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신을 만나면 용이 되나요?

by 윤해

"내가 왕이 될 상인가?"


영화 '관상'의 대사입니다.


2013년도 개봉한 영화인데도, 영화의 대사뿐 아니라 수양대군의 등장장면은 몹시 강렬해서 10년이 지난 지금도 패러디나 예능에 종종 등장하곤 합니다.


그래서 그는 왕이 될 상이었을까요?


명리학을 배우다보면 사람들은 내 사주가 과연 좋은 사주인지 좋지 않은 사주인지를 궁금해하고,

이런게 바로 좋은 사주라며 유명 기업인, 정치인, 연예인의 사주 명식이 인터넷을 떠돌기도 합니다.


좋은 사주란 무엇일까요?


명리학에서는 음양과 오행이 고루 분포하며, 서로 다툼없이 조화로운 사주를 좋은 사주로 꼽습니다.

사주 원국내에 오행이 조화롭게 두루 있다는건 내가 어떤 무기를 쓰든 무리없이 잘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이예요.

게임으로 치면 모든 스탯을 고루 갖춘 캐릭터를 생각하면 될 것 같아요.


참 나오기 쉽지 않은 캐릭터지만, 저는 게임을 하기에는 좀 심심한 캐릭터라는 생각도 합니다.


어떤 특화된 능력치가 있는 캐릭터의 경우에는 게임 내 맵에 따라 전략적인 배치도 가능하고, 그 캐릭터의 단점을 보완해 줄 수 있는 팀원 혹은 아이템으로 게임을 조금 더 극적으로 풀어나갈 수도 있죠.

도파민 팡팡 터지는 드라마틱한 전개가 가능합니다.


우리 사주 원국의 능력치가 캐릭터의 스탯이라면, 이를 보완해 주는 환경이나 아이템을 용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명리학에서는 용신의 개념을 굉장히 중요시 여기는데요,

균형이 잡혀서 용신을 정하기 어려운 사주보다는, 한쪽으로 치우쳐져 있더라도 용신이 존재하는 사주를 더 좋은 사주라고 보는 견해도 있을 정도입니다.


처음 용신이라는 개념을 접했을 때, 용신을 만나면 나도 용이 되는 줄 알고 용신을 애타게 찾았는데요.

그 용신은 전설 속 DRAGON도 신도 아니었습니다.

(명리 입문자들의 흔한 오해이기도 합니다.)


용신은 쓸용(用)에 귀신신(神)으로 불균형한 내 사주를 보완하는데 쓰이는 기운이며

내가 가진 치우친 기운을 잘 쓸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탱커에게 힐러가 꼭 필요한것처럼 말이죠.


용신(用神)은 내 사주 원국내에 있기도 하고, 운으로 오기도 하는데요.

용신을 잘 쓸 수 있는 상태라면 길운으로, 용신이 다른 기운에 공격당하거나 해서 잘 사용하지 못할 때를 안좋은 운이 왔다고 봅니다(대운의 길흉은 이 외에도 여러가지로 해석합니다).

이 흐름을 잘 읽어내면 다가올 안좋은 일을 대비할 수도, 좋은 운에 더 큰 성취를 얻도록 노력할 수도 있습니다.


내 사주가 균형잡힌 완벽한 사주이든, 한쪽으로 치우쳐진 불균형한 사주이던 말이죠


질문을 다시 던져 봅니다.


수양대군은 과연 왕이 될 상이었을까요?


처음 수양대군이 김내경에게 질문을 던졌을 때, 김내경은 대답을 회피합니다.

영화의 막바지 김내경은 아들을 살리기 위한 절박함에 수양대군에게 "왕이 될 상이다" 라고 말하죠


수양대군의 “헌대, 관상가 양반, 나는 이미 왕이 되었는데 왕이 될 상이라니?" 라는 조롱섞인 대사와

김내경의 마지막 독백은 정해진 개인의 징후뿐 아니라 역사적인 흐름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관상을 나의 사주명식, 역사적 흐름을 나의 대운으로 보면, 명리학에서는 내가 가진 사주원국의 흐름도 중요하지만, 나에게 오는 대운의 흐름도 매우 중요하게 여깁니다.

나의 사주 여덟글자와 대운의 흐름은 태어날 때 부터 정해진 것이니 노력으로 바꿀 수는 없지만, 같은 사주라고 해도 같은 삶을 사는 건 아니고 내가 어떻게 대비하느냐에 따라 삶은 얼마든지 바뀔 수 있습니다.


용신을 정할 수 없을 만큼 조화로운 사주를 가지고 태어났다면, 당신은 평탄한 삶의 행복을 누릴 수 있을테고,

심하게 불균형한 사주라면, 용신(用神)을 만나 용(龍)으로 승천 하는 기쁨은 누리지 못할지라도, 도파민 팡팡 터지는 반전 드라마를 기대해 볼 수 있습니다.


중요한건 조화로운 사주냐 그렇지 않냐가 아니라 내 사주와 대운의 흐름을 알고 이를 준비하는 것입니다.


난 사람의 얼굴을 봤을 뿐, 시대의 모습을 보지 못했소.
시시각각 변하는 파도만 본 격이지. 바람을 보아야 하는데…
파도를 만드는 건 바람인데 말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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