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걸고 숨 넘어가기 직전까지

역대급

by MSG윤결





내 가게는 동네 안쪽, 초등학교를 마주 보고 앉아 있다.

아이들 방학기간과 휴일이 길어지면 동네는 지독하리만큼 고요해진다.

오랜만에 찾아온 한가로움에 책을 펴고 글 몇 자 적어보려 하지만,

마음 한구석에서 정체 모를 울화가 불쑥 치밀어 오른다.


‘지금 이럴 때야? 이렇게 손 놓고 있어도 되는 거냐고.’


가게를 열고 지금까지 손님이 한 명도 없던 적은 없었다.

처음 겪는 역대급 한가함 앞에서 여유는 간데없고 조급함만 파도처럼 밀려온다.

이번 달 월세는 낼 수 있을까, 카드값은 얼마나 나오려나, 새로 들여야 할 물품은 뭐였더라….

꼬리에 꼬리를 무는 걱정에 잠겨 있다가 정신을 차리곤 벌떡 일어났다.


‘내가 지금 뭐 하고 있는 거지?’


또 잊을 뻔했다. 잠시 쉬어가는 시간이라고, 숨 고르기 하는 중이라고 생각하면 그만인 것을.

왜 스스로를 이토록 벼랑 끝으로 몰아세우고 있었을까.


장사라는 게 그렇다. 반드시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다.

매출이 오르면 몸은 축나도 마음은 구름 위를 걷고,

매출이 꺾이면 세상 모든 게 바닥으로 처박힌다.

천천히 호흡하며 승부를 봐야 한다는 걸 머리로는 알면서도,

몹쓸 생각들이 독버섯처럼 피어나 나를 조여 온다.


해마다 자영업자들 사이엔 작년보다 더 힘들다는 소리가 들려온다.

코로나 때보다, 그 어느 때보다 경기는 늘 최악이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보란 듯이 잘되는 곳은 늘 존재했다.

경기를 타지 않는 시장이란 게 정말 있는 걸까 싶을 정도로 사람들이 구름처럼 몰리는 곳들 말이다.


커피나 빵 가격 따위는 상관없다는 듯 쟁반 가득 집어 담고,

자리가 없어 발길을 돌리는 풍경들. 반면 동네 작은 카페들은 빈 의자만 덩그러니 남은 채,

주인은 팔리지 않은 빵을 폐기하며 깊은 한숨을 내뱉는다.

도대체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그저 제 탓만 하며 스스로를 갉아먹는 이들이 수두룩하다.


경기가 안 좋은 건 사실이다. 사람들은 지갑을 닫았고, 힘들수록 가장 먼저 커피를 줄인다.

그래도 커피 한 잔의 위로를 포기할 수 없는 이들이 저가 커피로 몰리니 바야흐로 저가 브랜드의 전성시대다.


그렇다면 저가 카페를 하면 이윤이 많이 남을까? 꼭 그렇지만도 않다.

초기 투자비용부터 시작점이 다르다. 인테리어의 자유는커녕 본사에서 지정한 물품만 써야 하고,

컵 하나 종이 빨대 하나까지 비싼 가맹비를 치르며 본사 것을 써야 한다.

장단점이 있다지만, 버는 것에 비해 떼어주는 것이 더 많은 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결국은 내 색깔을 지키며 버티는 싸움이다.

동네 초등학교 앞, 고요한 이 정막 속에서 나는 다시 숨을 고르고 있다.

조급함에 잠식되지 않고, 다시 찾아올 북적임을 기다리며 오늘 할 수 있는 일을 묵묵히 해나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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