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어도, 나는

아직 걷는중입니다.

by MSG윤결



나도 사랑받고싶어서...


가끔 이유 없이 불안이 밀려올 때가 있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책상에 앉는다. 종이를 꺼내고, 펜을 잡았다.

잊고 싶은 말들, 지나간 순간들,

다시 꺼내지 않으려 애썼던 기억들을

하나씩 적어 내려갔다.


글로 옮기면 기억은 잠시 마음속에서 풀어졌다,

잊히지 않게 붙들어두는 일이기도 했고

불안의 모양을 확인하는 일이기도 했다.

종이 위에 적힌 문장들 사이에서 나는 답을 찾으려 했던것 같다.


답이 있는 건 아니었다.

어떤 날은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은 채

더욱 불안해지기만 했고,

펜을 놓쳐버리는 일들이 파다했다.


생각해보면

어린 시절이 지나고, 계절이 바뀌어도

비슷한 일들은 계속 반복됐다.

누군가는 늘 없었고,

나는 늘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쪽이었다.


엄마와 나눈 대화 중 잊히지 않는 말이 하나 있다.

“열 손가락 물어서 안 아픈 손은 없지만,

그래도 굳이 안 아픈 손이 있더라.”


그 말은 오래 남았다.

나는 그 문장이 누구와 누구를 나누는 이야기라는 걸

이미 알고 있었다.

안 아픈 손은 어른의 말 속에서 정해져 있었고

어려운 자식은 늘 같은 자리였다.


왜 자식을 어렵게 대하는 존재가 되었을까.

왜 나는 늘 이해해야 하는 쪽이었을까.


생각해보면 나는 보기좋은 떡 같은 사람이 아니었다.

듣기 좋은 말을 전하는 자식이 아니었고

원하는 이야기를 대신 말해주는 아이도 아니었다.

그래서 더 어려웠을지도 모른다.


그래서였을까. 나는 자주

내가 잘못 태어난 건 아닐까 생각했다.

내가 더 잘했더라면 상황이 달라졌을까 자문했다.


편한 자식은 되지 못했지만

기어코 독한 말들을 쏟아내야 살아남았다.

그게 숨 쉬는 방법이었다.

그렇게 해야만 하루를 넘길 수 있었다.


그러면서도

마음 한구석에서는 조금이라도 마음을 복구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완전히 망가지지는 않았다고 스스로에게 말해주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