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쓴 글을 다시 읽지 못하는 이유
브런치를 알게 된 건 글쓰기에 막연한 갈증을 느끼며 나만의 플랫폼을 찾던 무렵이었다.
처음에는 그저 남들 다 하는 블로그나 유튜브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할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어릴 적 이야기를 수면 위로 끌어올리며 한 글자씩 써 내려가기 시작하자, 내 안에서 수많은 질문이 화살처럼 날아와 꽂히기 시작했다.
"언제까지 이 어두운 이야기를 쓸 거야?"
"너의 직업도 아닌데, 왜 굳이 진을 빼가며 글을 쓰는 거야?"
"그 아픈 이야기들을 꼭 활자로 박제해야겠어? 글로 남기면 대체 너에게 이득 되는 게 뭔데?"
스스로에게 던지는 이 날카로운 질문들에 나는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나에게 브런치는 그저 일기장이었고,
때로는 세상에 외치는 무언의 비명 같았다.
무어라도 써야만 살 것 같았고, 쓰지 않으면 내 안의 기억들이 나를 집어삼킬 것만 같았다.
누가 시킨 것도, 누가 등을 떠민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생애 첫 기억부터 시작된 나의 연재는 마치 둑이 터진 것처럼 쏟아져 나왔다. 첫 글의 마침표를 찍었을 때, 가슴 깊은 곳에서 무언가 확 불타오르는 듯한 찌릿함이 느껴졌다.
그것은 해방감이라기보다는 '통증'같았다
잊으려고 무던히도 애쓰며 겹겹이 쌓아두었던 시간들이 무색해졌다. 꼭꼭 눌러 담았던 기억들은 기다렸다는 듯 조금씩 되살아나, 어느새 내 머릿속 전체를 잠식해 버렸다.
그 후유증은 생각보다 컸다. 나는 글을 발행한 뒤 한 번도 내 글을 다시 읽어본 적이 없다. 화면 속의 글자들을 마주할 용기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어쩌면 나는 글을 쓰는 행위를 통해, 내가 차마 감당하지 못했던 그 시절의 감정들을 문장 속에 영원히 '매장'하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글자로 옮겨진 슬픔은 더 이상 내 몸속을 떠돌지 못할 테니까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하고 문장을 사랑해 왔지만,
내 치부를 드러내고 생각을 정리하는 일은 여전히 서툴고 버겁다. 매번 발행 버튼 앞에서 망설인다.
하지만 이 서툰 발버둥이 언젠가는 나를 구원할 유일한 통로가 될 것임을 믿는다.
어렵고 괴롭지만, 나는 오늘도 기억의 파편을 주워 모아 문장을 만든다.
내가 쓴 글을 다시 읽지도 못할 만큼 괴로우면서도, 왜 나는 멈추지 못하는 걸까. 곰곰이 생각해 보면 결국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마법 같은 희망 때문이다.
지금의 이 고통스러운 기록들이 단순히 과거의 상처를 후벼 파는 행위가 아니라, 언젠가 나를 진정한 치유로 인도할 유일한 방법임을 믿는다.
이 모든 기억을 쏟아낸 끝에 마주할 나는,
어제보다 조금 더 단단해져 있을 것이라는 그 희망 하나가 나를 다시 책상 앞에 앉게 한다.
서툴고 아픈 문장들이지만, 나는 이 이겨냄의 과정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기억에 잠식당하는 것이 아니라, 기억을 딛고 일어서기 위해서..
-윤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