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환
남편이 출장을 가 있는 동안, '전화하지 마'라는 말만 남기고 전화를 끊은 채 회피하고, 무시하고 침묵하는 동안 나는 내 온몸을 휘감고 있는 분노와 불안을 떨쳐내려고 안간힘을 썼다. 아이들에게는 밝은 엄마의 모습을 보여야 했다. 상처를 주고 싶지 않았다. 분명 아이들도 노력하고 있을 테니까. 엄마의 감정을 누구보다 빨리 알아차리는 아이들이니까. 아이들을 차로 데려다주는데, 밝게 인사하며 둘째가 환하게 웃으며 내리고, 첫째마저 인사를 건네고 문을 닫는 순간, 나는 내 얼굴이 금세 어두워지고 마음이 내려앉는 것을 느꼈다. "나 지금 너무 힘들구나, 아이들이 있어서 버티고 있구나." 눈에 눈물이 차 올랐다. "햇빛을 쬐자."
집으로 바로 들어가지 않고, 햇빛을 쬐기 위해 바닷가로 향했다. 파도소리에 집중하면서 아무 생각 없이 걸으려고 했다. 30분 정도 걸은 뒤, 집에 돌아와 따뜻한 물로 샤워를 했다.
그리고 노트북을 열었다. 뭐라도 써야 했다. 누구에게라도 얘기해야 했다. 그렇게 나는 글을 쓰게 되었다. 그날의 고통을 담담히 써 내려간 두 개의 글로 '브런치작가' 신청을 했다. 며칠 뒤 글을 쓰기 위해 브런치를 열었고, 글을 써 내려갔다, 그리고 저장버튼을 누르려는데, 저장버튼 옆에 '발행' 버튼이 활성화 돼 있는 게 아닌가? 그렇게 나는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어쩌면 지금이 내 인생의 대전환점이라는 생각이 든다.
3주 동안의 외롭고 아프고... 어떤 말로 설명할 수 있을까? 그 긴 시간 동안 나는, 지금의 나, 과거의 나를 바라보았고, 남편과 나와의 관계를 바라보는 시간을 가졌다.
나는 불안형, 남편은 회피형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나는 추적자, 남편은 위축자였다.
왜 우리는 만나게 되었고, 결혼까지 이르게 되었을까?
어디서부터 어긋나게 된 걸까?
'과거의 상처를 가진 아이'는 남편과의 관계에서 그 상처를 메우려 했다. 하지만, 메우려 할수록 더 채워지지 않았다. 나는 점점 위축되었고, 자신감을 잃어갔다.
나는 안정형이 될 수 있을까?
내가 안정형이 된다면 우리 관계도 좋아질 수 있을까?
불안형은 안정형이 될 수 있을까?
나는 이제 그 해답을 찾기 위해 글을 쓰기 시작했다.
누군가에게 들려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무너지는 나를 붙잡기 위해서.
다시 나 자신에게로 돌아가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