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님은 극한 직업이에요
어떻게 그렇게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잘 이해해?
넌 상담사를 해도 잘했을 것 같아!
너랑 대화하고 있으면 마음속 깊은 이야기까지 다 털어놓게 돼!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종종 듣는 말들이 있습니다.
“어쩌면 그렇게 내 마음을 잘 알아줘?” 혹은 “상담사를 했어도 정말 잘했을 것 같아.”
같은 말들입니다.
누군가 힘들었던 이야기를 꺼내 놓으면 가만히 위로를 건넸고,
재미난 이야기를 하면 함께 즐거워하며 들어주었습니다.
슬픈 이야기를 할 때면 그저 묵묵히 그 곁을 지켰습니다.
사실 딱히 제가 특별하게 했던 건 없었습니다.
그저 대화가 흐르는 대로 나의 생각을 조금 보태어 전해주었고,
공감할 수 있는 부분에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하고,
그저 대화를 주거니 받거니 했던 것뿐입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그 평범한 과정 속에서 뜻밖의 위안을 얻었다고 말하곤 합니다.
하지만 고백하자면, 공감이라는 것
누군가에게는 숨 쉬듯 쉬운 일일지 몰라도 저에게는 참으로 어려운 일이더군요.
그런 제가 누군가와 공감을 하고, 이야기를 나누고,
대화를 이어간다는 건 사실 엄청난 노력을 쏟아야 하는 일이었습니다.
겉으로는 평온해 보일지 몰라도 속으로는 상대의 문장 하나하나에 집중하며
내 에너지를 아낌없이 쓰고 있었던 셈입니다.
가게를 운영하며 처음 본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는 일은 지금도 여전히 어렵습니다.
낯선 이와 대화를 한다는 것, 어떤 대화의 주제를 꺼내야 할지,
또 이 대화를 어떻게 자연스럽게 이어가야 할지 저는 여전히 잘 모릅니다.
하지만 가게 주인으로서, 혹은 한 사람으로서 일단은 편안하게 먼저 말을 걸어보기도 합니다.
“오늘 날씨가 참 좋네요.” 혹은 “커피 맛은 입에 맞으시나요?” 같은 아주 사소한 시작 말입니다.
그렇게 시작된 대화는 신기하게도 꼬리에 꼬리를 뭅니다.
그러다 보면 어느샌가 자연스럽게 이러쿵저러쿵 쿵작이 맞는 이야기들을 나누게 됩니다.
한참 이야기를 듣다 보면 어느 순간 상대방은 경계를 허물고
자연스레 자신의 깊은 속마음이나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비밀까지 털어놓곤 합니다.
그럴 때면 저도 모르게 속으로 놀라곤 하죠.
‘음? 오늘 처음 본 사이인데? 이런 개인적인 이야기까지 한다고…?’
내심 이런 당혹스러운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런 생각도 듭니다.
전혀 모르는 남에게 이야기해서라도 그분의 꽉 막힌 속이 조금이라도 시원해진다면 그걸로 됐다고 말입니다. 어차피 나는 상대방에게 철저한 ‘남’이니까,
그저 잘 들어주기만 하면 된다는 마음입니다.
모르는 사이이기에 오히려 더 정직해질 수 있는 그 마음을 저는 가만히 받아낼 뿐입니다.
대화를 하다 보니 알게 된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저마다 원하는 대화가 전부 다르다는 것입니다.
어떤 사람은 자기가 하는 이야기를 그저 묵묵히 토씨 하나 놓치지 않고 들어만 주길 바라는 사람이 있고,
또 어떤 사람은 자기가 처한 상황에 대해 명쾌하고 이성적인 해결책을 알려주길 바라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따뜻한 공감도 해주면서 동시에 앞으로 어떻게 하면 좋을지 해결 방안까지 함께 고민해 주길 바라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 다채로운 요구들 사이에서 저는 매번 고민에 빠집니다.
‘이 사람은 지금 어떤 마음으로 내 앞에 앉아 있는 걸까.
내가 지금 내놓아야 할 것은 따뜻한 끄덕임일까, 아니면 현실적인 조언일까.’
상대의 요구에 부합하려는 생각으로 대화를 하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는 누군가와 대화를 한다는 것 자체가 큰 부담으로 다가왔습니다.
더는 누군가와 말을 섞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들기도 하더군요.
에너지는 고갈되고, 금방 지쳐버리는 상황이 반복되었습니다.
사람을 마주하는 것이 즐거움이 아니라 숙제처럼 느껴지던 시기였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그런 복잡한 생각들을 하지 않기로 했죠
‘잘 해내야지’ 혹은 ‘맞춰줘야지’ 하는 생각을 벗어버렸습니다.
그저 내 앞에 있는 사람의 목소리를 묵묵히 듣습니다.
그렇게 비우고 듣다 보면 자연스럽게 제가 해야 할 말이 머릿속에 떠오르고,
억지로 노력하지 않아도 상대방의 생각이 이해되기 시작했습니다.
공감은 쥐어짜는 것이 아니라, 잘 듣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오르는 것임을 깨달은 것입니다.
누군가와 대화한다는 게 참으로 어려운 일이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그것만큼 쉬운 일도 없습니다.
내가 서 있는 이 자리에서 나를 찾아와 대화를 건네는 상대에게
그 순간만큼은 최선을 다해 들어주면 됩니다.
상대가 조언을 원한다면 내가 아는 선에서 정성껏 답해주면 그뿐입니다.
결국 대화의 기술이나 화려한 말솜씨보다 중요한 것은 태도라는 것을 배웁니다.
그저, 누군가와 대화를 할 때 항상 최선을 다하는 것.
그것이 제가 공감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사람들과 마주 앉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아직도 동네 어르신들과는 대화가 참 어렵습니다.
가게에 오시는 어르신들은 자식 자랑을 그렇게 하십니다.
자식이 이번에 뭘 해줬다느니, 얼마나 효자인지 하는 그런 이야기들 말이죠.
저는 이야기를 들을수록 궁금해졌습니다.
정말 어르신들 말씀대로 자식들이 부모님을 그렇게 자주 찾아뵐까요?
그리고 자식들도 어르신이 자식을 생각하는 만큼 부모를 생각하며 살까요?
물론 그런 자식들도 분명 있겠지만,
이곳에 있는 어르신들의 자식들은 대다수는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어쩌면 어르신들은 자식들이 오지 않는 빈자리를 그런 자랑들로 채우고 계신 걸지도 모릅니다.
누군가에게라도 말을 뱉어내야 그 외로움이 조금은 덜어지니까요.
오늘도 저는 가게의 문을 열며 다짐합니다.
오늘 마주할 누군가의 이야기에도, 기꺼이 나의 최선을 다해 귀를 기울이겠다고 말입니다.
당신은 오늘 누군가와 대화를 하셨나요.
-윤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