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불구하고

by MSG윤결



괜찮은 듯 살아가다가도, 가끔 마음이 불쑥 올라와 너무 괴롭고 힘든 날들이 있었다.

누가 이야기를 꺼낸 것도 아니고, 내가 일부러 생각한 것도 아니었다.
그냥 갑자기 가슴 깊은 곳에서 훅 하고 올라와, 몸과 마음이 좌절하듯 무너지는 날들이었다.

평소엔 괜찮다가도 유독 어떤 계절에, 어떤 날에, 어떤 시간에
이상하리만큼 그런 날이 있다.
그럴 때면 머릿속이 온통 그 생각으로 잠식되어
일상을 살아가는 것조차 버거워졌다.

몸과 마음이 힘들면 그게 얼굴에 드러난다.
굳은 표정에, 그렇지 않은 척 밝은 목소리로 주문을 받고 있던 때였다.


“어서 오세요~”
“사장님, 오늘 어디 아파? 무슨 일 있어?”
“아니요! 왜요??”
“얼굴이 어두워서 물어본 거지.”


할 말을 잃었다.

사람들에게 ‘나는 이렇다’고 광고한 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 죽상을 하고 있었을까.
스스로를 자책하고 있던 그때였다.


“사장님 괜찮아! 얼굴이 어두우면 어때, 표정이 밝지 않으면 어때!
오늘따라 커피는 더 향이 좋고 맛있는데.”


나는 고개를 푹 숙이고 죄송하다고 말했다.
사실 죄송할 일은 아니었지만, 달리 할 말이 없었다.


“나한테 죄송할 게 뭐 있어.
사장님 자신한테 미안해해~
예쁜 얼굴 그렇게 굳어 있어서 미안하다고, ㅋㅋ”


손님을 보며 웃었다.
그 손님은 괜찮다는 말을 남기고 2층, 본인의 자리로 돌아갔다.

하루 종일 뜬금없이 떠올랐던 그때 그 시절의 생각은 그렇게 멈추고 마무리되었다.

별일 아니면, 정말 별일 아닐 수도 있는데 왜 굳이 끄집어내 가슴에 생채기를 내는 걸까

떠오른 생각이 진짜였는지, 아니면 내가 만들어낸 이야기였는지는 이제 중요하지 않다.

그날의 나는 그저 아무 이유 없이 아무렇지 않게 버텨내기엔 조금 지쳐 있었을 뿐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날은
살다 보면,
가끔씩 찾아온다.


-윤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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