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는 안전한가?’라는 질문을 많이 듣는다. 한 마디로 답할 수 없는 질문이라 이야기를 풀어가다 보면, 사람들이 하고자 했던 진짜 질문은 따로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아프리카 사람들은 위험하지?’라는 질문이 바로 그것이다. 이 질문에 대해 내가 주는 답은 이렇다.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해야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조심하듯이 그곳에서도 조심하면 된다.’
마다가스카르를 생각했을 때에, 나는 그 땅에서 볼 때에 부유한 외국인이다. 예를 들어, 내가 가진 스마트폰의 가격은 마다가스카르의 한 노동자를 기준으로 1년 치의 월급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한국에서 아무렇지 않게 사용하던 것들이, 그곳에 가면 굉장히 비싸고 고급 물건이 되는 것이다. 만약 한국에서 사람들이 1년 치의 월급을, 즉 연봉만큼의 금액을 손에 들고 다닌다면 어떻게 될까? 절도사건이 배는 늘어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우리가 사는 집은 누군가의 입장에서 값지고, 비싼 물건들이 많은 집일 것이다. 범죄를 저지르더라도 작정하고 한번 털어볼 만한 가치가 있는 집인 것이다.
언제 어디를 가냐에 따라서도 상황은 달라진다. 끔찍하지만, 잠시만 상상해보자. 한국에서 길을 걸어가고 있는데, 누군가가 내 머리를 쳐서 쓰러뜨린다면 어떻게 될까? 운이 좋아 누군가 나를 발견한다면, 119로 신고를 해줄 것이다. 나는 병원으로 이송되어 치료받을 것이고, 경찰이 사건을 접수하여 CCTV와 차량용 블랙박스 등의 힘을 입어 범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아프리카 대륙의 한 나라인 마다가스카르의 내가 살던 동네에서 위와 같은 상황으로 밤에 머리를 맞아 쓰러졌다고 가정해 보자. 가로등이 거의 없어 길이 어둡다. 심지어, 밤에 정전되는 일이 잦아서 가로등이 꺼져있을 수도 있다. 그래도 운 좋게 누군가가 나를 발견했다고 치자, 그 사람이 전화기를 갖고 있을 가능성은 매우 적다. 전화기를 갖고 있어도, 응급차를 부를 번호를 알기 어렵다. 응급차를 불렀다고 해도 몇 시간이 걸려 올진 모른다. 오지 않을 수도 있다. 병원에 간다 해도 외국인이기 때문에 바로 치료를 받지 못할 수 있다. 범인을 찾을 수 있을지를 기대하기는커녕, 경찰이 이 사건을 조사 자체를 할지가 의문이다.
모든 사람이 다 소매치기나 강도는 아니다. 내가 만난 대부분의 마다가스카르 사람들은 너무나 착하고 순하다. 길을 가는데, 소매치기당할 수 있으니 네 손에 든 것을 조심하라고 일러주는 사람도 만난 적이 있다.
어디에나 악인은 있다. 어느 나라이든 범죄는 발생하고, 외국인은 항상 범죄의 대상이다. 우리가 유럽여행을 가도 소매치기를 조심해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낯선 곳에서는 항상 조심해야 한다. 우리가 모르는 위험에 맞딱뜨릴 수 있으며, 그 위험을 맞이했을 때에 대처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마찬가지의 이유로, 아프리카에 가면 충분히 조심해야 한다. 하지만, 모든 사람을 도둑 인양 의심하지는 않아야 한다. 그들도 우리와 같은 사회성과 치안 의식을 가진 사람이다. 좋은 것을 알고, 나쁜 것을 안다. 충분히 범죄가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 조성되면, 우리 또한 범죄를 저지를 수 있다. 아프리카에서는 그런 상황들이, 우리가 범죄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상황들이 잘 만들어질 뿐이다. 가끔 외국인을 대상으로 벌어지는 사건들의 정황을 자세히 뜯어보면, 조금만 주의했어도 일어나지 않았을 사건들이 적지 않다. 견물생심이라는 말은 아프리카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된다는 말이다. 우리가 위험한 만큼, 그들도 위험하다. 이렇듯 우리와 같은 상황에서 그들을 이해하려 하면, 우리가 범죄를 당할 상황을 자연스럽게 생각하고 준비할 수 있다.
한국에 오고 나서는 아내와 함께 밤거리를 자주 걷는다.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가로등이 밝은 골목길을 걷는 이 시간이 참 행복하다. 밤에 안전히 길을 걸을 수 있는 나라에 산다는 것은 참 감사한 일이다. 이 안전한 밤거리를 마다가스카르의 친구들에게 보여준다면 얼마나 놀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우리에게는 너무 당연한 것이지만, 당연하지 않은 환경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세상에는 참 많다.
#아프리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