 노동자 고용 반대'라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인력 시장의 갈등이 부상하고 있다. 이상한 현상이다. 그들은 불법체류자 노동자를 협박한다. 그리고 '자신들의 일자리를 뺏는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들을 고용하는 사람은 한국인이다. 누구의 잘못인가? 아이러니하다. 


사업주의 말을 들어보면, 한국 인력을 쓰고 싶지 않는다고 한다. 건설현장에서는 시간 대비 임금이 책정되는데 한국인들이 일을 열심히 안 한다는 것이다. 하루 일당만 받아 가려고 하지 일을 열심히 하지 않아 공기(공사기간)가 늘어난다는 것이다. 결국 한국인을 고용할 때 사업주의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말한다. 차라리 외국인들이 일은 열심히 하고 '고용의 불안전성이 있기 때문에 사업주 입장에서도 노동력을 강요할 수 있다'는 확실한 갑의 위치에 있다고 한다.  


이상하다. 한국 산업 발전을 위해 시작한 고용 허가제가 모두를 힘들게 하고 있다. 시장은 '시장 원리'에 따라 임금과 산업환경이 변화되어야 했을까? 제한된 법 체제 아래 한국사회는 한국인과 외국인 노동자라는 이상한 갈등 구조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과연 외국인 노동자들이 나가면? 


어떤 사람들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본국으로 다 돌아가면 일자리가 생기고 한국인들이 일할 수 있는 공간이 생긴다고 말한다. 과연 그럴까? 외국인 노동자들이 나간 자리에 한국인들이 들어가 일을 하고 한국에 실업률이 낮아질 수 있을까? 그리고 열악한 산업군이 발전할 수 있을까? 


그 답은 통계를 떠나서 개인들에게 물어보면 쉽게 답을 얻을 수 있다. '건축현장에서 일하고 싶어요?', '고기잡이 배를 타고 싶어요?', '용접과 절삭을 하고 싶어요?' '페인트 칠하고 싶어요?'


많은 젊은이들은 '아니요'라고 말할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되물을 것이다. '그곳의 작업 환경이 안 좋아요. 그런 노동환경에서 누가 일하고 싶어요? 환경이 좋아져야 일을 하죠! 임금도 좋지 않아요. 양질의 일자리를 주세요. 그건 국가의 잘못이에요!" 


다 맞는 말이다. 작업 환경이 안 좋다. 근무 환경도 좋아져야 한다. 양질의 일자리도 아니다. 그리고 국가의 잘못이다. 그런데 여기서 질문을 던져야 한다. 왜? 한국 산업구조는 이렇게 됐을까? 



가설?


이것은 가설이지만, 차라리 고용허가제가 제한된 직업군이 아닌 모든 직업군에 제한된 기간에 일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거나 커터제가 아닌 자유시장 제도 아래 자유롭게 이뤄지는 제도였다면 어땠을까? 


외국인 하면 저임금이라는 패러다임은 어디서 생긴 것일까? 기피 현상이 심한 산업군을 자유시장 체제에 놔뒀으면  13년이 지난 지금은 어땠을까? 과연 일손 부족과 높은 인건비로 모두 망했을까? 한국에는 서비스업과 IT, 일부 전문직만 남았을까? 


조선업이 무너지고 있고, 수산업은 바다의 오염으로 점진적으로 어획량이 줄어들고 있다. 농업은 경쟁력이 사라지고 있다. 국가 보조금은 높아졌지만 산업군의 자생력은 점진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그리고 또다시 국가 보조금 상승에 대한 요구가 시작되고 있다. 해외 산업 시장의 경쟁력 상승은 한국 산업군을 애매한 위치에 서 있게 만들었다. 정부는 탈출구로 창조 경제 비전을 내세우지만, 산업구조의 기반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새로운 비전 제시는 사상누각이 되고 있다. 


청년들은 대학을 졸업해도 용접을 배워 호주나 캐나다로 이민 가는 게 꿈이 되고 있다. 용접 전문가들은 조선업의 몰락으로 실직자가 되고 있다. 이상하지 않은가... 뭔가 이상하다. 그런데 누구도 이 문제를 말하지 않는다. 


인간이 누려야 할 노동권에 대한 정부의 제한이 과연 시장의 발전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는지 연구해야 하지 않을까? 



고용허가제? 


고용허가제의 본질적인 문제는 경제적인 측면, 산업적인 측면, 노동권의 측면, 출입국 관리적인 측면에서 뭔가 문제가 있다. 하지만 뭔가 고치면 고칠수록 깨끗해지는 것이 아니라, 마치 이미 그린 그림에 점점 어둡게 덧칠하는 느낌이다. 알 수 없다. 


과연 문제는 무엇일까? 그리고 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인간의 노동에 대한 자유가 국가의 정책으로 제한될 때 과연 인간 사회는 발전할 수 있을까?라는 본질적인 의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인간의 노동권 제한이 과연 그 사회를 발전시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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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R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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