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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리 Jun 27. 2017

아프리카의 입국; 시작부터 마주한 먹고사는 문제

다른 나라로 들어갈 때에 긴장되는 순간이 언제냐를 나에게 묻는다면, 주저 않고 ‘입국심사’라고 이야기할 것이다. 입국심사를 위해 줄을 서있으면 뭔가 잘못하진 않았지만 평가받는 기분이 들기도 하고, 애써서 받은 비자에 무언가 문제가 있지는 않을까, 혹시나 입국이 거절되면 돌아가야 하나 하는 여러 상상의 나래를 펴곤 한다. 


마다가스카르에 처음 도착해서도 마찬가지였다. 한국의 간이역정도로 생긴 공항 안으로 들어가니, 무심한 표정으로 앉아있는 입국심사대의 직원들이 보였다. 순서가 되어, 좋은 사람인척 쌩글쌩글 웃으며 여권을 내밀었다. 도장을 찍던 직원이 날 보고 싱그럽게 웃더니 어색한 영어로 한 마디를 건넸다.

“Do you have some present for me.”(나를 위한 선물이 있니?)

나는 당황했다. 왜냐하면, 그 직원을 위한 선물을 준비할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프리카는 처음이라, 내가 몰랐던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Sorry, I don’t have.”(미안, 안 가지고 있어) 정말 미안한 표정과 함께, 사실대로 당신을 위한 선물이 나에게 없음을 전심으로 어필했다. 직원은 알겠다며, 괜찮다며 나에게 여권을 돌려주었다. 그 직원이 말한 선물이 바로 ‘돈’이었다는 것을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


내 뒤를 이어 아내가 입국심사대를 통과하고, 저 직원이 돈을 요구하더라 하는 이야기를 나누며 함께 짐을 허름한 카트에 담고 입국장으로 들어섰다.

입국장을 나오자, 형광색 조끼를 입은 건장한 사내들이 보였다. 직원이 참 많다고 생각하며 카트를 밀었는데, 나와 눈이 마주친 몇 명이 나와 아내 옆으로 붙어 서로 경쟁하며 우리 카트를 밀어주기 시작했다. 당황한 우리는 괜찮다고 말했지만, 결국 한 카트를 세네 명이 함께 밀며 밖까지 나왔다.

그 사람들은 서로 자기가 밀었다며 각자가 수고비를 요구했다. 우리는 부탁하지 않았고, 돈도 없다며 제법 오랫동안 실랑이를 하였고 결국 그 사람들은 빈손으로 돌아가야 했다. 


우리나라에 청년실업이 문제라고 한다. 마다가스카르는 실업 자체가 문제였다. 일자리라는 것 자체가 많지 않고, 있더라도 턱없이 부족한 임금을 받는다. 직업이 있어도 다른 수단으로 심지어 불법적이더라도 돈을 보충해야 하고, 그런 직업도 없으면 조끼를 입고 공항에 나와야 하는 것이다. 어찌 보면 복지는 이론이고, 배고픔은 실제이다. 부모를 따라 돌을 깨야하는 아이들, 몇 달째 돈을 받지 못했다며 제발 아무 일이라도 시켜달라고 찾아온 학교 교사, 빨래를 빨아주며 하루를 사는 엄마, 상상할 수 있는 더 심한 경우가 전혀 이상하지 않은 곳이었다.


 먹고산다는 것. 입국한 첫날, 공항을 나가기도 전에 이 나라에서 우리를 맞이한 것은 바로 이 문제였다.


#아프리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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