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장례식

by MSG윤결

나는 그런 상상을 해본 적이 있다.


과연 나의 장례식에선 어떤 분위기일까?
과연 나의 장례식엔 누가 올까?


이런 생각을 한다고 하면, 사람들은 왜 그런 생각을 하냐고 묻는다.

우울하냐고, 힘든 일이 있냐고. 그런데 꼭 그렇지는 않다. 그냥 가끔, 정말 아무 이유 없이 그런 상상이 든다. 버스를 기다리다가, 잠이 안 와서 뒤척이다가, 잘 지낸다는 말이 왠지 공허하게 느껴질 때..


아마 내 장례식은 조용할 것 같다. 엄청 슬프지도, 그렇다고 웃음이 섞일 만큼 가볍지도 않은,

몇 명은 울고, 몇 명은 시계를 볼 것 같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은 안 올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아주 없지는 않았으면 좋겠다는, 좀 이기적인 마음도 있다.


누가 올지를 떠올려 본다. 지금 자주 보는 사람들,

한때는 매일 연락했지만 이제는 생일에만 안부를 묻는 사람들,

그리고 이름만 들어도 얼굴이 잘 떠오르지 않는 사람들.

그중 누군가는 “그래도 한 번은 고마웠던 사람”으로 나를 기억해 줄까,

아니면 그냥 “아, 그런 사람이 있었지” 정도일까,


이상하게도 그걸 생각하다 보면, 내가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는지가 보인다.

너무 바쁘다는 핑계로 대충 넘긴 말들, 괜히 날 세워서 했던 말들, 진짜 하고 싶었는데 하지 못한 말들.

그런 것들이 다 쌓여서, 언젠가의 나를 설명하게 될 것 같아서 조금 겁이 난다.


사실 대단한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 건 아니다.

장례식에 사람이 많았으면 좋겠다는 욕심도, 화려한 말이 오갔으면 하는 마음도 없다.

그냥 한두 명쯤은, 나를 떠올리며 “그 사람, 나쁘진 않았어”라고 말해 줬으면 좋겠다.

즐거웠던 추억과 재미난 이야기가 있던 사람으로 기억되며 인연을 맺어온 시간이 완전히 헛되지는 않았다고

생각해 주면 좋겠다.

이런 생각을 한다고 해서 오늘이 달라지는 건 없다. 여전히 평범한 하루고, 여전히 나는 나다.

그래도 가끔은 이런 상상들이 나를 붙잡아 준다.

말 한마디를 조금 덜 쉽게 하고, 사람을 조금 더 오래 바라보게 만들며, 나의 행동을 돌아보게 된다.


아직 죽음을 말하기엔 이르다는 걸 안다.


그래도 가끔 끝을 떠올리며 오늘을 다시 보게 된다. 어쩌면 그게 내가 삶을 대하는 방식일지도 모른다.

인생을 살고 보니 내가 내 인생을 뒤돌아 보고, 지나간 인연들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냥 지나가면 지나가나 보다라고 생각했고 나와 맞지 않는 인연들이라고만 생각을 했다.


하지만 나의 끝을 생각하다 보면, 결국 나의 단점과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나는 입버릇처럼 항상 하던 말이 있다.


'나의 장례식은 무조건 신나게, 나의 장례식은 무조건 즐겁게, 울지 말자 슬퍼말자. 우리는 또 만날 거니까'


그래, 우리는 결국 만나게 될 테니까 많이 울지는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