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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다빈 Nov 06. 2021

'무야홍' 홍준표가 국힘 후보가 되지 못한 이유

홍준표 마크맨의 관찰기

  '무야홍(무조건 야당 대선후보는 홍준표)' '돌돌홍(돌고 돌아 홍준표)' '무대홍(무조건 대통령은 홍준표)' '홍찍자(홍준표 찍어야 자유대한민국 지킵니다)' 등 온갖 인터넷 밈을 양산하면서 2030 세대의 애정을 받았던 홍준표 의원이 결국 국민의힘 최종 대선 경선 문턱을 넘지 못했습니다.


  저는 이번 대선 기간 홍 의원의 마크맨이었습니다. 그는 무소속 신분으로 국회에 입성해 올해 6월 국민의힘에 복당 후 불과 4개월여 만에 유력 대선 후보로 떠올랐습니다. 과거 극우, 막말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솔직하고 거침없는 발언으로 2030 세대의 눈길을 사로잡았습니다. 대선 경선 여론조사에서도 네 명의 후보 중 48.2%를 기록해 과반에 육박하는 저력을 보였죠. 그럼에도 홍 의원이 당원 선거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게 큰 격차로 패배하고 만 이유를 두 가지 관점에서 비교해보고자 합니다.


  국민의힘 기득권 정치의 벽

 

  홍 의원 낙선에 실망한 많은 2030 세대들은 홍 의원의 실패를 국민의힘의 고착화된 질서에서 찾습니다. 계파정치를 거부하는 홍 의원과 달리 국민의힘 대부분의 의원들은 '날파리' '하이에나'라는 조롱을 들을 정도로 이합집산에 능합니다. 이명박-박근혜, 안철수, 윤석열 등 선거 때마다 색채를 달리해 지지후보를 바꾸는 중진의원들이 많습니다. 그렇기에 오랜 기간 홍 의원과 오래 당 활동을 함께 한 이들 사이에서는 "나 홀로 정치를 하는 홍준표가 대통령이 되면 내 역할이 없다"는 위기의식이 감돌았습니다.


  실제로 홍 의원이 경남지사 시절 부지사로 임명하고, 이후 공천에도 도움을 주며 각별히 챙긴 윤한홍 의원, 자유한국당 대표 시절 수석대변인으로 기회를 준 장제원 의원마저도 윤 전 총장 캠프에 합류해 핵심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현직 의원 40여 명이 윤 전 총장 캠프에 몰려가는 동안 홍 의원은 현역의원 2명을 확보하는 데 그쳤죠. 그럴 때마다 홍 의원은 "나는 계파정치를 하지 않는다"라고 했지만 씁쓸한 마음이었을 겁니다. 


  결국 홍준표 캠프는 국민의힘에 갓 입당한 최재형 전 감사원장, 민주당 출신의 조경태 의원, 이언주 전 의원 등 국민의힘 주류에서 벗어나 있는 변방의 장수들이 연합군을 이루는 형태가 됐죠. 


  국민의힘 책임당원 구성에서도 패배가 예견돼있었습니다. 국민의힘 책임당원은 세대별로는 50대 이상이 66%에 이르고, 지역적으로도 영남에 43.3%가 몰려 있습니다. 당연히 개혁보수를 바라는 수도권, 중도층, 청년세대의 생각과는 다른 것이죠. 실제로 윤석열 캠프 분석에 따르면 전국 245개 당협위원회 중 160곳가량이 윤 전 총장 지지 성향이었다고 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당에 들어온 지 4개월도 지나지 않은 윤 전 총장이 후보가 될 수 있었던 것이죠. 


  홍 의원이 대선 결과 발표 이후 페이스북에 "26년 헌신한 당에서 헌신짝처럼 내팽개침을 당했다"라고 주장할 충분한 근거가 있는 것이죠. 


대선 경선 결과 발표 전 전당대회 참석자들에게 고개 숙여 인사하는 홍준표 의원 ⓒ필자 촬영


  무계파 나 홀로 정치의 한계도

 

  물론 홍 의원의 캐릭터에서도 실패 원인을 찾을 수 있습니다. 홍 의원은 당대표 2번, 원내대표, 5선 국회의원, 도지사 재선, 제1야당 대선 후보 등 누구보다 화려한 정치 이력을 자랑합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자신과 정치적 뜻을 함께 할 동지를 만들지 않았습니다. 계파정치를 하지 않겠다는 소신 때문이기도 하지만 막말 논란, 직설 화법, 스킨십 부족 등이 원인이 된 경우도 있습니다.  


  재선 이상이나 전직 의원들의 경우 홍 의원의 캐릭터를 너무나 잘 알다 보니 홍 의원을 도울 엄두를 내지 않았습니다. 여기에 국민의힘 초선 의원 중에는 홍 의원을 아예 만나보지 못한 경우도 많습니다. 물론 과거와 달리 초선의원들 생일에 케이크를 보내는 등 다가가려는 노력을 하긴 했지만 홍 의원이 탈당한 뒤 들어온 초선의원들과 심리적 거리는 여전했습니다. 


  일부 인사들은 "홍 의원을 돕고 싶은데, 그와의 접점이 없다"라고 푸념하기도 했습니다. 뒤늦게 홍 의원 캠프에 합류한 인사들은 오히려 마크맨 기자들을 찾아다니면서 홍 의원이 어떤 사람이냐고 묻기도 했죠. 홍 의원은 방송에서는 '개그 캐릭터'로 비치지만 실제로는 무척 내성적인 사람입니다. 마크맨인 저도 홍 의원의 사무실을 찾아가 첫 만남을 가졌을 때 그가 시선을 바둑 TV에 고정한 채 묻는 말에만 짧게 대답하는 모습을 보면서 당황했던 경험이 있었습니다. 


  물론 홍 의원은 이번 선거에서 최선을 다했습니다. 정말 마지막 기회로 생각하고 혼신의 힘을 다하는 모습이었습니다. 평소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하거나 부탁을 잘하지 않는 홍 의원이지만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삼고초려해 캠프에 영입했습니다. 국민의힘 경선이 시작된 1일에 대구 서문시장을 찾아 유권자들에게 큰절을 한 것도 그만큼 선거 승리가 절박했던 것이죠. 

  

  홍 의원은 국민의힘 계열의 보수 정당 역사상 최초로 여론조사 경선에서 이기고도 대선 후보가 되지 못한 최초의 인물이 됐습니다. 하지만 그는 "경선 결과에 깨끗하게 승복한다"며 즉각 패배를 수용하는 대인배의 모습을 보였습니다. 유권자들이 그에 대해 갖는 호불호가 있겠지만 기득권 정치에 절망한 2030 세대에게 희망을 주고, 윤석열 독주 체제로 갈뻔한 국민의힘 경선을 흥행시킨 공로는 인정받아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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