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편의 뮤지컬, 내 취향에 맞는 극을 찾아보자
뮤지컬만큼 사람을 벅차게 만드는 콘텐츠가 있을까? 연기, 노래, 춤과 퍼포먼스를 한 무대에서 즐길 수 있는 종합예술인만큼, 뮤지컬이 선사하는 감동은 그 어느 콘텐츠보다도 강렬하다. 뮤지컬을 보면서 말그대로 입을 다물지 못한 채 감탄했던 순간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래서 비록 뮤지컬 덕후에는 한참 못 미치지만, 그 맛을 잊지 못하고 거듭 공연장을 찾게 되는 것 같다.
윤하정 문화전문기자의 『30일 밤의 뮤지컬』은 이렇게 뮤지컬에 애정을 지닌 이들을 위한 책이다. 10여 년간 다양한 공연을 관람하고 기사를 써온 저자는 제목에 걸맞게 우리나라에서 꾸준히 사랑 받아온 뮤지컬 30편을 골라 15개의 카테고리로 나누어 소개한다. <오페라의 유령>, <지킬 앤 하이드>, <노트르담 드 파리> 등 유명 대극장 뮤지컬부터, 소극장 뮤지컬, 2인극, 아역 배우 주연의 뮤지컬, 한국 창작 뮤지컬까지 폭넓은 종류의 작품을 다룬다.
국내 뮤지컬은 대체로 몇 년에 한번 무대에 오르고, 상연 기간도 보통 석 달에서 길어야 반년 남짓인 만큼 때를 놓치면 다시 만나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티켓값도 만만치 않다 보니 다양한 뮤지컬 작품을 접하기가 쉽지 않다. 나 역시 내가 좋아하는 배우들이 나오는 작품이나 유명한 대형 뮤지컬만 알 뿐, 모르는 작품들이 많았다.
나처럼 뮤지컬을 좋아하면서도 (의도하든 의도치 않았든) 편식 중이었던 사람이라면 이 책을 통해 지금껏 맛보지 못했던 여러 작품들을 알아가게 될 것이다. <로기수>,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등 글을 읽고 흥미가 생긴 작품들이 몇 개 있었는데, 그중 가장 마음을 사로잡힌 뮤지컬을 하나 꼽으라면 <쓰릴 미>다.
우연히 마음을 뺏기지 않는 한 새로운 것을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다니는 사람은 아닌지라, 제목은 익히 들어봤어도 일부러 찾아본 적은 없었다. 포스터 속 연륜이 느껴지는 타이포그래피를 슬쩍 보고는 극도 좀 고리타분할 것 같다고 넘겨짚곤 외면했달까.
하지만 책을 통해 만난 <쓰릴 미>는 전혀 달랐다. 우선 실화를 바탕에 둔 줄거리부터 흡인력을 지니고 있었다.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나 19세에 법대를 졸업할 정도로 비상한 두뇌를 지닌 주인공 ‘나’와 ‘그’는 서로 사랑하는 사이다. 금기를 어길 때 희열을 느끼는 그의 사랑을 얻기 위해 ‘나’는 ‘그’의 범행에 동참한다. ‘그’의 범행은 갈수록 수위가 높아지고, 결국 그들은 어린 아이를 살해하기에 이른다.
이처럼 <쓰릴 미>는 실제 미국에서 벌어졌던 전대미문의 유괴 살인사건을 모티프로 두 남자의 사랑과 두뇌 싸움을 그려낸 작품이었다. 줄거리만 보아도 2007년 국내 초연 이후 지금까지 꾸준히 사랑을 받아온 이유를 단번에 알 수 있었다. 당대 대학로를 대표하는 라이징 배우들이 캐스팅되는 극이라는 것도, 남성 2인극이나 동성애 소재를 국내 공연계에 본격적으로 유행시킨 작품이라는 점도 더 구미를 당겼다. 본문에 수록된 QR 코드를 통해 2017년 최재웅, 김무열이 부른 ‘My Glasses&Just Lay Low’ 영상까지 감상하고 나니, 마음에 드는 작품을 발견할 때면 늘 그렇듯 과거에 이 작품을 보지 않은 스스로를 반성하고, 다음 공연은 언제 올지 애타게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책에 소개된 극들을 당장 관람하러 갈 수 없다는 아쉬움은 남지만, 내 취향에 맞는 새로운 작품들을 소개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뮤지컬 라이프를 더 풍부하게 누릴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원래 알고 있거나 감상한 작품에 관해서는 배우, 창작진의 인터뷰나 원작에 관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통해 한층 입체적으로 즐길 수 있을 테다.
뮤지컬에 관심이 있는 사람, 혹은 뮤지컬에 한번이라도 발을 담가본 사람이라면 『30일 밤의 뮤지컬』을 읽어보길. 당신의 훌륭한 덕질 메이트가 되어줄 것이다.
원문: 아트인사이트
https://www.artinsight.co.kr/news/view.php?no=77457