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에도 우리 또 만나요.
나에게 유난히 다정했던 언니가 있었습니다.
사실은 동갑이었지만, 생일이 빠르다는 이유로 나는 기꺼이 그녀를 언니라 불렀습니다.
언니는 나를 볼 때마다 항상 밥부터 챙겼습니다.
"밥은 먹었니?", "집에 먹을 건 좀 있어?"
어느 날은 내가 몸이 좋지 않다는 소식을 듣고는
위에 좋다는 버섯차와 영양제 몇 가지를 챙겨 들고 나타났습니다.
건강해야 한다고, 제발 몸 좀 챙기라고 신신당부하던 목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선합니다.
또 어떤 날은 김장을 했다며 커다란 김치통을 불쑥 건네주기도 했습니다.
언니는 나에게 때로는 엄마 같았고, 때로는 친언니 같았습니다.
우리가 어떻게 처음 만났는지는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내 거친 인생에서 만난 가장 포근한 한 사람이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했습니다.
그러던 언니가 암으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처음 아프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도 가슴이 내려앉았지만,
정작 언니는 항암 치료를 받는 중이라며 직접 차를 몰고 내 가게 오픈을 축하해 주러 왔었습니다.
빳빳한 현금 20만 원을 제 손에 억지로 쥐여주며 환하게 웃어주던 그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그게 마지막인 줄도 모르고 나는 바쁘다는 핑계로 고맙다는 말만 되풀이했습니다.
언니는 가게를 다녀가고 불과 6개월 만에 영원한 작별을 알려왔습니다.
나중에 장례식장에서 언니의 동생에게 전해 들은 이야기는 더 가슴을 후벼 팠습니다.
항암 치료 중이라며 웃으며 찾아왔던 그날,
사실 언니는 더 이상 치료가 무의미하다는 판정을 받고 퇴원했던 날이었다고 합니다.
병원을 나서며 언니는 자신의 집이 아닌 우리 가게로 차를 몰았던 겁니다.
"많이 좋아졌어. 조만간 또 보자."
그 말은 언니가 나에게 남긴 마지막 거짓말이었습니다.
마지막 순간에는 암세포가 뇌까지 퍼져 앞을 보지 못했고,
온몸을 짓누르는 고통 속에서 짧은 생을 마감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주저앉아 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지독한 고통을 견디면서도 우리를 보러 왔던 그날,
언니는 어떤 마음으로 가게를 방문해 주었던 것일까요?
앞이 흐릿해지는 와중에도 내가 꾸며놓은 공간을 눈에 담으며,
이 철없는 동생들이 험한 세상에서 기죽지 않고 살아가기를 얼마나 간절히 빌었을까요.
세상은 참 야속합니다. 왜 내게 소중한 사람들은,
이토록 다정한 사람들은 늘 서둘러 떠나버리는 걸까요.
유독 그 언니가 생각나 마음이 시린 날입니다.
텅 빈 가게에 앉아 있으면 언니가 건네준 정이 문득 떠오르는 것만 같습니다.
이제는 그 다정한 질문을 더 이상 들을 수 없어서 마음이 너무 아프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니가 알려준 대가 없는 사랑과 우정을 나 또한 다른 사람에게
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언니, 오늘은 언니가 너무 많이 보고 싶어요.
언니를 생각해서라도 나, 이제 정말 건강 잘 챙길게요.
언니가 마지막까지 응원해 준 이 자리를 악착같이 지켜낼게요.
언니가 챙겨준 마음 덕분에, 나는 오늘도 밥 잘 챙겨 먹고 내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그곳에서는 부디 눈부시게 밝은 세상만 보며, 고통 없이 편히 쉬기를 바랄게요.
보고 싶어요 sy.
-윤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