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News 분석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R POST May 12. 2016

베이비박스에 대한 질문들

베이비박스가 주는 아픔...

베이비박스에 집중된 아동 유기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742498.html

최근 한겨레 기사에 따르면, 입양 특례법 시행 후 아이를 버리는 사람들이 9배나 늘었다고 한다. '2012년 8월 입양 특례법 시행 이후 베이비박스에 아동 유기가 늘었다'는 내용이다. 맞는 내용이다. 입양 특례법 제정 후 베이비박스에 버려지는 아동들이 늘었다. 하지만 여기서 내용을 다시 한번 면밀히 봐야 한다.


전국적인 아동 유기 통계는 이미 입양 특례법 시행 이전인 2009년 이후 매 해마다 늘고 있다. 문제는 이 늘어나는 아동 유기 장소가 베이비박스에 집중되고 있다. 이 부분이 아동 유기 증가와 관련된 더 정확한 통계 수치다.


한국 사회에 전체 아동 유기 숫자는 증가하고 있고 이에 따른 베이비박스에 버려지는 아동 숫자가 집중되고 있다. 더 정확한 그래프 해석을 위해 3년 전에 쓴 블로깅을 하단에 링크 해 논다. (자료: 경찰청 통계 분석)


http://blog.naver.com/childrights/50169208107


2008년부터 2014년까지 아동 유기는 전국적으로 증가한다. 한국 사회에 아동 유기가 늘어나고 있다. 통계자료를 자세히 보면 아동 유기가 베이비박스가 언론을 탄 2012년 이후 서울 지역에 급증하는 현상을 보인다. 전국적으로 일어났던 아동 유기의 분포가 베이비박스가 생긴 2009년부터 조금씩 서울 지역에 집중되다가 2012년 언론에 베이비박스가 소개된 이후 그 분포가 급증한 상황이다.  

위 표는 2010년 이후 베이비박스에 유기된 아동수의 증가 그래프이다. 베이비박스가 언론에 소개된 2012년 이후 베이비박스에 아동 유기가 집중된다. 상단의 서울 지역 아동 유기 숫자와 베이비박스에 증가된 숫자를 비교하면 서울지역 특히 베이비박스에 아동 유기가 집중되는 현상을 확인할 수 있다. 두 개의 통계 그래프가 아동 유기는 전국적으로 증가했고, 아동 유기가 베이비박스에 집중되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입양 특례법이 영아유기를 낳는다?


보도기사의 통계 이용을 좀 더 면밀히 살펴보자. (2016년 현재는 자료가 없어 모르겠다. 2013년 기준) 아동 유기는 2012년 입양 특례법 시행과 관련 없이 전국적으로 2009년 이후 해마다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입양 특례법 제정 이전과(2012년 8월) 이후의 베이비박스 아동 유기 통계를 보면, 한국 사회의 아동 유기는 이미 2008년에 잠시 주춤하다가 2009년 이후 다시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입양 특례법은 2012년 8월부터 시행되었다.


하지만 2012년 입양 특례법 제정 이후 베이비박스에 아동 유기 숫자를 입양 특례법 시행 전, 후로 비교해보면 베이비박스에 아동 유기는 입양 특례법 시행 이후, 대폭 늘어난 현상을 볼 수 있다. 전체적인 아동 유기 증가 현상 속에 입양 특례법 시행 후 베이비박스에 버려지는 아동 유기가 급격히 증가했다. 아동 유기가 베이비박스에 집중됐다.


한국 사회의 지속적인 아동 유기 증가의 근본적인 문제는 미혼모에 대한 사회 편견, 양육의 경제적 어려움, 생명윤리에 대한 부재 등이 원인으로 지적된다.


그런데, 베이비박스를 운영하는 주사랑공동체는 아동 유기를 아동 출생신고가 명시된 입양 특례법이 원인이라고 지속적으로 주장한다. 과연 사실일까?


주사랑공동체는 베이비박스에 아이를 놓고 간 부모의 편지에 아동 유기의 원인을 입양 특례법에 위한 출생신고의 어려움 때문이라고 보여준다. 부모들이 출생 신고를 하지 않으면 아동을 입양원과 보육시설에 맡길 수 없기에 불가피한 선택을 했다고 한다. 과연 입양 특례법이  아동 유기를 낳는 원인일까? 입양 특례법의 제정 취지를 먼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입양 특례법의 제정 취지

http://blog.naver.com/childrights/50160513884

입양 특례법의 핵심 항목 중 하나는 입양에 있어 아동의 출생신고를 명확히 하고 아동과 부모의 기록을 중앙 입양원에 등록하여 아동이 성인이 되었을 때 본인이 원할 경우 부모의 인적 사항을 공개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이는 아동이 자신의 뿌리를 찾을 수 있도록 하는 기본적인 제도이다.


