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 서점을 차리다.
전주 경원동 동문길.
그곳에 동네 서점을 차리는 이야기.
옛 서점 거리를 살리고자 동문길로 들어 선다.
누가 읽을지 모르겠지만, 서점의 시작부터 끝까지 남겨 보고 싶다.
전주...
내 고향. 전주.
세월이 많이 흘렀다. 전주도 많이 변했다. 원도심 구석구석 남아있는 옛 전주의 모습이 떠오른다. 전주 시내는 전주의 중심이었다.
동문 거리. 예전에는 책방 거리였다. 많은 헌책방이 있었다. 큰 서점들이 모여 있던 거리. 미술 용품, 한지, 책, 다양한 상점들이 즐비해 있었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 경제적 타산이 맞지 않던 상점들이 하나 둘씩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최근 사라진 헌책방은 정말 아쉽다.
전주하면 많은 사람들이 풍년제과를 떠올린다. 전국적으로 유명한 빵집이다. 하지만 전주에 살던 사람들은 아마도 풍년제과 보다 "민중서관"을 떠오를 것이다. 전주 시내에 자리 잡던 큰 서점이었다. 민중서관은 핸드폰이 없던 시절, 만남의 장소였다.
"00일 00시에 민중서관에서 보자"
서로의 어긋남을 이어주는 장소
책을 구경하면서, 친구를 기다린다. 서점은 약속시간 기다림의 시간을 지루하지 않게 버틸 수 있는 공간이었다. 지금처럼 1분이라도 늦으면 전화하던 시절이 아니었기에, 서점이 서로의 어긋남을 이어주는 장소였다. 서점 안에 있으면 안정감을 얻을 수 있었다. 서로 시간과 장소가 어긋나지 않는 여유가 서점에는 존재했다.
http://m.ohmynews.com/NWS_Web/Mobile/at_pg.aspx?CNTN_CD=A0001530981#cb
어느 날 40년 된 민중서관이 문을 닫았다. 가슴 아픈 현실이었다. 그렇게 시대는 변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온라인 서점들로 이동했고, 서점들의 경쟁력은 그렇게 사라지고 있었다. 모두들 온라인 가격을 이길 수 없는 경쟁 속에서 속절없이 무너지고 있었다. 왠지 과거가 사라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어쩌면 당연한 변화였다.
어릴 적 동문거리와 민중서관을 지나면서, 나도 서점 주인이 되어 의자에 앉아 사람들이 들어오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꿈꿨다. 그러다 가끔은 빵집 주인이 되고 싶기도 했고, 경찰이 되고도 싶었고, 기자가 되고도 싶었다. 그렇게 꿈은 나이가 들면서 바뀌었지만 어릴 적 꿈꾸던 서점에서의 작은 상상은 아직도 기억 저편에 꿈으로 남아 있었다.
그렇게 세월이 흘렀다. 10년... 20년...
세월이 흘러 원도심은 쇠퇴했다. 논밭이었던 서전주에 건물들이 참 많이 들어섰다. 개구리 잡던 삼천동에는 아파트가 들어선다. 내가 살던 연탄을 때던 효자 아파트는 고층 아파트로 사라졌다. 나는 부모님을 따라 중학교 때 목포로 이사를 갔고, 청년 시절에는 서울로 상경했다. 그렇게 세월이 흘렀다.
어느새 결혼도 하고... 그렇게 평범하게 살다가, 우연히 친척을 통해 경원동 현재 상가가 부동산에 나온 것을 알게 되었다. 원도심 쇠퇴는 부동산 가격을 현 상태로 유지시켰고 그 가격은 현재 물가에 비하면 저렴한 가격이었다. 우린 그 상가를 좋은 가격에 매입했다. 어릴 적 꿈도 꾸지 못했던 전주 시내의 한 작은 상가를 매입을 하다니... 기분은 매우 좋았다. 원도심은 이미 쇠퇴하고 있었지만, 나의 기억은 과거에 머물러 있었기에 경원동 상가 소유로 부자가 된 느낌이었다.
하지만 현재 생활 근거지가 멀었기 때문에 사촌에게 싸게 임대를 내주었다. 그리고 훗날을 기약했다. 언젠가 그곳에 뭔가를 하고 싶었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사촌은 아쉽게도 그곳에서의 사업을 성공시키지는 못했다. 그래서 기다리고 기다리다 이제는 내가 무언가를 해봐야겠다고 다짐을 했다. 사촌에게 권리금을 주고 가게를 인수했다. 새로운 창업을 모색했다. 당연히 서점이었다. 동문 거리이니까...
