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말이 맞았다. 나의 말은 틀렸다.
보슬보슬 비가 내리는 출근길.
"오늘은 꼭 쉬는 날 같네."
내 말에 운전석에서 슬쩍 곁눈질하며 미소 짓는다.
"그렇지만, 비 오는 날도 바쁠 거야."
너의 대답에 마음 한구석이 조금 복잡해졌다.
비가 오면 사람들은 대개 저수지 근처나 아주 커다란 베이커리 카페를 찾아가니까.
우리 가게 주변 풍경도 충분히 예쁘지만,
사람들은 빗줄기를 뚫고 굳이 더 먼 곳으로 떠나고 싶어 할 것만 같았다.
입 밖으로 내지 못한 한탄 섞인 걱정을 눈치챈 걸까.
너는 말없이 카오디오의 볼륨을 높여 기분 좋은 노래로 차 안을 채웠다.
그리고는 툭, 다정한 위로를 던졌다.
"다른 동네 사람들에게는 우리도 '집에서 조금 먼 카페'야. 그러니까 너무 우울해하지 마."
아, 그 생각은 못 했다. 사람들은 무조건 멀리 나갈 거라고,
우리 동네까지는 오지 않을 거라는 안일한 지레짐작을 하고 있었다.
내가 내 공간을 그렇게 믿어주지 못하면 안 된다는 걸 잘 알면서도,
마음속 불신은 불쑥 솟아올라 나를 괴롭히곤 한다.
괜찮다. 다 비가 와서 그런 거다. 비가 와서 마음이 조금 눅눅해진 것뿐이야라고 생각해 본다.
딸랑, 딸랑, 딸랑.
가게 문을 열고 종을 세 번 울려본다. 나만의 작은 루틴이다.
카운터 앞에 서서 가만히 속으로 기도를 올린다. 오늘도 무사히, 평온하게 하루를 매듭지을 수 있기를.
'오늘도 손님이 많이 올까?'라는 막연한 의구심을 '오늘도 손님이 많이 올 거야'라는 확신으로 바꿔 본다.
우리가 우리를 믿어주는 마음, 그 마음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우리가 스스로를 신뢰하지 못하는데, 누가 우리를 믿고 이 먼 길을 찾아와 주겠는가.
가게를 운영하며 달콤한 착각 속에 살지는 않는다.
현실에서 무엇이 중요한지 직시하고, 눈에 보이는 지표들을 냉정하게 믿으려 노력한다.
하루하루의 일희일비에 흔들리지 않기로 한다.
일일 매출보다 한 달의 흐름이 더 중요한 것처럼 말이다.
오늘 가게가 한가했다고 해서 내일도 그럴 것이라는 비관적인 착각 또한 하지 않는다.
인생에는 '이런 날'도 있고 '저런 날'도 있는 법인데, 오늘은 그저 수많은 '이런 날' 중 하루일 뿐이니까.
그렇다, 너의 말이 맞았다.
비가 온다고 한가한건 아니었다. 비가 오니 더 바빠진 하루였다
나의 말이 틀렸다.
그래서 조금 더 기분이 좋다.
-윤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