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수와 식신의 이야기
추석 전까지 이 더위가 언제까지 갈 것인가?
올해도 '처서 매직'이란 없는 것인가?'를 고민했는데, (그런 고민이) 무색하게도 찬바람이 불어오는 계절이 왔습니다.
한반도의 가을이란 이제 히든 스테이지처럼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알아챌 수 없게 되어버린 듯도 합니다.
바람이 점점 차가워지면서 담요를 돌돌 말고 있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는데요,
날이 추워지면 안 그래도 움직이기 싫어하는 저는 게으름의 하이엔드를 찍곤 합니다.
(죽을 것 같이 덥다며 왜 더운 나라 사람들이 느리게 움직이는지 알겠다고 했던 과거의 저는 잊었습니다)
명리학을 배우면서 제일 먼저 하게 되는 작업은 '나는 어떤 사람인가?'라는 자기 통찰인 것 같습니다.
저 같은 경우엔 "나는 왜 태어났을까?"라는 궁금증에서 명리학을 시작하기도 했고요.
저의 게으름에 저도 놀라던 중 '도대체 나는 왜 게으를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우선 저는 임수일간입니다.
임수는 바다 같은 넓은 포용력과 속을 알 수 없는 평온함, 그리고 통찰력을 지니고 있다고 하는데요. 그렇게 모든 것을 끌어안고 있다 보니 똑똑한 사람이라는 평도 많이 듣고요 (신금의 총명함과는 궤를 달리합니다). 내 안에 담은 많은 것들을 소화해야 해서 무덤덤하기도 하고, 자신만의 세상에 빠져서 세상을 소외시키기도 합니다.
내면적으로 바쁜 임수의 모습은 겉보기에는 몹시 느긋하고 게을러 보일 수 있는 것 같아요. 몸은 널브러져 있지만, 머릿속은 온갖 생각에 바쁩니다.
또한 저를 대표하는 기운은 식신인데요. 식신은 호기심이 많고, 소소한 것들에 관심도 많습니다. 식신하면 생각나는 단어처럼 식도락을 좋아하기도 하고, 흥미 있는 주제에 몰두하여 반전문가의 길로 들어서기도 합니다. 식신을 대표하는 키워드 중에 하나가 "오타쿠"이기도 하니까요.
"어? 대표하는 기운이 식신이면 엄청 바쁘고 부지런하게 움직여야 하는 거 아냐?"라고 생각하셨다면, 식신에 대해서 다 아시는 건 아니라고 강력하게 주장해 보고 싶습니다.
여러분!! 오타쿠의 평소의 모습을 생각해 보세요. 무언가에 무섭게 집중하는 모습이 떠오르지 않으시나요? 그들은 움직여야 할 때는 정말 1분 1초라도 버려지지 않게 촘촘히 계획을 짜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한없이 한자리에 있습니다.
그리고 '반전문가'라는 표현처럼 식신을 가진 사람들은 보통 재주가 좋은 편이라 시작하면 어느 정도의 수준은 금방 이룰 거라는 자신감으로 가득 차 있어서, "내가 하면 또 잘하지!!"라고 말만 하며 움직이지 않기도 합니다.
당연히 잘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니 굳이 평소에는 열심히 하지 않기도 합니다. 왜냐면 시동 걸렸을 때 바짝 잘하면 남들만큼은 할 거라는 "근자감"이 넘치거든요.
그러니 임수일간에 식신이 대표 기운인 저는 당연히 게을러 보이는 게 맞지 않겠습니까?
"게으른 것이 아니라 게을러 보이는 것이다"가 제 포인트입니다.
저는 뭐든 시작하면 잘할 수 있으니까요.
그러니 오늘은 조금만 쉬면서 상상 속의 세계에서 바쁘게 움직여 볼까 합니다.
저는 시동 걸리면 정말 잘할 수 있는 사람이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