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불편한 방어기제
화를 내는 것은 다양한 루트를 통해서 발생한다. 애는 뭐지?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상대방이 나의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자기 생각을 중심으로 나의 상황을 판단하여 말한다. 위로하는 척, 걱정하는 척, 말을 하지만 결국 자기 이야기이다. 그런 말들에 화가 난다. 결국 나에게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자기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결국 화의 근원이 이기적 자아의 접근에 대한 거부감일 것이다. 차라리 알지 못하거나 상대하지 않는다면, 아무 상관이 없을 텐데, 갑자기 다가와서 자기 이야기만 늘어놓는다면, 상당한 피로감이 전해진다.
더욱이 바쁘고 바쁜 사회 속에서 나의 이야기의 공백의 여유도 인정해 주지 않고, 자기 이야기만 공격적으로 쏟아부으는 사람과의 대화는 나의 마음에 화를 불러온다.
요즘 들어 사람과의 관계가 얼마나 중요하고 어려운지를 알게 된다. 대부분의 스트레스와 어려움이 물리적인 어려움보다는 관계에서 오는 어려움에 있음을 보면, 대화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그래서 가끔은 사람과 부딪히는 공간보다는 홀로 있는 시간이 더 편하고 아늑하다. 그렇게 삶을 즐기는 것도 나쁘지는 않은 것 같은데... 뭔가 허전하다.
순간적으로 화를 내는 나의 모습을 다시 되돌아보면, 어찌 보면 나의 화가 상대방의 잘못만은 아님을 깨닫는다. 내 안에 존재하는 불편한 것들을 나조차 어떻게 할 수 없을 때, 생기는 방어기제일 뿐이다.
방어하고 싶다. 나를 지키고 싶다. 내가 그 사람 앞에서 초라해 보이기 싫고, 싫은 소리를 듣기 싫다. 내가 생각하는 나의 의견이 누군가에 의해 설득당하거나 희석되기도 싫다. 자기 입장에서 나에게 들어오는 날카로운 말들에 내가 상처받기 싫다. 그런데 어찌 보면 그 말들에 내가 굳이 화를 내거나 반응할 필요는 없는데 말이다.
나는 어떤 관계를 그들과 원하고 있는 것인가? 친한 친구 사이도 아닌데, 연인 사이도 아닌데, 아직은 정립되지 않은 관계들 속에서 나는 불편한 그들과의 대화가 싫다. 잘못하면 그들이 나를 "이런 사람 "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판단은 그들의 자유이지만, 그렇게 판단을 받는다고 느껴질 때의 나의 마음은 여전히 불편하다.
이런저런 관계를 맺고 살아야 하는 사회이다. 생각보다 많은 관계를 맺지는 않지만, 생계를 위해서 어쩔 수 없이 맺는 관계들이 굳이 불편해지기는 싫은 것이다.
나는 오늘도 화를 낸다. 아직 내가 누군가와 관계를 어떻게 형성하는지를 잘 모르기 때문이다. 그리고 난 아직 불안전하다. 그래서 난 오늘도 아무것도 아닌 말들에 쉽게 반응하고 화를 낸다. 낯섦에 무서워 멍멍 짖는 개처럼 말이다.
Understand different
HR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