입양 특례법 이전에는 아동의 아무런 신변 기록 없이 불법으로 입양된 경우가 많았다. 아동의 입양 후 파양, 파양 된 입양 아동의 학대, 성인이 된 입양아동이 친부모를 찾기 위해 노력해도 찾을 수 없는 상황 등이 있었다. 이로 인해 '입양 특례법 시행을 통해 최소한의 아동의 출생 인적 사항을 법적으로 기록해 놓고 관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하지만 사회적 편견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모의 신상에 대한 보호 체계가 필요했다. 그래서 입양 특례법은 모의 사회적 환경을 고려하여 모와 아동의 관계를 본인과 아동의 후견인의 동의 없이는 공개하지 않도록 법령상 제정해 놓았다. 이 관리는 중앙 입양원에서 한다.


입양 특례법은 아동 입양에 있어 가정법원의 허가도 제정함으로써 아동의 불법적 입양을 근본적으로 차단하고 아동의 인권을 보호한다. 불법적 입양은 아동의 파양, 아동의 매매에 이르기까지 그 위험 범위가 매우 넓다.



출생신고 부모의 신분이 드러나?


한국의 경우, 미성년자가 아이를 출산하거나 미혼모가 아이를 출산하는 것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존재한다. 개인이 아동을 출산한 후 아동을 스스로 양육하느냐 양육하지 않느냐에 대한 사회적 선택은 쉽지 않다. 아동의 출산 자체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사회적 편견 문화 때문이다.


사회적 편견과 그들을 향한 냉혹한 시선은 미혼모들의 아동 유기의 원인이다. 한국 사회는 모가 아동을 버릴 수밖에 없는 진짜 내재된 아픔을 사회적으로 감싸주지 못한다.


한국 사회는 양육에 있어 모의 사회적 선택권을 제시해 주지 않고 두려움에 그 멍에를 잠시나마 외면하게 하는 아동 유기를 강요하고 있지는 않는지 고민해 봐야 한다.



모의 심정?


자신이 출산 한 아기를 베이비박스에 유기한다고 아동과 모의 관계가 진정 끝날까? 먼 훗날 아이를 보고 싶지 않을까? 과거 한국에서 입양을 보낸 부모들이 먼 훗날 자녀를 찾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TV 화면에 종종 나온다.  해외 입양된 아동이 성인이 되어 자신의 뿌리를 찾아 먼 타지에서 와 상당한 시간과 돈을 쓴다. 그들은 간절히 생물학적 부모를 찾는다.


인간 본연에 있는 부모와 자녀의 본능에 대한 연결고리들이 서로를 잡아당긴다. 하지만 베이비박스에 유기된 아동들은 그 연결을 찾을 아무런 정보가 남아 있지 않다. 모나 아동의 연결 고리를 베이비 박스가 중간에서 갈라놓는 상황이 된다.


당장은 아프다. 사회적 편견도 잘못되었다. 하지만 입양 특례법이 '아동과 모의 흔적을 남기기에 아동 유기를 조장한다'는 주장은 정서적인 관점에서도 공감되기 어렵다. 모와 자녀의 정서적인 연결 고리를 아동 유기도 끊을 수 없다.


많은 사람들이 '중앙 입양원에서 부모의 신분이 노출되는 것을 행정적으로 완벽히 막지 못한다'고 염려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관계의 흔적조차 남기지 않는 것이 옳은 선택일지 다시 한번 심각하게 고려해봐야 한다.  


행정에 대한 불신을 이유를 들며 아동과 모의 관계 조차 사회적 법 테두리 안에 흔적을 남겨 놓지 않는다면, 사회 구성원을 이루는 최소 단위의 가족에 대한 법의 테두리의 존재 의미는 희미해질 수 있다.  



경제적 관점?


실제로 주사랑 공동체는 베이비박스에 유기된 아동들을 다 수용할 수 없다. 그래서 그들은 유기된 아동을  시. 구 소속의 아동보육시설로 보낸다. 베이비박스가 일종의 중간 다리 역할을 한다. 익명성 때문이다.  


사실 보육시설에 아동을 맡기는 절차는 베이비박스의 과정을 걸쳐 익명성을 제공받는 부분만 다를 뿐 보육시설로 아동이 들어오는 과정은 같다.


현재 시. 구 소속의 아동보육시설은 경제적 어려움에 아이를 보육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충분한 문을 열어 놓는다. 하지만 실제로 베이비박스는 아이와 부모의 인연을 부모가 인위적으로 끊는 것을 도와주는 중간 역할을 한다. 과연 부모가 아동을 베이비박스에 유기하는 것이 옳은 선택일까? 불가피한 선택일까?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불가피한 선택?


http://www.jsrcommunity.com/

"산모의 익명성을 보장하여, 불가피하게 아기를 키울 수 없는 경우 아기를 두고 갈 수 있도록 건물 외벽에 설치한 신생아 보호장치입니다. "라고 말한다.


