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공상들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R POST Jan 31. 2018

평창 유감을 그냥 욕할 수 없는 이유

전혀 다른 세대

평창 유감


벌레 소년. 일베다. 극우 세력이라고도 한다. 그런데 갑자기 그들을 그냥 욕할 수 없는 이유를 생각하게 된다.


글을 쓰는 나는 아마도 대학가 운동의 끝 세대일 것 같다. 운동을 직접적으로 한 세대는 아니고, 운동을 직접적으로 한 선배들과 학교 생활을 같이 한 세대라고나 할까? 밀레니엄 세대라는 불렸고, 대의보다는 개인의 이익을 좇는 이기적인 세대라는 비판도 받았다.


대학교 1학년 학보사 생활을 할 때, 선배들로부터 '돌베개'에서 나온 책들을 물려받아 읽었고, 민중가요라는 노래를 외우기도 했다. 하지만 과거 대학의 분위기를 받아들일 수 없는 세대였다.


그때는 민주주의, 사회주의, 등등을 배우긴 했지만 진지한 고민은 하지 않았었다. 대학은 더 이상 이념의 논쟁 장이 아니었다. 김대중 대통령에 이어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되고 세상은 변할 것 같았지만, 우리 세대에게 필요한 것은 취업이었다. 바로 윗 선배들의 IMF 취업난을 보면서 대학만 졸업하면 취업이 되는 세대가 사라졌다는 것을 동물적인 본능으로 알던 시대였다.


졸업하고 취업을 하고, 사회 속에서 발버둥 치면서 살아가고 있을 때, 대학시절 읽지 못했던 책들을 읽기 시작했다. 마르크스 '자본'부터 하이에크까지... 100년 전에 사회주의, 민주주의, 파시즘, 공산주의를 논했던 책들을 읽어 내려갔다. 과거에 풀지 못했던 숙제를 풀고 싶은 마음이랄까... 책을 읽으며 감당할 수 없는 복잡함에 더욱 혼란스러웠다. 왜 정리가 안되지? 생각하며 고민에 고민을 더하는 중...


평창 유감이라는 어느 젊은 친구의 노래가 충격으로 다가왔다.


많은 사람들이 일베라고 비판하지만 그들의 이야기에 나름의 논리가 있기 때문에 단순히 그들은 일베야 라고 목소리를 배제하기는 어려웠다. 그리고 노래를 들으며 '어쩌면 그들은 전혀 다른 세대일 수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왜일까?


생각해보니, 이념의 마지막 세대였던 나는 그때의 완성되지 못한 공부를 지금 완성하면서 뭔가 정리되지 않은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현세대에서 과거의 논쟁의 답을 찾으려 했다. 하지만 지금의 세대는 나와는 다른 세대의 친구들이라는 것을 인지하게 되었다. 그들은 대학에서 '전환시대의 논리'를 읽어야 지식인이고 읽지 않으면 지식인이 아닌  시대가 아니었다.


오히려 책 제목만 보고 마이클 샐던의 "정의란 무엇인가"를 읽고 궁금해하는 세대였다. 공평한 것이 무엇이며? 공정한 것이 무엇이며? 경제적인 부와 충분한 여가는 무엇이며? 자신을 표현하는 개성은 무엇인지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세대라는 점이었다. 유튜브와 동영상으로 자신을 표현하고 SNS와 블로그로 자신의 삶을 표현하는 세대였다.


지금의 20대와 40대의 고민은 다르다. 지금의 40대는 현재의 50대 세대의 지식을 마지막으로 쫓던 세대라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지금의 40대는 현재의 50대~60대의 지식을 쫓아갔지만 그 결과 현 20대의 생각을 이해하지도 못하고 50대~60대 같은 기득권도 되지 못하는 그저 평범한 개인적인 직장인에 불과한 세대가 된 것 같다.


이번 선거에 20대가 현 정권을 지지했지만, 그들의 지지는 40대의 지지와 달랐고, 50대의 지지와 달랐다. 그들이 현 정권을 지지한 이유는 단순했다. 인간다운, 정의로운, 공정한, 갑질이 없는...


40대는 대학시절 노무현 대통령의 향수가 있었지만, 현 20대에게 노무현 대통령은 현 40대가 경험하지 못한 박정희 대통령과 같은 시간차를 두고 있을 뿐, 그들은 하루 종일 떠드는 50대~60대 패널들과는 전혀 다른 사람들이었다.  


80년대 말 어머니와 시장에 갔다가 최루탄 냄새를 맡았던 기억은 현 20대에게 존재하지 않았다. 사실 지금의 40대도 그때 시절의 냄새만 기억할 뿐, 몸은 기억하지 못한다. 오로지 공부 열심히 해서 수능 잘 보는 것이 가장 중요한 시기였다. 현 40대는 스포츠 계에 채용 비리가 있는 것은 당연히 알던 상식이었고, 외국어 특기자 전형이라는 이상한 전형까지 이해하던 세대였다. 모두가 그게 왜 불공평한지 모르던 세대였다.



다른 세대


현 정권은 50~60대다. 그들은 민주주의라는 이념의 시대에 억압받던 세대였고, 고통받았던 세대였다. 하지만 경제적으로 억압받던 세대는 아니었다. 그러나 현 20대는 경제적으로 억압받는 세대다. 그것이 사회적 문제로 나타나는 세대다. 문제의 본질이 달랐다. 민주주의의 접근 개념부터가 다르다. 그들은 공정하지 못한 세상에 박탈감을 느끼고, 열심히 노력한 대가가 돌아오지 않는 세대였다.


단순히 평창 유감을 일베라고, 극우라고 젊은이의 목소리를 무시해서는 안될 것 같다. 정치인들은 과거에 자신들이 바꾸고자 꿈꿨던 세상의 변화를 지금 권력을 잡고 변화시키려고 노력하는데, 그건 그들만의 세상일 뿐, 그들이 권력을 가진 지금,  세상에 눈을 뜨며 성장하는 20대에게는 이 세상은 아직도 부조리한 세상일 뿐이다. 20대가 생각하는 부조리한 세상은 지금 50~60대가 생각하는 부조리한 세상과는 시대적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오늘 하루를 살기 바쁜, 중간에 낀 40대가 평창 유감을 들으며 그들의 비트 위에서 깊은 생각에 빠지게 되었다. 그리고 생각한다. 그들은 다르구나...  


HRC






 


 



매거진의 이전글 퇴사가 정말 답일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