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R POST Jun 14. 2018

보수 몰락의 이유

국내 정치에 대해서는 글을 잘 쓰지 않는다. 논란의 대상이 되기 싫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선거를 보며 느낀 점들이 있어서 몇 자 끄적끄적 적어 보려고 한다. 


1. 보수의 몰락 


보수의 몰락이다. 단순히 자유 한국당의 몰락을 의미하지 않는다. 더불어 민주당 외에는 대부분의 당이 힘을 잃었고 일부 지역을 제외한 지역에서 보수의 가치가 상실되었다.


진보 진영의 사람들도 당황스러웠다. 가까스로 이기면서 느끼는 카타르시스보다 완벽한 승리에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당혹스러웠다. 정치는 상대방이 있어야 이기는 맛도 있는 것인데, 상대방이 철저히 무너져 버린 지금, 스스로 독재가 될 수도 있다는 두려움까지 생긴 것일까... 그러면 다행이다. 



2. 결과에 대한 새로운 시선 


노파심일까? 이번 선거가 미래 지향적인 진보를 위한 국민적 합의의 결과라면 대 환영이다. 하지만 만약 어려워진 경제에 "국가"에 무언가를 기대는 국민의 '국가 바라기'라면 이 선거 결과가 상당히 조심스럽기까지 하다. 이유는 시장 경제에 대한 국가에 지나친 국민적 기대는 오히려 경제를 더욱 어렵게 만들 수 있는 요건이 되기 때문이다. 


만약 이번 결과가 통일에 대한 염원으로 현 여당을 밀어 준 결과라면 그나마 다행이다. 힘 있는 정당의 대통령이 추진력 있게 통일의 단계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얻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점진적으로 하락을 보이는 경제 지표들이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한 의구심을 들게 하기도 한다. 경제 분야에 국가 개입을 더욱 강화하라는 군중 심리라면 현 결과가 국민이 국가에 무엇을 원하고 있는 것인지 명확히 진단해 볼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3. 보수의 가치는 무엇인가? 


보수는 자신의 기득권을 이용에 이윤을 챙겼다. 그리고 새로운 인재의 영입보다는 자신들의 기득권을 유지하며 무너지지 않는 권력을 자랑했다. 하지만 이 권력은 오래가지 못한다. 사람들은 눈을 뜨기 시작했고, 과거 인물들에 대해서 더 이상 기대치가 높지 않았다. 그런데 보수는 그것마저도 무시했다. 오만했다. 


사실 진짜 보수의 가치를 내세우는 사람들이 사라졌다. 자유를 중요시하고, 시장 경제 체제를 옹호하는 작은 정부의 모습을 보여주던 보수의 가치는 희미해졌다. 아마도 새로운 보수의 가치는 개인의 자유 중시와 시장에서의 정부 규제의 축소로 시장의 활성화를 꾀하는 신보수주의 일 것이다. 정부의 역할을 작게 하고 국민의 힘이 커지는 보수가 되어야 한다. 보수는 개인의 자유와 기업의 자유에 더욱 초점을 둔 정책을 펴야 할 것이다. 


국가의 힘이 강해질 때, 경제는 근본적으로 후퇴의 길을 간다고 이야기하던 신자유주의 학파의 이론을 제대로 공부하지 않아서 일까? 언젠가부터 신자유주의는 계층 갈등을 심화하는 불평등의 프레임으로 짜여 비난받기 시작했다. 이를 깨기 위한 보수의 지적 노력도 부족했다. 결국 나이 든 기존 기득권 계층의 게으르고 부족한 지식이 밑천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저 보수는 보수다.'라는 낡은 이념만 들이대고 있었다. 



4. 애매한 바른 미래당 


그 보수의 대안으로 바른 미래당이 출범했다. 바른 미래당은 다르다고 말한다. 무엇이 다른가? 그저 자유 한국당과 다르다는 말만 되풀이한다. 뭔가 속 시원한 지식이 없다. 단순히 "다르다"라는 말만 한다. 그 답답함의 결과는 참혹했다. 이제는 지식마저 이야기할 장마저 사라지고 있다. 


새정치를 보여주겠다던 안철수는 뚜렷한 자신의 철학이나 지식을 보여주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은 그의 지식을 기대했었다. 국민들은 제3지대를 원한 것이 아니다. 그건 권력일 뿐, 국민들이 원하는 정치가 아니었다. 사람들은 세상을 바꾸는 구체적인 지식을 원했다. 안철수 신드롬은 지식인이라는 안철수의 후광에서 출발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정작 본인만 그것을 알지 못했다. 정치판에 들어와 다른 정치인들 흉내를 내다보니, 결국 자신이 무엇을 공부했는지 조차 잃어버리고 말았다. 그렇게 그는 애매한 사람이 되었다. 



5. 정서적 접근의 부재 


그렇다고 보수의 가치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많은 보수 인물들이 저마다의 가치를 내세운다. 문제는 접근방법이다. 보수도 진보처럼 정서적으로 접근할 수 있었다. 하지만 어느새 정서적 접근은 진보의 유물처럼 여겨졌다. 


보수도 정서적 접근이 가능했다. 개인의 자유에 대한 강조, 시장 경제 체제에서의 자유 경쟁 등 다양한 보수의 가치를 정서적으로 접근할 수 있었다. 하지만 같은 이념 안에서 자신들끼리 노는 집단화만 형성할 뿐 지식과 이념의 확산은 없었다. 접근방법의 전략적 방법을 잃어버렸다. 강한 구호 속에 부드러움과 사람의 마음을 터치할 수 있는 정서적 애환이 깃들어야 하는데, 그런 것이 없었다



6. 국민의 국민에 위한 국민을 의한... 


이제는 보수와 진보로 나누지 않고 현 여당과 야당으로 나누겠다. 


현 여당은 자만하지 않겠다고 한다. 그리고 야당은 침통한 정도가 아니라, 존재감 자체가 사라지고 있다. 어쩌면 정치의 길을 떠날 수도 있을 것 같은 제스처도 보인다. 그런데 야당의 이런 맥 빠짐이 과연 국민들에게 좋을까? 


균형 없는 한 정당의 독주는 결국 비판 없는 독선으로 몰락의 길을 간다. 역사가 그것을 증명하고 있다. 그리고 현 여당 정치인들도 알아야 한다. 역사에서 대중의 전폭적인 지지는 가끔은 두려운 기류라는 것을 말이다. 


현 여당의 승리를 비난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단, 절대적인 승리 속에 불안감을 감출 수 없기에 끄적끄적 글을 쓴다. 


역사에서 한쪽의 지나친 승리는 두려움의 전조였다. 야당은 패배 원인을 다시 한번 진단해 보고, 미래를 향한 균형에 대해 다시 고찰해 봐야 한다. 결국 여당이든 야당이든 결국 국민의 국민을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나라는 만들어 가야 하기 때문이다. 



HRC



매거진의 이전글 북미 회담에 대한 질문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