주사랑공동체는 현재 아동 유기에 대한 개인의 불가피성과 사회의 미비한 시스템을 근거로 베이비박스가 두 간극의 완충작용을 한다고 말한다.(주사랑공동체 홈페이지)


주사랑공동체는 산모 개인의 익명성을 보장해준다고 말한다. 하지만 더 면밀히 보자면 베이비박스는 산모의 존재를 아이와 단절시키는 것이다. 익명성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다. 익명성은 부모 관계의 단절이 아니다.


익명성은 부모 관계를 유지하면서 그 내용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 것이다. 현재 중앙 입양원과 가정법원은 산모의 익명성을 법적, 행정적으로 보장한다. 아동 특례법에 따라 산모의 익명성은 본인의 허락 없이 타인이 열람할 수 없다.


베이비박스의 문제 확산


http://withgonggam.tistory.com/1801

"미혼모이거나 결혼할 수 없는 관계에서 출산하였다거나 출산한 자녀를 양육할 만한 경제적 여건이 되지 않는 등 피치 못하게 아이를 양육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한 여성들은 보호되어야 한다." -공감 소라미 변호사-


현재 베이비박스의 문제는 외국인 아동 유기로도 이어지고 있다. 이에 대한 한국 사회의 반응도 주목된다. 이 문제는 고아의 국적 획득과 관련된 복잡한 출생신고의 영역도 관련되어 있다.  



베이비박스 그 후


베이비박스에 아동이 들어왔다. 부모는 아동의 아무런 인적 사항과 자신들의 인적 사항 없이 아동을 베이비박스를 통해 시, 구 보육시설로 보낸다. 보육시설은 아동은 키우고 가능하다면 입양시키려 한다. 부모의 신분은 아무도 모른다.


아이


거꾸로 생각해 보자. 내가 만약 그 버려진 아동이라면 성인이 되어 나의 뿌리에 대한 원초적인 궁금증이 생겨도 부모를 찾을 수 없다.  나를 길러주신 감사한 부모도 있겠지만, 나의 태생에 대한 궁금증을 평생 안고 살아간다. 하지만 나는 부모에 대한 아무런 정보가 없다. 길을 가다 티브이에서 아이를 버린 부모의 애타는 인터뷰를 본다. 설마 나의 엄마일까? 문의를 해 보았지만, 내 부모는 아니다. 그 후 베이비박스를 찾아갔다. 그들은 나의 부모에 대해서는 모른다고 말한다. 아무런 정보가 없다. 나의 부모는 누구일까?


모의 생각


젊은 날 아무것도 모른 체 임신했다. 남자친구는 두려워서 연락이 끊긴 지 오래고, 나의 배는 이미 많이 불렀다. 아이를 출산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아이를 출산했지만, 아이와 함께 살 수는 없었다. 부모님은 아이를 베이비박스에 유기하라고 했다. 두려웠다. 그 골목을 갔다. 내 품에 잠든 아이의 모습을 보니 너무나 귀엽다. 하지만 현실은 난 아이를 키울 수 없다. 정신 차리자! 고아원과 입양원을 찾아갔지만, 나의 신분을 밝혀야 한다고 한다. 미혼모라 알려지기 싫다. 두렵다. 어쩔 수 없다. 그래서 여기에 왔다. 오늘따라 가로등이 환하다. 조심스레 베이비박스의 문을 열고 아이를 넣었다. 아이는 아직 잠들어 있다. 아이를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본다. 안녕 아가야. 미안하다. 꼭 좋은 사람 만나서 잘 크렴. 안녕. 날 용서하렴...


40년 후


오늘은 둘째 아이가 시집가는 날이다. 갑자기 베이비박스에 버린 나의 첫 번째 아이가 생각났다. 시집은 갔을까? 아이는 있을까? 좋은 부모를 만나 잘 살았을까? 그럼 다행이다. 나의 첫 째 아이에 대해서는 가족 아무도 모른다. 내 남편도 모른다. 오늘 시집가는 둘째 딸도 모른다. 세월이 흐르면 잊을 줄 알았는데 잊히지지 않았다.


얼마 전 베이비박스 근처에 가 보았다. 오늘도 버려지는 아이가 있나 보다... 저만치 과거의 나의 모습처럼 망설이는 한 여자 아이가 보인다. 눈이 온다. 지금 와서 아이를 찾을 수도 없다. 또한 찾는다고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런데 딱 한 번만이라도 잘 살고 있는지 확인하고 싶다. 그래야 편히 눈을 감을 듯하다. 보고 싶다... 잘 살고 있니... 미안하다...



아이


나를 낳은 엄마는 아직 살아 있을까? 그녀도 나처럼 힘들었을까? 아무리 엄마를 찾으려 해도 찾을 수 없다. 내가 아는 것은 오직 이 박스에 내가 버려졌다는 사실 하나다. 엄마가 살아 있다면 한 번만이라도 보면 좋겠다. 단 5분만이라도 그 모습을 확인한다면 좋겠다. 그게 다다.  



Understand different

HRC








매거진의 이전글 참으로 기이하게 출생신고의 문제점이 드러나는 한국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