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걷는중 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나는 여기까지 왔다.
대단해서가 아니라 멈출 수 없어서.
울다 지쳐서,다음 날이 와버려서,
그렇게 하루가 하루를 밀어내며
나는 살아 있는 쪽으로 계속 떠밀렸다.
누군가는 이를 끈기라 부르겠지만
내겐 선택지가 아니었다.
살거나, 더 무너지거나.
나는 늘 둘 중 하나 앞에 서 있었고
이상하게도 몸은 자꾸 살아 있는 쪽으로 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아직도 가끔 멈춘다.
특정한 냄새, 어떤 계절의 빛, 말끝이 흐려지는 순간마다
몸은 기억한다.
잊었다고 생각한 일들은, 사라진 게 아니라
잠시 숨을 고르고 있었을 뿐이다.
그래서 나는 기록한다.
종이를 꺼내고,펜을 잡고,
잊고 싶은 장면을 다시 꺼내는 일.
아픈 기억을 정리한다는 건 용기가 아니라
숨을 쉬기 위한 최소한의 방어동작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상 답이 있는 건 아니었다.
어떤 날은 쓰다 말았고, 어떤 날은 한 문장도 나오지 않았다.
오히려 그럴 때마다 불안해져만 갔다.
확인하지 않으면 다시 나를 삼킬 것처럼.
그 고통들이 나를 또 그때로 돌아가게 할것같아서.
그래도 불안에게서 멀어질순 없었다.
그리고 모양을 바꿔 계속 나를 드러냈다.
지워지지 않는 감정이 있다는 걸 나는 아주 일찍 알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상처에게 함부로 대하지 않는다.
아프다는 이유로 상처를 밀어내는 법을 끝내 배우지 못했다.
아마도 그게 내가 선택한 유일한 방법이었던 것이다.
나는 완성된 어른이 아니다.
여전히 불안하고,
여전히 흔들린다.
하지만 분명한 건 나는 나를 포기하지 않은 채
여기까지 왔다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살아 있다.
이 문장을 쓸 수 있을 만큼,
살아있다는것이 마냥의 행복일순 없지만
그렇다고 죽을만큼의 고통 또한 아닌듯했다.
아주 가끔은 나의 온몸을 감싸서 괴로울때도 있지만
노력한다, 잊으려고, 잊어버리려고
그래야 내가 살수 있을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