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걷는중 입니다.
잊을 수 없는 일, 있어서는 안 되는 일
엄마는 대체 어디를 그렇게 갔던 걸까.
엄마는 내가 태어나던 해부터 밖으로 돌았다고 했다.
어느 대학교수라는 남자와의 외도였다. 한번 집을 나가면 길게는 한 달 가까이 돌아오지 않았다.
뒤늦게 그 사실을 알게 된 아빠의 손버릇은 점점 더 나빠졌다.
아빠의 폭력은 이미 넘지 말아야 할 선을 한참 지나쳐 있었다.
어떻게든 버텨보려 아등바등하던 집은 그렇게 완전히 무너졌다.
엄마가 집을 비우는 동안, 언니와 나는 친가에 맡겨졌다.
그때 친가에서 겪은 일들은 여전히 내 몸과 마음에 흉터처럼 남아 있다.
이제 막 걸음마를 뗀 나와 초등학생이던 언니는 제대로 된 보살핌을 받지 못한 채 방치되었다.
어린 나이에 벌써 눈치를 살피던 언니는 어떻게든 나를 챙기려 애썼다.
학교에 가는 날이면 할머니 등에 업혀 있는 나를 보며,
금방 올 테니 울지 말고 기다리라고 몇 번이고 나를 달랬다.
하지만 나는 무엇이 그렇게 불안했는지 언니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울음을 멈추지 못했다고 한다.
할머니는 아이스크림을 사주겠다며 달래는 척을 했지만, 언니가 대문을 나서면 금세 목소리가 바뀌었다.
“아이스크림은 무슨 아이스크림이야!”
날 선 목소리는 곧 매질로 이어졌다. 우는 소리가 시끄럽다며 때리고 욕을 퍼부었다.
그러고는 나를 시골집 가장 구석에 있는 냉방에 가두고 문을 닫아버렸다.
“제 어미를 닮아서 그런가, 왜 이렇게 처우는 거야. 눈물 멈출 때까지 거기 꼼짝 말고 있어.”
아주 어렸던 나에게 울음은 일상이었다.
학교에 가는 길마다 언니의 마음은 돌덩이를 얹은 듯 무거웠다고 했다.
수업이 끝나자마자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도록 달려온 언니는,
차디찬 방바닥에 덩그러니 누워 있는 나를 발견했다.
울다 지쳐 잠든 내 모습이 너무 가여워 차마 깨우지도 못했다고 했다.
나를 안아 올리려던 언니는 내 몸에 든 시퍼런 멍자국을 보고서야 알았다.
내가 할머니에게 맞았다는 것을. 그날 언니는 아빠가 오면 반드시 다 말하겠노라고,
어린 마음으로 수만 번 다짐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 집에서 우리를 구해줄 어른은 아무도 없었다.
아무리 울어도, 아무리 기다려도... 그런 어른은 어디에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