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달 앞으로 다가온 이번 대선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의 여야 양강 대결 구도로 출발했습니다. 대장동 특혜 개발 의혹에 휩싸인 이 후보와 고발 사주 의혹 등을 받는 윤 후보 모두 본인과 가족을 둘러싼 수 없이 많은 의혹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의 역대급 네거티브 선거를 예고하고 있죠. 일각에서는 선거에서 지는 사람이 감옥을 가야 하는 '감옥행 데스매치'라고 풍자하기도 합니다.
거대 양당 후보 모두가 60%대의 비호감도를 기록하면서 청년, 중도층 유권자들은 지지할 후보를 찾지 못해 방황하는 모양새입니다. 자연스레 거대 양당 후보가 아닌 다른 후보군으로도 눈길을 돌리게 될 것 같습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측도 이 과정에서 다시 한번 지지율 반등의 기회가 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안 대표는 사실 이번을 포함해 대통령 선거 3회, 서울시장 선거 2회 등 너무 많은 선거에 출마하면서 대중적인 피로도가 높은 인물입니다. 갤럽 여론조사에서는 이재명, 윤석열 후보보다 비호감도가 더 높게 나타나기도 했죠.
그래서 안 대표가 출마 선언에서 어떤 이야기를 꺼내놓을지 궁금했습니다. 1일 안 대표는 국회에서 대선 출마 선언을 했습니다. 출마의 일성은 놀랍게도 여의도 정치 타파였습니다. 한때 새정치의 아이콘이었지만 10년째 정치를 하면서 이미 대중의 평가가 끝난 것으로 보였던 안 대표가 다시 10년 전 구호로 돌아간 것입니다.
안 대표는 새정치를 넘어 시대교체를 하겠다고 했습니다. 정치 교체를 넘어 국민들과 함께 새로운 시대를 열겠다는 포부였습니다. 10년 차 정치인의 구호로는 다소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은 느낌이지만 집념의 안 대표는 끝까지 자신의 주장을 밀고 나갈 것입니다.
안 대표가 현실적으로 대통령이 될 가능성은 어느 정도일까요? 냉정하게 보면 거의 없을 것입니다. 잦은 출마와 낙선, 2012년 대선서 50%의 지지율, 2016년 국민의당 돌풍, 2017년 대선에서의 급부상 등 기회가 주어질 때마다 그는 정치력 부족과 말실수를 연발했습니다. 초등학생 이미지로 희화화된 것은 대선 후보로서 약점이 되고 있죠. 그러는 사이 그가 이끄는 국민의당은 3석짜리 미니 정당으로 전락했습니다.
다만 안 대표가 이번 대선에서 중요한 변수가 될 가능성은 있어 보입니다. 당장 이재명, 윤석열 대결이 확정되면서 '둘 다 싫다'는 유권자층이 너무 많습니다. 특히 2040세대와 중도층에서 지지가 약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국민의힘 후보로 선출된 것은 기회 요인입니다. 실제로 온라인 상에서도 국민의힘 경선에서 홍준표 의원을 지지했던 이들 중 일부가 "본인에 대한 흠이 없고, 순수한 이미지의 안 대표를 뽑겠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가 5% 이상의 지지율을 꾸준히 유지할 수 있다면 내년 3월 대선 직전까지 야권 단일화는 이슈가 될 것입니다. 대통령, 서울시장 선거에서 숱한 단일화 이슈를 겪은 안 대표야말로 우리나라 정치에서 최고의 단일화 전문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쉽게 물러나지 않을 것이고, 몸값은 높아질 것입니다. 단일화 국면에서 안 대표가 끝까지 완주를 고집할 경우 국민의힘에서는 점점 더 많은 양보를 해야 할 것입니다.
안 대표는 최근 기자들과의 스킨십도 부쩍 늘리고, 유튜브 생방송을 꾸준히 진행하는 등 대국민 소통에 앞장서면서 과거와는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여전히 IT나 미래 산업 문제에서는 뛰어난 통찰력을 지닌 것으로 평가되는 안 대표가 향후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요. 과거에 비해 참모, 조직 구성은 크게 약해졌고 10년 간의 정치활동을 통해 대중들에게 고정된 이미지를 깨는 건 쉽지 않을 것입니다. 그가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고 바람을 일으킬 수 있을지 이번 대선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가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