동문 거리 서점은 단순히 돈을 버는 것만이 목적이 아니다. 전주 서점 거리를 지키고 서점 사업의 가치를 지켜내는 것이 목적이다. 지역 상권의 변화에 서점 같은 업종은 버틸 수 있는 업종이 아니다. 앞으로 유지비나 나올지 걱정도 된다. 하지만 도전하고 싶었다.
사업은 돈을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돈 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삶의 가치이다. 왜 잘 살려고 하는가? 인간의 가치를 충분히 느낄 때 인간은 잘 살 수 있는 것이다. 어떤 가치를 경제적으로 실현시키는가가 삶의 의미로 돌아올 때 진짜 행복을 느끼게 된다.
사업은 가치가 중요하다.
어떤 가치를 가지고 사업을 할 것인가? 서점이 비록 경제적 가치를 충족시켜주지 못할지라도 전주 서점 거리는 지켜내고 싶다. 그래서 도전한다. 단순히 정에 호소하는 것이 아닌, 서비스와 트렌드, 그리고 인간의 가치를 재조명하는 작업을 통해 동문 서점을 유지시키고 싶다.
고민이다.
그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는 불확실한 경제 상황을 이겨내야 한다. 실질적인 경제 상황을 무시한다면, 사업적 가치는 변질될 것이기 때문이다. 나에게 사업적 실패보다 더 무서운 것은 사업의 가치의 변질이다. 그때는 과감히 모든 사업을 포기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사업은 성공해도 나는 실패할 것이다.
http://blog.jeonju.go.kr/220649752954
곧 전주 서점 거리로 들어온다. 기존의 인테리어를 최대한 살리고 동문 서점 만의 인테리어와 컨셉, 그리고 콘텐츠를 가지고 시작한다. 그리고 인간의 가치에 대한 책을 진열할 것이다. 재미있게 할 것이고 여유롭게 할 것이다.
아직은 부족하다. 그래서 시장을 조사하고, 벤치마킹할 책들을 읽어 본다.
어릴 적 전주 시내를 놀러 가면, 동문 거리를 걸어가곤 했다. 그때는 무슨 책을 읽어야 할지 몰랐다. 왠지 책들이 많은 길을 가면 뭔가 풍부해지는 느낌뿐 이었다. 그곳에는 책을 읽는 사람, 미술을 하는 사람, 한지를 사는 사람, 그곳은 다양한 지식이 넘쳐나는 거리였다.
과거에는 타자 학원, 영어 학원, 컴퓨터 학원 등도 많이 위치해 있었다. 하지만 어느새 점점 학원들이 사라지긴 했다. 하지만, 아직도 그 흔적들이 남아있다. 다시 원도심이 살아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개성 없는 시스템이 들어오는 것을 원치 않아서 잘 안 돼도 상관없다. 그냥 그저 그렇게 유지하는 동문 서점으로 남아도 좋다. 소수의 사람이라도 회복한 서점 거리를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
http://blog.jeonju.go.kr/10173491819
이제 시작한다.
앞으로 할 일이 많다.
인테리어 + 출판사 + 커피 + (?) ...
테크니컬 한 부분에서부터 아이디어까지 다양한 접근을 시도한다.
서점의 가치 : 인간의 가치를 발견하는 서점
오랜 NGO 활동 경력과 관심, 그리고 독서. 다양한 사업 능력을 기반으로 동문 서점은 인간의 가치를 발견하는 서점이 되길 원한다. 이에 대한 이야기들을 만들어 가려고 한다. 현대 사회에 진정 필요로 하는 가치는 무엇일까? 인간의 가치에 대한 생각이 아닐까?
인간 가치에 대한 생각이 달라진다면, 사회에 다양한 영향을 줄 것이다. 그리고 더 나은 사회가 될 것이 분명하다. 동문 서점은 인간의 다양한 가치를 콘텐츠를 통해 소개하고 서로가 공감하기를 원한다. 그래서 전주 동문 거리는 옛 추억이 그대로 보존되는 지식의 거리가 되길 원한다. 그것이 내가 새롭게 동문 거리에서 서점을 시작하는 목표다.
어떤 사람들은 말한다. "계란으로 바위를 깰 수 없다." 맞다. 계란으로 어떻게 바위를 깨겠는가? 계란으론 바위를 깨는 것이 아니다. 바위는 그대로 놔두고 계란은 그냥 인간이 먹으면 된다. 그게 순리이다. 세상이란 인간의 가치를 발견하고 그 가치를 공유하고 함께 사는 것. 그것이 바로 순리인 것처럼 말이다. 모든 것은 자연스러워야 한다.
Coming soon...
11월 오픈 예정
DM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